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고령운전

한승주 2024. 7. 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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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아내와 딸을 동시에 잃은 30대 남성의 호소가 일본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일본에서는 과거 3년간 신호 위반 등 11가지 사항 중 한 가지라도 위반한 고령(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때 운전기능검사 시험을 치러야 한다.

사고 원인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으나,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진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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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2019년 4월,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아내와 딸을 동시에 잃은 30대 남성의 호소가 일본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도쿄의 한 횡단보도에서 87세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100㎞ 속력으로 질주해 모녀를 치었다. 운전자는 자동차 결함을 주장했으나 고령 운전자의 인지능력 저하로 빚어진 사고로 매듭지어졌다. 남성은 아내와 딸의 영결식 후 기자회견을 자처해 “조금이라도 운전 능력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차를 운전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 신체 반응 속도나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일본에서는 과거 3년간 신호 위반 등 11가지 사항 중 한 가지라도 위반한 고령(75세 이상) 운전자는 면허 갱신 때 운전기능검사 시험을 치러야 한다. 호주의 고령 운전자는 매년 운전 적합성에 대한 의료 평가와 운전실기 평가를 받아야 면허증이 갱신된다. 뉴질랜드, 미국도 비슷하다.

전체 교통사고는 줄고 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년 연속 증가했다. 전체 사고 중 20%로 집계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지난 5월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자 하루 만에 ‘고위험자’ 대상으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현금을 지원하며 고령자 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2% 안팎에 그친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9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68세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덮쳤다. 운전자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고령 운전자의 부주의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고 운전자는 40년 베테랑 버스 기사이고, 68세는 초고령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사고 원인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으나,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에 대한 큰 질문을 던진 건 분명해 보인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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