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언과 폭력없이 엘리트선수 양성은 불가능한가

2024. 7. 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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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은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겸임교수


스포츠에서 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선 코치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코치의 지도능력은 선수의 경기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며 선수의 미래를 위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손웅정 감독(SON 축구아카데미)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운동선수의 성장과정에서 폭력과 폭언이 필요악이라는 주장과, 엘리트 지상주의를 위한 폭력은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 용납되서는 안 된다는 상반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축구아카데미가 아닌 학업을 위한 학원에서 아이의 성적을 더 올리기 위해 욕을 하거나 폭행을 가했다면 아마 대중의 의견은 위와 같이 둘로 나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선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폭력과 체벌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일부 생각들로 인해 선수들은 여전히 인권에 취약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2020년 스포츠윤리센터의 출범 이후 인권교육이 의무화 되고 있으며 가해자 처벌을 현실화 하는 등 체육계 안에서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현장에서 어느정도의 폭력(언어적, 신체적)과 체벌은 용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체육현장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는 “선수들의 인권이 강화되는 것은 매우 환영하지만 이를 잘못 악용하는 선수들이 있고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예전처럼 선수를 키워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체육현장에서 폭력과 체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스포츠 폭력이 계속해서 용인되는 이유는 어려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본성 때문이다. 남보다 더 빠르게, 남보다 더 강하게, 남보다 더 높게, 모든 스포츠는 타인보다 더 탁월한 수행을 보여야 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더 강한 트레이닝이 수반된다. 때문에 신체적 체벌도 체력훈련의 일종으로 둔갑되기도 하며 더 강한 힘을 위해서는 때로는 맵집도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폭력이 용인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승리에 대한 과도한 열망 때문이다. 스포츠는 승VS패, 금·은·동, 1등,2등,3등 이렇게 결과가 매번 명확하게 구분되고 그 결과로 모든 과정의 노력을 평가받는다. 즉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은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그 동안 선수가 공들인 노력은 전부 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 눈앞에 있는 경기를 이기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감독, 코치, 선수의 부모에게도 있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환경을 당연시 여기기도 한다.

세 번째는 감독, 코치의 ‘팀의 사유화’ 인식 때문이다. 하나의 팀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는 그 집단 안에서 힘과 권력을 갖고 있다. “우리팀에서 축구하고 싶고 야구하고 싶으면 내 훈련방식대로 잘 따라와야해” “내 팀에서 운동하고 싶으면 팀의 규칙을 무조건 지켜야 해” 감독과 코치에게 주어진 팀 내 권력과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었을 때 선수들은 스포츠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포츠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책은 없는 것일까?

첫 번째로 ‘스포츠 인권감수성’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이후 스포츠 인권감수성이 많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선수들은 그들의 꿈을 담보로 폭언과 폭행에 노출되어 있다.코치들은 선수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운동의 재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이 폭력과 폭언이 아닌, 건강한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강압적인 훈련 분위기 속에서 얻어낸 성과는 단시간에는 기쁨과 성취감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 으로는 선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치게 되어 인생의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각 종목별 지도, 코칭 방식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으로 손웅정 감독의 과거 발언들이 재조명 되고 있다. “과거 본인도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자랐다” “과거에 내가 흥민이 많이 때렸다” 축구를 배우고 가르치는데 있어 폭력이 있었다는 발언들은 비단 손웅정 감독의 경험만은 아니다. 사실 스포츠 폭력의 가해자들 대부분 “나 또한 맞으며 훈련했다” “이렇게 강압적인 훈련방법이 아니면 어떻게 실력을 키워주냐” 등 엘리트 스포츠의 세습이 폭력의 원인이라고 발언한 것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거 전통적인 코칭방식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 과거 훈련방식이 아닌 종목별 새로운 코칭방식과 지도지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스포츠과학을 현장에 맞게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유소년 심리의 발달단계에 대해 이해하고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선수의 멘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체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의 정신력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강인한 정신력은 단순히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전인적 성장의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강인한 정신력은 동기, 자신감, 의지력, 목표, 회복탄력성, 스트레스관리 등의 다양한 요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정신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한 상황이다. 스포츠심리학과 스포츠코칭학을 기반으로 선수의 마음을 함께 이해하고 키워낼 수 있는 코치의 역량이 갖춰졌을 때 스포츠폭력 없이도 ‘제 2의 손흥민’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포츠폭력 없는 환경에서 선수들이 꿈을 향해 운동하려면 선수들 또한 스포츠폭력을 당연시 해서는 안되며 스스로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 강인한 정신력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코치들은 선수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운동현장에 폭력과 폭언을 배제하고, 선수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스포츠계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더 건강하고 강한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를 통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정은 숙명여대 체육교육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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