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어대명’…여야 전당대회 손익계산서 [신율의 정치 읽기]

2024. 6.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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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권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매경DB)
양당 전당대회가 정치권 관심사다.

다만 전당대회 흥행 면에서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양당 모두,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혹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소리를 듣고 있지만, ‘어대한’보다는 ‘어대명’이 현실화될 확률이 높다. 흥행 면에서는 국민의힘이 조금 나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에는 이재명 대표 외에 당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이재명 대표 연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굳이 나서지 않고 다른 인물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이재명 대표 영향력 아래서 당을 이끌 확률이 높다.

물론 이 대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유가 있다.

첫째, 그동안 ‘이탈표’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 표결 당시도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해병대원 특검 재의결 당시도 이탈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할 당시는 ‘명심’이 아예 먹히지 않았다. 당연히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됐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둘째, 지금 이재명 대표가 처한 환경이다.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1심 판결 이후, 이재명 대표가 이전보다 공격적이다. 이 대표가 언론에 대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불만 섞인 주장을 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그런 공격성이, 상황에 대한 부정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면 당연히 본인이 당대표를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할 테다. 사법 리스크가 진행될수록 당에 대한 확실한 장악력이 필요하다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이재명 대표 연임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때 전당대회 흥행은 물 건너갈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전당대회 흥행을 민주당이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 민주당 당 지지율이 아직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6월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2%포인트 떨어진 27%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다. 민주당 지지율이 이렇듯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이재명 대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소리가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표가 당권과 대권을 모두 거머쥐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소리가 많다. 여기에 이 대표 연임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민주당의 사당화(私黨化)라는 인상을 준다.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방향으로 작심하고 나가는 것을 보면, 민주당은 지지율 상승을 통한 차기 대선 준비보다는 당장 눈앞의 ‘대표 사법 리스크’ 돌파가 더욱 중요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는 역동적이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야당이 역동적이고 여당은 잠잠한데, 이번에는 반대다.

이유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5%포인트 올랐다. 그래봐야 26%다. 이 정도 지지율로는 여론 호응을 얻기는커녕, 당을 움직이기도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 거론되는 당권 주자 모두가 ‘친윤’임을 ‘부정’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완전한 ‘반윤’이다. 나경원 의원 역시 과거 ‘비윤’으로 분류됐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역시 친윤이라 보기 어렵다. 총선 직후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절한 것만 봐도 그렇고, 친윤이 한동훈 전 위원장을 ‘심히’ 견제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한동훈 전 위원장 스스로도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 정치적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다.

여기서 다른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6월 17일 발표한 여론조사(6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29%, 한동훈 전 위원장이 27%, 안철수 의원이 10%, 나경원 의원이 9% 순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강도가 셀수록,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 강할수록, 지지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 좁혀 지지율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달라진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59%로 압도적인 1위다. 2위는 원희룡 전 장관이다. 어쨌든 한 전 위원장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나,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나 가장 강력한 후보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전체 국민 여론이 윤 대통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윤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강화되기 힘들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친윤 후보가 나오기도 힘들고, 나온다 해도 유력 후보가 되기 힘든 상황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친윤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비윤 후보를 친윤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나경원 의원을 친윤이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나 의원은 ‘어대한’ 구도에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는 인물이다. 친윤이 나 의원에게 구애를 하든 안 하든, 오랜 정치적 경험으로 봐 나 의원이 ‘어대한’을 충분히 깰 수 있는 인물인 것만은 확실하다.

친윤이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윤 인사를 당선시키는 것이다. 당대표가 반윤 행보를 보일 경우, 최고위원 중 일부가 사퇴해 당대표를 내려오게 하고, 그다음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식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고위원 후보를 친윤에서 내야 한다. 당대표와는 다르게, 최고위원 후보는 중량감이 떨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비윤 쪽에서 이를 모를 리 없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같은 비윤 진영에서도 자신과 가까운 인물을 최고위원으로 당선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질 테다. 이런 상황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흥행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당대표 경선뿐 아니라, 최고위원 경선에도 다들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다이내믹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대통령 지지율이 어느 수준만 됐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당이 일사불란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처럼, 여당이 ‘무주공산’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다.

한쪽은 본의 아니게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쪽은 특정인을 위한 정당처럼 보이는 현실. 이것이 작금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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