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꽃

최경식 2024. 7. 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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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회복 캠페인]
미얀마 다케다·타욱짠 지역을 가다
임다윗(맨 오른쪽) 충만한교회 목사와 조영생(맨 왼쪽) 선교사가 지난 12일 미얀마 타욱짠에서 도킨누웨 할머니 및 그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도킨누웨.


지난 달 12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동남쪽 다케다에 거주하는 슌 야디 표(11)를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우기 때인지라 비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비포장 도로는 질퍽했고 앞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많았다. 높은 습도로 대기는 후텁지근했다. 이 모든 상황은 그를 만나기 위해 감수해야 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총 22채였다. 이 가운데 한 곳에 들어가 슌 야디 표와 그 부모를 만났다. 집 내부는 생각보다 비좁았다. 삶의 질이 열악해 보였지만 슌 야디 표와 부모는 환한 얼굴로 일행을 맞이했다. 미얀마 특유의 인사말인 “밍글라바”(안녕하세요)를 외치면서. 임다윗(충만한교회) 목사와 박재범 희망친구 기아대책 부문장 등은 한국식 인사로 화답했다.

생존의 기로, 희망의 손길
슌 야디 표는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 그는 심방 중격 결손이라는 질병을 안고 태어났다. 조금만 걸어가도 숨이 차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수술비가 없어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 비용을 마련한다 해도 열악한 미얀마 의료 여건상 오랜기간 대기를 해야만 했다. 몸이 안 좋으니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이때 희망의 손길을 내밀어준 곳이 기아대책이다. 다케다 CDP센터는 지난해 11월 슌 야디 표가 심장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슌 야디 표는 병상에서 일어나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우울했던 가정에 다시 활력이 샘솟았다. 슌 야디 표는 물론 부모도 웃음 짓는 일이 많아졌다. 아울러 센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슌 야디 표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주일학교와 방과 후 수업 등에 자발적으로 나갔고 부모도 학부모 모임 등에 동참하고 있다. 원래 신앙이 없었던 부모는 영적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슌 야디 표는 꿈을 꾸게 됐다. 그는 계산하는 것이 재미있어 미래에 수학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만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슌 야디 표 가족은 지금 거주하는 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집 주인의 마음에 따라 거주 형편이 악화될 수 있다.

슌 야디 표와 부모는 임 목사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임 목사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제공해 달라”고 기도했다. 센터에서도 슌 야디 표 가족에게 지속가능한 지원을 약속했다.

기적을 일구는 한 알의 밀알
방문단 일행은 양곤시내에서 20여 ㎞ 떨어진 타욱짠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시골에서 이주해 온 이들이 많은 지역이다. 주택 임대료가 저렴해 가난한 도시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타욱짠으로 가는 목적은 도킨누웨(63) 할머니, 그리고 기아대책과 결연한 두 명의 손자 손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 또한 슌 야디 표의 경우처럼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나무로 지어진 도킨누웨의 집은 비교적 넓어보였다. 가정집만이 아닌 다른 용도로도 사용 중이었다. 주일학교와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교육관이었다. 도킨누웨네 집은 해당 마을에서 처음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가정이었다. 마을에 복음의 씨앗을 처음 심은 선구자인 셈이다. 도킨누웨는 불심 깊은 신자였다. 하지만 며느리의 권유로 혼자 교회를 나오기 시작하면서 신앙을 갖게 됐다.

하지만 도킨누웨 할머니가 신앙을 받아들이기까지 가족들로부터의 핍박이 거셌다. 특히 남편의 핍박으로 인해 할머니는 집을 나와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아야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날 강풍이 불어닥쳐 가족들의 집은 모두 부서졌지만 도킨누웨가 거주하는 오두막만 건재했던 것이다. 이에 가족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킨누웨 할머니의 꿈
남편의 질병이 심각해졌을 때도 도킨누웨의 기도로 치유되는 일이 있었다. 결국 남편을 비롯해 가족 전체가 바뀌게 됐다. 도킨누웨 할머니는 “수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목도했다”며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남편과 아들이 신앙을 갖게 만든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자와 손녀가 한국의 기아대책 타욱짠 센터의 지원과 각종 교육 혜택을 받으며 꿈을 키워나가는 게 또 하나의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도킨누웨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 가정을 넘어 이웃과 마을 구석구석 전체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비록 불심이 강한 마을이지만 끈질기게 노력하다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타욱짠 센터도 해당 목표가 달성되는 날까지 도킨누웨와 그 가족들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다케다·타욱짠(미얀마)=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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