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원영적 사고’와 자족

2024. 7. 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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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적 사고'의 주인공인 장원영은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돌로 알려져 있다.

적으면 적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긍정하며 누릴 줄 알았다.

물론 모든 현상과 조건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러나 바꿀 수 없는 환경을 원망하며 살거나 고통에 눌려 살아가기보다는 나의 상황과 현실을 잘 직시해서 현재를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내일을 희망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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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밀(고전학자·한양대 연구교수)


‘원영적 사고’의 주인공인 장원영은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돌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스페인의 한 빵집에 들렀을 때 원하던 빵이 바로 앞에서 다 팔렸다. 그러자 “앞사람이 제가 사려던 빵을 다 사서 너무 럭키하게 제가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내 편이야”라며 오히려 좋아했다고 한다. 한 팬이 이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순식간에 수백만에 이르렀고 인터넷 밈으로 퍼지더니 급기야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게 됐다. 그저 아이돌 문화에 열광하는 젊은 층에서나 유행하지 싶던 신종 단어가 신문, 방송에 소개되고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된 이유는 그 함의가 오늘날의 현실과 깊이 연관돼 있어서일 것이다.

원영적 사고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국 다 좋은 일이라는 초긍정적 사고란 뜻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해석한다. 취업 결혼 등 치열한 생존 현실에서 소소한 행복이 있음을 확인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고도 하고, 괴로운 상황을 합리화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를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는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고 정신승리 하려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긍정이 아니라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부정적 측면을 긍정적 결과에 이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자기객관화라면 내 삶과 우리 현실에서 발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상황이 바뀌기를 기도하지만 변하거나 나에게만 유리하게 되는 일은 별로 없다. 바꿀 수 없다면 회피하거나 원망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 상황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날이 맑으면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조선 후기 시인인 이이엄(而已广) 장혼(張混)은 그와 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이었다. 장혼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개에게 오른쪽 다리를 물려 평생 다리를 절었다. 가난이라는 질곡 속에서 끼니조차 제때 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상황을 원망하지 않고 성실함과 진실한 삶의 자세를 무기로 책의 교정을 맡은 교서관의 사준(司準)이 됐다. 능력을 인정받아 궁궐에서도 교정을 부탁할 정도였으며 시에 뛰어난 자질을 보여 인왕산 부근에서 시 짓는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런 그가 평소에 품은 삶의 지향은 ‘그뿐이면 족하다(而已)’는 태도였다. 단출한 집에서 지금 가진 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그가 평생 지향한 삶이었다.

그는 욕망을 채우는 삶을 살지 않았다. 적으면 적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주어진 조건과 환경을 긍정하며 누릴 줄 알았다. 작은 것 하나도 행복의 조건으로 삼았으며 남의 것을 부러워하는 대신 내가 가진 것을 긍정하며 살았다. 이를 일러 자족(自足)이라고 한다.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때 기뻐하는 것이 만족(滿足)이라면 자족은 어떤 형편에 있든지 상황을 긍정하며 사는 태도다.

물론 모든 현상과 조건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사회적 시선이나 공적인 의제 앞에서는 분노하고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 욕망을 다 비우고 살아가는 것이 무조건 더 낫다고 볼 수도 없다. 욕망은 성장과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니 욕망을 잘 조절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다. 그러나 바꿀 수 없는 환경을 원망하며 살거나 고통에 눌려 살아가기보다는 나의 상황과 현실을 잘 직시해서 현재를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내일을 희망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시련과 고통 앞에서 무기력하게 좌절하기보다는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관점이 더욱 멋지다.

박수밀(고전학자·한양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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