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없이 24시간 주식투자하는 AI…'인간 고수' 넘어설까 [트랜D]

트랜D 2024. 7.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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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다’

투자 시장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그만큼 금융 상품을 사고파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투자자는 여러 경제 지표와 상황·차트 등을 보면서 정량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투자하지만, 심리적인 요인에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몇 번이고 고민하거나, 공포에 사로잡혀 ‘패닉 셀(공포 매도·Panic Sell)’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매매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인공지능 투자. 사진 유나이트AI


로보어드바이저 시대


미리 프로그래밍이 된 알고리즘을 통해 컴퓨터 혹은 프로그램이 투자 결정을 하는 행위를 로보어드바이저(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목표 수익률 등 조건을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자산을 운용합니다.

최신 IT 기술의 힘을 빌리는 투자 방식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80년대부터 여러 회사가 자동화 거래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여러 IT 기업이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스타트업 투자 붐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이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투자 전문가의 조언 대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기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었지만, 지금은 소액 자산으로 투자하는 누구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베터먼트. 사진 베터먼트

현재 미국에는 수백여 개 회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다수의 기업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는 2027년에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약 3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몰리는 투자금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24시간 쉴새 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감정의 개입 없이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기계처럼 매매가 가능합니다.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투자 정보를 학습하고 판단하니, 이보다 좋은 투자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공지능이 투자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까


최근 AI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방식은 국내·외 은행, 증권사 등이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AI를 금융사에서 활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챗봇을 활용한 투자자 데이터 확보입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AI 챗봇이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고객별 맞춤 자산관리 전략을 수립합니다. 생성형 AI 기반 챗봇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기 때문에 최신 정보나 뉴스를 업데이트해 반영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고객별로 개인별 투자 전략 수립이 가능한 이유는 이러한 데이터 수집과 처리 능력 덕분입니다. 최근에는 주식 같은 투자 외에 퇴직연금과 같은 장기적인 금융 상품도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이 가능한 규제 샌드 박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AI와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동으로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여러 테스트와 최적화를 통해 성능을 높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트레이딩 전략에 도입하면 효율성 증대, 정확도 향상, 감정 및 편향성 감소 등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진 엔바토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와 로보어드바이저의 성능과 활용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컴퓨터가 모든 미래를 내다보는 마법의 수정 구슬은 아닙니다. 아무리 AI라 해도 세상의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에서 ‘인공지능 투자’를 검색하면 인공지능이 내 돈을 관리해준다는 수많은 광고가 쏟아져 나옵니다. 2023년 미국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이러한 광고로 인해 투자자 3명 중 1명이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신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명 금융 회사에서 경고하듯이 우리의 자산은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9·11 테러, 2008년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같은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사건으로 금융 시장이 요동쳤습니다. 이러한 외부 요소를 즉각 반영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AI도 할 수 없습니다.


AI 로봇과 투자 고수의 대결


AI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간 투자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AI는 언제나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 없이 의사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항상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할까요?

만약 AI와 소프트웨어가 항상 수익만 내는 매매와 투자가 가능하다면, 전 세계 모든 투자자가 같은 방식을 사용해야 하고, 누구나 수익을 봐야 합니다. 모두가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는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잘못된 데이터 입력으로 AI가 할루시네이션 현상(거짓 정보를 생성하고 판단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의 근본적인 결함 문제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투자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면 이미 투자 시장은 붕괴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엔바토

많은 투자자가 AI나 컴퓨터가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경영 심리학자는 일부 사람들은 인간보다 컴퓨터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감정에 흔들리지만, 기계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AI는 아직 보조 수단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보완의 수단으로 AI를 사용하고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은 직접 해야 합니다. 24시간 투자가 불가능한 인간 대신 AI가 투자를 대신할 수 있지만, 인간이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분석을 지시해야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투자자는 없습니다. AI가 완벽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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