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臨大節而不可奪(임대절이불가탈)
2024. 7. 1. 00:08
증자는 공자보다 46세나 어린 제자임에도 현명하고 절개도 강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는 “어린 임금을 맡길 만하고, 왕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믿고 위탁할 만하며, 큰 절개를 지켜야 할 때에 그 절개를 빼앗을 수 없어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전은 절개를 “신념, 신의 따위를 굽히지 않고 굳게 지키는 꿋꿋한 태도”라고 풀이하고 있다.
끝까지 절개를 지켰으면 좋겠지만 혹독한 고문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절개를 꺾은 사람은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절개를 빼앗긴 사람은 용서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자진하여 절개를 꺾고 자원하여 일제의 앞잡이를 한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이다.
‘멍텅구리’라는 노래를 지어 중생을 일깨운 경봉 큰스님은 ‘멍텅구리’를 더러 ‘명통구리(明通求利)’로 풀이하곤 했다고 한다. 밝을 명, 통할 통, 구할 구, 이로울 리. ‘이익을 구하는 데에만 밝게 통달한 사람’을 멍텅구리로 본 것이다. 신념과 신의는 없고, 다만 이익을 좇아 자리를 옮기는 일부 ‘구케의원’같은 부류가 곧 ‘멍텅구리’인 셈이다. 절개는 결코 옛 얘기가 아니다. 멍텅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지켜야 할 살아있는 덕목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2000억 땅 재앙 됐다…강남 '컨테이너 노인' 유족에 생긴 일 | 중앙일보
- "내 앞에만 나타나지 마"…박철, 전 부인 옥소리에 한마디 한 이유 | 중앙일보
- 전두환 첩보가 방아쇠 당겼다…시위대 해산 아닌 ‘섬멸’ 작전 | 중앙일보
- "5억 받아 1억 줄게" 손웅정 변호사에 뒷거래 제안, 법적 문제없나 | 중앙일보
- "이태원 지나다 우연히…" 한동훈 옆 '노란모자' 여인은 누구 | 중앙일보
- "나 귀엽고 섹시" 방송 도중 상의 탈의…일본 도지사 후보에 발칵 | 중앙일보
- "연차요? 제가요? 왜 내요?"…몰래 '조용한 휴가' 가는 그들 | 중앙일보
- 서울 6월 사상 첫 평균 30도…"7월엔 40도 폭염 올 수 있다" | 중앙일보
- 휴 잭맨도 "너무 고생"…섹시한 피부 욕망이 부른 충격 [건강한 가족] | 중앙일보
- "하루 1300억 쓰는 남자" 오세훈, 러닝셔츠 차림 일상 공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