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재가동하면 멸종위기 1급 수염풍뎅이 죽는다"

김병기 2024. 7.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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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보철거시민행동 "세종보 천막농성장 주변에서 암수 1쌍 확인... 보전 대책 마련해야"

[김병기 기자]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수염풍뎅이
ⓒ 대전충남녹색연합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장 주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수염풍뎅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돼 서식처 보전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한다면 수염풍뎅이 서식처와 애벌레를 수장시킬 것이기에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면서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등에 멸종위기종 발견 제보를 접수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은 "지난 6월 27일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염풍뎅이 성체 1 쌍을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염풍뎅이 성충은 늦봄부터 가을까지 볼 수 있으며, 주로 6~7월에 많이 관찰된다. 이번에 확인된 수염풍뎅이는 35.5mm 성체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농성장에서 확인됐다.

애벌레로 4년... 땅속에서 활동하기에 '담수' 치명적

수염풍뎅이의 몸 길이 대략 30~37mm, 폭 16~19mm로 우리나라 검정풍뎅이 중 가장 크다. 몸통은 뚱뚱한 타원형이며 짙은 적갈색으로, 등에 짧은 비늘털이 얼룩무늬를 이루고 있다. 수컷의 더듬이 끝부분이 부채처럼 펼쳐진다. 특히 수염풍뎅이는 알에서 성충까지 4년이 걸리는 애벌레 월동 기간에 땅속에서 나무나 풀뿌리 등을 먹으며 자라기에 담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서울특별시, 경기도 파주, 충남 논산, 제주도 등 전역에 서식하였으나, 최근에는 강변이나 하천 환경의 변화로 애벌레의 서식처가 없어져 개체수가 급감, 충남 논산과 부여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수염풍뎅이
ⓒ 대전충남녹색연합
환경부-국립생태원, 수염풍뎅이 서식처 보전 활동

지난 2023년,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천막농성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금강 이응교에서도 수염풍뎅이를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두 기관은 "금강 주변 일부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종"이라며, 종 보전을 위한 캠페인을 열었다. 이들은 또 강변에 서식하는 수염풍뎅이의 경우 침수나 범람으로 인해 땅속에 사는 수염풍뎅이 애벌레가 피해를 입기도 하고, 빛 공해로 도심에서 피해받는 성충이 많다며 시민들에게 보호와 제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 2020년에도 "충북 청주시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염풍뎅이의 신규 서식지를 발견했다"면서 수염풍뎅이 발견 제보가 접수된 뒤 조사팀을 파견해서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주민 홍보 및 서식지 보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민행동은 "세종보 상류지점에서 수염풍뎅이가 확인된 만큼 세종보 재가동으로 담수되면, 환경부의 말처럼 침수로 인한 수염풍뎅이 애벌레의 피해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면서 "침수와 범람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환경부의 세종보 담수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환경부가 담수를 강행한다면, 시민들에게는 멸종위기종 보전을 요청하면서 정작 스스로가 멸종위기종을 죽이는 자기분열적 행정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환경부의 세종보 담수 강행은 흰목물떼새에 이어 멸종위기종을 스스로 죽이는 일임이 계속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또 "환경부가 할 일은 시급성도 없고 당위성도 떨어지는 세종보 담수 강행이 아니라 세종보 상류에 다시 자리잡고 있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정밀조사와 보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수염풍뎅이를 수장시키는 세종보 담수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임도훈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오늘(1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제보를 접수했고, 다음주 중으로 현장 조사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환경부 자연보전국에도 전화를 걸어 수염풍뎅이 개체수 조사와 서식처 보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6월 12일 환경부 장관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감시민행동은 12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한화진 환경부장관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한편, 시민행동은 지난 6월 12일 한화진 환경부장관을 '야생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바 있다. 환경부가 지난 4월 무단으로 공주보 수문을 닫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목물떼새 등이 산란 서식지를 수장시켰다는 혐의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힌 뒤 세종시 남부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세종보에서 합강 습지까지 형성된 하중도 또한 흰목물떼새 등 물떼새의 주 산란 서식지로 활용되고 있다. 세종보 바닥보호공 인근에는 수달발자국과 배설물이 즐비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에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보호는 커녕,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매년 보 개방 모니터링을 통해 멸종위기종과 야생생물 서식에 대한 자료를 환경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보 운용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환경부를 고의적으로 훼손을 자행하는 확신범으로 고발한다."

- 관련 기사 : "명승지 고마나루 악취 진동... 환경부장관 '확신범' 고발" https://omn.kr/291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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