"손웅정 녹취 공개, 당사자 간 대화라서 위법성 없어…아이만 2차 피해" [디케의 눈물 254]

김남하 2024. 7. 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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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정 감독 측, 아동학대 피소되자 합의 과정 담긴 녹취 공개…학부모 "불법 녹취"
법조계 "당사자 간 대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아냐…녹음·공개 문제 없어"
"거액 합의금 문제로 아동학대 사건 본질 흐려져…피해 아동 실질적 2차 피해 우려"
"상대 주장 반박하려고 공개, 문제 없지만…악의적 짜깁기 했다면 명예훼손 소지도"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연합뉴스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 측이 합의금 협상 과정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자 피해 아동 학부모가 "2차 가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대화 당사자 간 통화내용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하는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녹음, 공개 모두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거액의 합의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동학대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어른들의 셈법에 아이만 실질적으로 2차 피해를 입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검은 손 감독과 SON축구아카데미 코치 2명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해당 사건은 지난 3월19일 축구아카데미 소속 아동 A군 측이 감독과 코치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손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 측이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그 금액은 아카데미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28일 손 감독의 법률대리인 김형우 변호사는 A군 아버지와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A군 아버지는 김 변호사에게 "변호사랑 얘기를 했더니 변호사가 '20억원을 부르고 5억원 밑으로는 합의하지 말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합의하려고 하면 돈이 중요한 건데 그만큼 자기들 이미지 실추 등을 다 하면 5억원의 가치도 안 되나. 20억원을 안 부른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군 측은 "마치 본인들은 잘못이 없고 피해자 측을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모함하고 있다. 이는 2차 가해"라며 "녹취록은 불법으로 녹취된 대화이며 아동학대라는 본질에선 벗어난 여론몰이다. 집사람과 저는 지금 파렴치한 부모가 됐다"고 밝혔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이때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와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며 "손웅정 측 녹취록 공개는 위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에 녹취록 공개 자체를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오른쪽)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학생 측이 사건 발생일 이후 사흘이 지난 3월12일 촬영한 멍자국.ⓒ연합뉴스

그러면서 "녹취록을 공개함으로써 2차 가해 피해를 입은 것은 학부모라기 보다 피해 아동인 것 같다"며 "피해 아동이 학부모의 거액 합의금 요구, 손웅정 측의 녹취록 공개 등으로 인해 실질적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고 보여지고 이로써 아동학대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결국 학대당한 아이만 어른들의 셈법에 의해 2차 피해를 입게 되고 있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손 감독 측과 상대 학부모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고 타인의 대화가 아닌 대화 당사자가 공개한 것이기에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아울러 손 감독 측 입장에서는 학부모 측 주장을 반박하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공개였다는 점도 고려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허위로 조작하거나 변조하지 않고 학부모가 실제로 얘기한 내용을 공개한 것이기에 2차 가해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학부모 측 주장대로 녹취록 속 대화 내용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전후 맥락을 잘라내고 짜깁기했다면 명예훼손 문제는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원칙적으로 통화 내용을 마음껏 공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가 사실을 확인하고 본인을 방어하기 위해서 공표한 것이라면 죄가 되진 않는다. 특히 손 감독은 유명인인 만큼 향후 법정에서 무죄로 밝혀진다고 해도 피해 회복이 어렵기에 방어수단으로서 충분히 녹취록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피해 아동이 계속 언급된다면 2차 가해로 볼 여지는 있지만 인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2차 가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손 감독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해명을 위해서 녹취록을 공개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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