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대중 수출통제 한국 협력하면 ‘관세 대화’ 잘 풀릴 것” [김형구의 USA 오디세이]

김형구 2024. 7. 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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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특파원

" “트럼프가 돌아올 때 한국이 미국에서 더욱 활발한 기업 활동을 하려 한다면 중국과의 관계 축소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나심 푸셀 전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 국제통상법무실장) "
" “'바이든 2.0'이 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청정에너지 전환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것입니다.”(사라 비앙키 전 미 무역대표부ㆍUSTR 부대표) "

미국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이 열리면서 미국 대선 레이스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둘 중 누가 이기든 차기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무역·통상 장벽을 강화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상황이다. 11월 대선 결과가 미국의 통상 정책에 미칠 영향과 한국의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전·현 정부 및 한국 정부 통상 분야 전문가와 토론회를 가졌다.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사라 비앙키 전 부대표(현 에버코어ISI 수석정책전략가), 미 상원 재정위 국제통상법무실장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 때 통상 분야 법무를 맡은 나심 푸셀 전 실장(현 랏식스틴 수석부사장)이 참여했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주미한국대사관 상무관을 지내며 한·미 FTA 재협상 등을 담당했던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이 진행을 도왔다.

11월 대선 결과가 미국의 무역ㆍ통상정책에 미칠 영향과 한국 정부의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컨설팅기업 에버코어ISI 사무실에서 중앙일보가 미국 전ㆍ현 정부 및 한국 정부 통상 분야 핵심부에 있었던 전문가와 함께 토론회를 진행했다. 나심 푸셀 전 상원 재정위 국제통상법무실장,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사라 비앙키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왼쪽부터).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미 차기 정부 과제 1순위?…“감세” “중국”


차기 미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를 두고 푸셀 전 실장은 “과거 트럼프 정부 때 시행하고 2025년 만료 예정인 대규모 감세 조치(Tax Cut) 연장 문제가 가장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앙키 전 부대표는 “‘투두(To-do) 리스트’의 제1순위는 중국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ㆍ중 경쟁 격화 국면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명한 선택을 묻자 “미국의 공급망 확보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된 문제는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비앙키 전 부대표),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싶다면 중국 경제와의 관계를 줄이거나 가급적 끊는 것이 좋을 것”(푸셀 전 실장)이라고 했다. 여 전 본부장은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FTA 개정 및 철강 232조 협상을 가장 먼저 타결해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상교역 환경을 누렸던 경험이 있다”며 “트럼프 컴백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리 전략을 짜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등 FTA 파트너도 보편관세 대상”


▶여한구 전 본부장=트럼프는 ‘10% 보편 관세’를 공언하고 있다. 동맹국이자 FTA 파트너인 한국에도 적용될까.
▶비앙키 전 부대표=소득세를 줄이고 관세로 대체하겠다는 트럼프의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의 세수(稅收)를 늘리기 위해선 멕시코·캐나다·한국 같은 FTA 파트너도 포함시켜야 한다.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이들 국가를 보편관세 대상에서 뺄 수 있겠는가.
▶푸셀 전 실장=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큰 그림으로 보면 좋겠다. 한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 등 트럼프 행정부 우선순위가 될 분야에서 미국에 협력한다면 ‘10% 보편관세’ 방침과 관련해 더 유리한 대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컨설팅기업 에버코어ISI 사무실에서 진행한 토론회에 참석한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트럼프 2.0, IRA 전면 철회 어려워”


▶여한구='트럼프 2.0'(재집권)이 되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이 180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그중 하나가 클린에너지 정책이다. ‘트럼프가 다 뒤집으면 어떡하지’ 하는 업계 목소리도 들린다.
▶비앙키=클린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는 IRA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뒤엎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미국 전역에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대부분의 지역구에 IRA가 부른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푸셀=트럼프의 경제 책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지속가능한 청정 철강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빌 캐시디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탄소관세법안’(탄소 배출이 높은 외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도 지지했다. 트럼프 2.0에서도 친환경 산업이 설 자리는 충분히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컨설팅기업 에버코어ISI 사무실에서 진행한 토론회에 참석한 나심 푸셀 전 상원 재정위 국제통상법무실장.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바이든 2.0, IRA 드라이브 더 박차”


▶여한구=미국의 대중국 디리스킹(위험제거) 기조 속에 한국의 대중국 무역이 감소하면서 대미 수출이 약 20년 만에 대중 수출을 넘어섰다. 미국의 통상 정책은 한국의 교역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키곤 했다.
▶비앙키=바이든 2.0이 되면 IRA 시행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바이든은 청정에너지 경제 전환을 큰 치적으로 생각한다. IRA를 더욱 실행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훨씬 유연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푸셀=지난해 중국의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박탈 문제를 두고 미 의회 논쟁이 있었을 때 공화당 일부 의원들조차 ‘그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고 했을 만큼 대중국 관세 폭탄에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예단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럼프 재집권시 PNTR 철회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는 높다고 본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컨설팅기업 에버코어ISI 사무실에서 진행한 토론회에 참석한 사라 비앙키 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 주시해야”


토론회에선 수입품에 매기는 높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심화해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작용을 키울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비앙키=사실 관세는 그 자체가 정책이라기보다 협상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인플레이션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미국의 유권자가 인플레이션 유발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식 관세 만능주의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셀=라이트하이저의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No Trade Is Free)』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1985년 레이건 행정부가 했던 플라자 합의처럼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협상을 통해 통화 가치를 일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나는 이 대목을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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