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오! 누가 홀로살아남길 원하겠는가

2024. 7. 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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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음악평론가

아일랜드의 킬케니 카운티에는 젠킨스타운이라는 이름의 성이 있었다. 1805년, 이 성을 찾은 아일랜드 시인 토머스 모어는 정원을 산책하던 중 꽃잎이 다 떨어진 장미 나무에 꽃 한 송이가 혼자 외로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그는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사람의 마음을 담은 시를 지었는데, 그것이 ‘여름의 마지막 장미’이다.

흔히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한다. 여름날 정원에서 가장 화려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것이 장미이다. 하지만 여름이 끝나면 장미의 전성기도 끝이 난다. 전성기가 찬란했던 만큼 그 몰락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한때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장미가 쭈글쭈글한 꽃잎을 하나 둘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생명이 참 덧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토머스 모어의 시는 나중에 노래로 불렸다. 노래에는 몇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독일 작곡가 플로토의 오페라 ‘마르타’에 나오는 ‘마지막 장미’이다.

플로토

“친구들이 떠나면 나도 곧 그들을 따라가리. 진실한 영혼들이 죽어 누워있고, 다정한 벗들이 저 세상으로 날아가 버렸을 때, 오! 누가 홀로 살아남기를 원하겠는가. 이토록 삭막한 세상에”

마지막 절의 가사가 가슴을 울린다. 인생의 말년에 사랑하는 친구들이 한둘씩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그저 슬프기만 한 노래는 아니다. 그 안에 위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절에 보면 “외로운 그대 홀로 남겨두고 나 떠나지 않으리”라는 가사가 나온다. 혼자 세상을 떠나는 사람에게 이처럼 위로가 되는 말이 또 있을까. 이 말처럼 누군가 마지막까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면, 먼 길을 떠나는 나에게 따뜻한 작별 인사를 해준다면 그래도 편안하게 이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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