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한동훈은 여당과 보수를 구할 수 있을까

2024. 7. 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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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출마선언에 담긴 세 가지 의미
①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
② 콘텐츠의 빈약함 극복
③ 남 탓하는 정치 반성

‘한나땡’ 가고 ‘한대위’ 오면
여·야의 못난이 경쟁 바뀔까

여야 각 당의 전당대회 일정이 잡혔다. 국민의힘은 7월 23일, 더불어민주당은 8월 18일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가 강력해 이변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무래도 관심이 적어진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급 정치인들이 출마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동훈·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왜 패배했을까. 2월 말~3월 1주차까지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더 많았다.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였다. 그러나 3월 1주차 이후 국면이 바뀌었다. 세 가지 사건이 터졌다. 조국혁신당 돌풍,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출국, 대파 논란. 이 중 두 가지는 ‘용산발 이슈’였다. 민주당 압승의 최대 배후세력은 결과적으로 용산 대통령실이었다.

질문을 바꿔보자. 지난 총선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패배했을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어정쩡했다. 둘째, 콘텐츠가 빈약했다. 셋째,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상징되는 야당 탓에 안주했다.

지난달 23일 한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출마선언문을 보면 총선 패배 원인을 복기(復棋)했음을 알 수 있다. 총 발언시간은 28분이었다. 다른 세 명의 후보를 합친 것보다 많은 분량이었다. 첫째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채 해병 특검’의 독자 발의가 대표적이다. 단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다. 이 방안은 민주당이 받기 어려운 카드다. 다만 프레임은 바뀌게 된다. 특검에 대한 찬성·반대 구도에서 ‘특검 추천권의 적절성’으로 바뀌게 된다. ‘공세적인 방어’ 전략인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콘텐츠의 빈약함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단락에 부분적으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문구로 “원전, 유전은 우파의 것이고 신재생에너지는 좌파의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정치적 도식을 깨부수겠다”고 밝힌다. 야당과 협력하고, 필요하다면 “야당에 설득을 당하겠다”는 표현도 사용한다. 정책적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거듭 강조한다.

셋째, 남탓의 정치학에 대한 반성도 반영돼 있다. 28분의 출마선언 전체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다. ‘남탓의 정치학’에 안주하지 않고 어떤 보수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비전과 포부를 밝히는 것에 집중했다.

‘채 해병 특검’의 독자적인 발의는 경선의 최대 이슈가 됐다. 다른 후보들은 한 후보에게 ‘배신의 정치’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응은 어떨까. 국민의힘 대표 경선 방식은 당심 80%, 여론조사 20%를 반영한다. 여론조사도 지지층+무당층에 국한된다. 결국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을 보면 당심과 여론조사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발표된 여론조사 중 대표적인 두 개를 살펴보자.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한동훈 59%, 원희룡 16%, 나경원 13%, 윤상현 6%, 모르겠다 7%였다.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한동훈 55%, 원희룡 19%, 나경원 14%, 윤상현 3%, 모르겠다 9%였다. 에이스리서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였고, 한국갤럽은 전화면접이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했던 우상호 전 의원은 재밌는 논평을 했다. 처음에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으로 생각했는데, 출마선언문을 보니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위협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테면 ‘한나땡’은 가고, ‘한대위’(한동훈 대표되면 위협적)가 등장한 셈이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던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의 적극 지지층 일부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민주당의 과도한 조치들은 한 축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 때문이지만 다른 한 축으로는 용산 대통령실이 여전히 민주당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좀 못해도 용산 대통령실이 더 못하니 괜찮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당과 야당의 못난이 경쟁은 대한민국을 후퇴시키고, 여당과 야당의 잘하기 경쟁만이 대한민국을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 ‘한나땡’이 가고 ‘한대위’가 오면 상황은 바뀔 것인가. 지켜볼 문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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