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앞뒤가 같은 형태라야 자연스럽다
“낮엔 무덥다.” “밤엔 선선해진다.” 이 문장들을 그대로 이으면 “낮엔 무덥고, 밤엔 선선해진다”가 된다. 그런데 뭔가 좀 어색하다. ‘무덥다’는 ‘어떻다’, ‘선선해진다’는 ‘어찌하다’ 형태여서 그렇다. 앞뒤가 ‘어떻다’로든, ‘어찌하다’로든 같아져야 문장이 부드러워진다. “낮엔 무덥고, 밤엔 선선하다”로 하거나 “낮엔 무더워지고, 밤엔 선선해진다”로 해야 자연스럽다.
“몽룡이는 오고, 춘향이는 간다”는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몽룡이는 달리고, 춘향이는 아름답다”는 부자연스럽다. ‘달리다’는 ‘동작’(어찌하다)을, ‘아름답다’는 ‘상태’(어떻다)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동작은 동작끼리, 상태는 상태끼리 대비돼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음과 같은 문장도 어색함을 준다.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드립니다.” 급하다 보니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상태를 나타내는 ‘행복하다’와 동작을 나타내는 ‘감사드리다’가 이어졌다. 둘로 나눠서 말하는 게 나았다. “너무나 행복합니다. (여러분) 감사드립니다”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들린다.
“관광객은 1000만 명을 돌파했고, 공항 이용객은 1억1800만 명이다.” 여기서 ‘돌파했고’는 ‘동작’을, ‘1억1800만 명이다’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 어색한 문장이 됐다. “관광객은 1000만 명이고, 공항 이용객은 1억1800만 명이다” 혹은 “관광객은 1000만 명을 돌파했고, 공항 이용객은 1억1800만 명을 기록했다”처럼 바꾸는 게 좋겠다. 또 “국제 물가가 오르는 중이며, 국내 물가도 상승하고 있다”에선 ‘오르는 중이며’를 ‘오르고 있고’라고 해야 문장이 훨씬 깔끔하다.
한규희 기자 han.kyu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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