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냉전시대 회귀하는 동북아

2024. 7. 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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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북·러 간 정치, 경제, 군사, 사회·문화 등 전 부문의 협력 사안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약 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유엔헌장 51조와 북한법 및 러시아법에 준해 지체 없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러 관계가 냉전시대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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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북·러 간 정치, 경제, 군사, 사회·문화 등 전 부문의 협력 사안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조약은 어느 한쪽이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며, 사실상(de facto) 군사동맹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침공받을 경우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한다’는 표현은 1961년 체결됐다가 96년 폐기된 ‘조·소 우호 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담겼던 내용이다.

조약 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 유엔헌장 51조와 북한법 및 러시아법에 준해 지체 없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사실상 복원으로 해석한다. 이는 북·러 관계가 냉전시대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음을 시사한다. 북·러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도 북·중·러 삼각편대의 한 축으로 사실상 북·러의 든든한 후원세력을 자처하고 있다. 과연 동북아는 냉전시대의 대결적 태세로 돌아갈 것인가.

우선 이번 조약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개입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허들이 몇 가지 있다. 유엔헌장 51조는 국가가 무력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북·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러시아의 한반도 군사개입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단 이는 유엔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 국한된다.

또 러시아법에 의하면 러시아군 해외 파병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인 두마가 결정한다. 푸틴의 입장에선 북한과 약속한 자동개입을 빠져나갈 구멍을 2개나 마련한 셈이다. 그와 함께 북·러 조약 3조에서는 전쟁 위기 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수 있도록 협상통로를 즉각 가동시킨다고 명시해 자동개입에 대한 제어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또 다른 것은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이번 북·러 조약을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사회주의 국가끼리는 민감한 언급을 자제하는 전통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평 거부는 결국 북·러 밀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내심의 반영이며 북·중·러가 하나로 묶여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불만의 표시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이 자국을 이 연대에 끌어들이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유보적이다. 북·러 밀착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고유한 레버리지가 약해지는 것과 북한이 중국보다 러시아 무기체계와 영향권에 종속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방의 제재로 경제난이 악화되고 중국은 미온적 지원에 머무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손잡을 곳은 북한뿐이다. 언젠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을 전제한다면 러시아는 한·러 관계의 극단적 파탄을 원치 않는다. 그런 이유로 북·러 조약에도 불구하고 북·중·러 연대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동북아 냉전이 재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 지역이 대결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역내 모든 국가의 이익에 역행하는 사태다. 이를 막으려면 과잉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을 피해야 한다. 한국은 대북 억제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중·러도 레드라인을 넘어선 안 된다. 예를 들면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이나 최근 북한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다탄두개별유도탄(MIRV)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에는 최악의 안보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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