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인 노동자는 일회용이 아니다

2024. 7. 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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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시작한 한국은 80년대까지 노동력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 노동집약적 제조업·건설업, 소위 3D 업종의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외국인 노동력의 공급·활용만 생각했지 외국인 고용으로 파생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한시적 고용을 전제로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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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196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시작한 한국은 80년대까지 노동력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 노동집약적 제조업·건설업, 소위 3D 업종의 인력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91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연수생 형태로 활용하는 제도를 시행했는데, 연수생 신분을 벗어난 불법취업이 빈발했다. 2003년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을 제정하고,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외국인 고용 제도는 고용허가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설업, 제조업, 농림·어업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업종에서도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외국인 노동력의 공급·활용만 생각했지 외국인 고용으로 파생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고민은 깊지 않다. 사회통합 차원의 거시적 고민도 필요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생산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면하는 임금 체불, 관리자 횡포 등의 노동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로 외국인 노동자 18명이 희생된 것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통한 ‘생산’에 방점을 두면서 ‘안전’을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한시적 고용을 전제로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했다. 연수생이든 고용허가제든 외국인 노동자는 언제가 자국으로 돌아갈 것을 전제했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최대한 많은 소득을 기대하면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처음 소개받은 사업장을 벗어나 일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안전 문제는 형해화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언젠가 돌아갈 외국인 노동자에게 체계적인 안전보건 교육을 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한다. 인력 업체를 통해 필요한 경우에만 저임금으로 활용하니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는 언어 문제로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 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돼 효과가 낮고, 한국인 관리자에게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나 위험 상황에서 작업 중지를 적절하게 요구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단기고용(임시일용직)과 잦은 이직은 사업장 전반의 안전문화를 저해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위험물질뿐 아니라 개인장비와 설비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교육도 필요하고, 아울러 사업 장소에 대한 정보와 교육도 중요하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 희생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대피로를 알지 못했다는 지적은 특히 안타깝다. 대피로 정보뿐 아니라 사업장 내 어느 곳에 어떤 설비와 시설이 있고, 안전 장비는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하면 업무상 사고 위험이 커지고 대처는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소통도 쉽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일회용으로 활용하는 노동력, 언젠가 돌아갈 노동력으로 생각하며 사업장 안전문화 형성에는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계속 증가할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반영한 새로운 외국인 고용 제도를 설계할 때는 사업장 안전보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의사소통의 어려움, 중소 영세업체 취업과 잦은 이직, 인력 업체를 통한 취업 등의 특수성을 반영한 산업안전보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안전보건 교육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고 이해 수준에 따라 진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 취업 실태 및 재해 발생 특성에 대해 심층적 분석이 가능한 외국인 산재통계 데이터도 생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할 때 활용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된다는 우리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에서라면 외국인 산업재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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