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유학 오세요, 공짜입니다"…저출생 핀란드의 파격 실험
핀란드 동부 작은 마을 라우타바라의 고등학교에는 매년 20명 이상의 신입생이 입학했다. 그러나 저출생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올가을 입학하는 핀란드 학생은 12명에 그친다. 이에 마리안 코르칼라이넨 교장은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미얀마·베트남·아프리카 탄자니아 등에서 학생 여섯 명을 초청하기로 했다. 이들은 핀란드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핀란드 학교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게 된다.
이처럼 핀란드 일부 고등학교에선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외국 학생들을 초청해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전했다.
외국인 고등학생을 핀란드 학교로 데려와 가르친다는 아이디어는 핀란드 교육 스타트업 파이니스트 퓨처가 처음 내놨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게임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의 공동창업자 피터 베스터바카가 2020년 공동 설립한 파이니스트 퓨처는 베트남·태국·방글라데시·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튀르키예 등지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올해 유치 목표는 1500명이다.
궁극적으로는 핀란드 고교에 매년 외국인 학생을 약 1만5000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핀란드(인구 550만명)의 고등학생은 약 11만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일부 고교에서는 핀란드인 학생보다 외국인 학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학생 입장에서는 값비싼 영국 기숙학교에 유학하는 것에 비교하면 비용 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핀란드어를 배워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무료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몇 년 뒤 대학도 공짜로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파격적인 실험엔 저출생 추세 탓에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핀란드의 고민이 담겼다. 유럽연합(EU) 통계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핀란드 4~18세 인구는 10% 줄어들 전망이다. 핀란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1.26명)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지역 학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핀란드의 지역 학교 수백 곳이 학생 수 격감 때문에 문을 닫았다. 일부 지역에선 무료 운전 강습, 현금 장학금 등의 혜택을 걸고 '학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핀란드의 외국인 고등학생 유치는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선점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베스터바카는 이코노미스트에 "외국인 고등학생을 유치하면 장기적으로 모든 핀란드인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스터바카는 "10대 때 핀란드에 와서 언어를 배우고 핀란드 시스템에서 교육받은 외국인은 성인이 된 뒤 숙련 노동자 프로그램으로 들어온 외국인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며 "정부가 외국인 학생 교육에 지출하는 돈보다 외국인 학생들이 성장해서 핀란드에 가져다줄 돈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헬싱키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외국인 고등학생 유치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교육 서비스의 수혜자인) 핀란드 학생 입장에서는 소수의 대형 학교에 지원을 집중하는 정책이 작은 학교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핀란드의 이번 실험은 학교 운영에 귀중한 교훈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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