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소통카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독

2024. 7. 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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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끝이 없는 거짓말 행진이다. 오물이 가득한 풍선이 “인민의 표현의 자유” “한국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것이란다. 북한(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억지이다. 지난 5월 28일 밤부터 북한에서 날라 온 오물 풍선은 ‘똥’ ‘기생충’ ‘가축분뇨’ ‘폐종이’ ‘잡동사니 생활폐품’ 더미였다. 6월 25일 오전 9시 현재 5차례에 걸쳐 전국의 곳곳에 낙하했다. 혹시 ‘병균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야기하는 북한발 풍선을 인류의 문명을 가능케 한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로 참칭하는 견강부회의 궤변이었다.

역사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독재 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진리(진실)를 규정하고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독점하는 것에 대한 장엄한 저항이었다. 1644년 존 밀턴은 유명한 『아레오파지티카』에서 당시 세상을 지배하던 절대 권력인 가톨릭의 검열제도에 대항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였다. 밀턴은 표현의 자유가 어떤 다른 자유나 인권보다 가장 중요한 천부적 인권이라고 강조하며 ‘허가받지 않고 인쇄할 자유’를 요구했다. 사전 검열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종교는 악이고 거짓이며 진리가 아니라고 하였다.

「 북, 오물풍선에 ‘알 권리’ 궤변
‘대북 전단’에 대한 도발 자인
‘표현의 자유’는 천부의 인권
어떤 수단으로도 막을 수 없어

김지윤 기자

존 스튜아트 밀은 1859년 『자유에 관하여』(On Liberty)에서 진리의 실체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면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표현이 허용되지 않는 아이디어도 진리일 수 있으며, 수용되고 있는 아이디어도 진리가 아닐 수 있다.’ ‘설사 진리라고 해도 제한 없이 검증받아야 독단적인 주장이나 신조처럼 죽은 도그마가 되지 않고 살아있는 진리가 된다.’ ‘모든 형태의 의견은 진리를 포함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주장이나 논쟁은 한쪽이 일방 진리이고 다른 쪽은 일방 거짓이기보다는 일정 수준의 진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장처럼 오물의 ‘어떤 진리’에 대한 남조선 인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면 풍선의 내용물이 달라야 했다. 예를 들어 물리적 물체로서 뚱보다는 남한 국민이 모르는 인분에 대한 다양한 정보, 인분과 삶의 질, 인분과 미래사회의 관계, 대한민국이 오도하는 사실이나 정책, 북한의 인분 정책, 인분의 가치 등 인분과 관련한 ‘정신성’을 알려주는 정보를 실어야 했다. 개인과 가구별로 ‘인분 과제’를 부여하는 ‘인분 전투’를 벌이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처벌하는 북한의 현실을 밝혀도 좋을 것이다. 인분을 훔치는 범죄가 발생하고,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고 있는 지상낙원(?)에서 그 귀한 쌀도 살 수 있을 만큼 대접받고 있는 인분에 대한 사실(진실)을 담으면 알 권리 충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오물 풍선의 목적이 진리 규명이나 알 권리 충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대북 전단’에 대한 도발임을 스스로 밝혔다.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헐뜯는 정치 선동 오물인 삐라장과 시궁창에서 돋아난 저들의 잡사상을 우리에게 유포”하는 대북 전단은 “우리를 심히 우롱 모독”한 것으로 “한국 것 들은 당할 만큼 당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오물 풍선을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자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면서 “남쪽에서 대북 전단을 북쪽으로 보내면 그 몇십 배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진정으로 배려한다면 박탈한 표현의 자유를 북한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면 된다. 공개비판과 총살형, 교화소와 정치범수용소와 같은 전무후무한 폭력과 죽음을 수단으로 삼아 만든 세계에서 가장 깜깜한 밀실의 문과 창을 열어 표현 자유의 바람이 통하게 하면 된다.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인식 욕구와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누고 싶은 공시 욕구는 세계를 구성하는 본질이다. 인류의 문명사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수단으로도 결국 막을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 공간이 넓을수록 번영했음을 증거한다.

무결점 무오류의 최고 지도자의 언행만 남고 모든 다른 표현은 사라진 사회는 파멸의 길을 걷는다. ‘하나의 국민, 하나의 국가, 하나의 지도자’라는 표현들만 허용했던 히틀러 나치의 사회체제는 자신들은 물론이고 나라와 인류에게 재앙이 되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는 공생하고 공존하는 공동체라면 지켜야 할 핵심 요소이다. 인간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인 ‘표현의 자유’는 억제와 모독의 대상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보장하고 가꾸어야 할 가치이다.

김정기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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