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2건에 1조2천억…‘면역’의 마술사 [CEO LOUNGE]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7.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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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
1963년생/ 강원대 환경학 학사/ 미국 몬태나주립대 미생물학/ 미국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면역학 박사/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박사후연구원/ 1997년 마크로젠 면역담당 고문/ 2006년 싱가포르 국립 의과대학 소아과 교환교수/ 2000년 아이지세라피 대표이사/ 1995년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현)/ 2013년 에이프릴바이오 교원 창업/ 에이프릴바이오 대표(현)
또 하나의 교수 창업 성공 사례가 탄생했다. 차상훈 에이프릴바이오 대표(61)가 주인공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6월 20일 자사 플랫폼 기술 ‘SAFA(Anti-Serum Albumin Fab)’를 활용해 개발 중인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APB-R3’를 기술 수출했다. 미국 제약사 에보뮨(Evommune)이 4억7500만달러(약 6550억원)를 주고 이전받았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받은 선급금만 150만달러(약 207억원)에 이른다.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

2020년 설립된 에보뮨은 면역개제염증질환(immune-meditated inflammatory disease) 치료제가 주력이다. 아토피, 건선,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APB-R3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에 돌입한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3월 APB-R3의 ‘성인형 스틸병’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한 결과 데이터를 받았다. 임상 1상 결과를 받은 지 3개월 만에 대형 기술이전에 성공하며 에이프릴바이오 ‘SAFA’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1년 글로벌 50위권 제약사인 덴마크의 룬드벡(Lundbeck)에 5400억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APB-A1’을 기술 수출했다. 이때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243억원을 받았다. 당시 국내 바이오 기업이 체결한 기술 수출 계약금 중 세 번째로 큰 금액이었다.

룬드벡 기술이전 이후 2년 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어 시장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 기술 수출로 단박에 의구심을 풀었다. 이로써 에이프릴바이오가 단 2건의 계약으로 벌어들일 돈(누적 마일스톤)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금자산을 900억원 확보해 재무 구조가 탄탄해졌고, 올해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이프릴바이오는 올해 매출 267억원, 영업이익 66억5000만원으로 상장 3년 차에 기술 수출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은 APB-R3 선급금 207억원에 APB-A1 마일스톤 60억원(올해 3분기 임상 2상 환자 투약 마일스톤)을 합산한 값으로, 판관비를 200억원으로 보수적으로 계산해 영업이익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룬드벡 기술 수출 이은 쾌거

기술특례상장 2년 만에 흑자 가능성

회사 주가는 크게 뛰었다. 6월 초 1만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기술 수출 계약 체결 이후 2만원대까지 치솟았고, 6월 26일 기준 1만9290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4190억원으로 불어났다. 회사 오너 차상훈 대표 지분 가치도 크게 뛰었다. 차 대표는 배우자 지분을 포함해 회사 주식 20.57%를 가진 최대주주다. 현 시가총액 규모로 환산하면 차 대표 지분 가치는 8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차 대표는 교수 출신이다. 강원대에서 환경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몬태나주립대와 캘리포니아대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로 재직하다 2013년 에이프릴바이오를 교원창업했다. 회사도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건물에 있다. 차 대표가 가르쳤던 제자 여럿이 회사에 합류했다.

차 대표 성공 스토리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특례로 상장한 지 2년밖에 안 돼 ‘대박’을 터트려서다. 그는 상장 초기부터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은 적자가 이어져도 매출 요건만 충족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바이오 본업과 관련 없는 사업으로 매출만 일으키는 사례가 허다했다. 반면 차 대표는 상장 초기부터 기술에 자신감을 보였고, 이번 기술 수출로 이를 입증했다.

SAFA는 차 대표가 교수 시절 개발했다. 약효단백질 반감기를 증대시키는 지속형 원천 기술이다. 2건의 기술 수출 계약 모두 이 기술을 활용한 신약이다. 기본적으로 염증·암 부위 타깃에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해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알려졌다.

약효단백질의 반감기를 증대

비만 치료제나 ADC로 접목 기대

이 기술은 자가염증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뿐 아니라 다른 신약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비만(GLP-1계열) 치료제,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등에도 적용 가능할 듯 보인다. 지난해 6월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APB-R3의 GLP-1과 병용투여를 통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또한 비독점적으로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고객사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권리를 이전하는 식이다. 이런 전략은 계약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아 여러 기업에 기술 수출이 가능하다. 비독점적 기술 수출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바이오텍이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 단백질이나 항체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바꾸는 원천 기술 ALT-B4를 보유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누적 계약 규모만 7조원이다.

차 대표의 기술이전 성공 비결로 사업개발(BD·Business Development)에 집중한 점이 꼽히기도 한다. 차 대표는 후기 임상 진입보다 임상 1상 후 기술이전에 초점을 맞췄다. 올 초 사업개발(BD) 전략을 총괄하는 박현선 COO(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을 영입하며 더욱 힘을 실었다. 박 부사장은 미국 현지 바이오텍과 CHDI 재단에서 20여년간 연구개발 포트폴리오 구축과 글로벌 기술 협약을 주도한 사업개발 전문가다.

차 대표 역시 최근까지 미국 데이비스 지역에 거주하며 기술이전을 타진했다. 차 대표는 미국 UC데이비스대에서 면역학 박사와 포닥(박사후연구원)을 지내 현지 사정에 능통하다. 계약 상대방인 미국 에보뮨 본사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시에 위치해 있다. 데이비스시와는 차로 2시간 내외 거리다. 현지에서 세부 조건을 논의하는 등 경영진 간 소통하며 기술이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에이프릴바이오 측은 “2년 전부터 JPM, BIO USA 등 해외 학회에서 여러 바이오텍과 관계를 맺었다”며 “전임상에 진입 후 타깃 물질에 대해 다방면으로 논의해왔고 이번에 성과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술이전으로 SAFA 플랫폼과 회사 신뢰도가 높아졌고 향후 항체약물접합체나 비만 치료제 플랫폼 사업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며 “하반기 APB-A1의 임상 2상 돌입이 예정됐다”고 덧붙였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에이프릴바이오가 가진 플랫폼은 국내에서도 손꼽는 높은 수준의 기술로, 차 대표의 10년 연구가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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