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속 연장전 우승 피날레…비거리 늘린 박현경 시대 활짝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최고 인기 스타 박현경(24)에겐 딱 하나 약점이 있었다. 바로 ‘거리’였다. 경쟁자들에게 조금 못 미치는 티샷 비거리는 정상급 선수로 가는 길목에서 늘 발목을 잡았다.
2020년 데뷔와 함께 2승을 거둔 박현경은 이듬해 1승을 추가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정상을 탈환하기 전까지 준우승만 9차례 기록하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 사이 박민지(26)와 이예원(21) 등이 번갈아 KLPGA 투어의 1인자로 자리매김하는 장면을 바라만 봐야 했다.
대상과 상금왕을 목표로 겨우내 절치부심한 박현경이 전반기에만 3승을 거두면서 올 시즌을 자신의 독무대로 장식해가고 있다. 박현경은 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장에서 열린 맥콜·모나 용평 오픈 3라운드 마지막 날 연장전에서 최예림(25)을 꺾고 정상을 밟았다. 나란히 13언더파 203타를 작성하고 맞이한 연장 승부에서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통산 7승 고지를 밟았다. 직전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연장전에서 윤이나(21)를 물리치고 우승했던 박현경은 “골프를 하면서 2주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준우승만 계속 했을 때가 생각나 더욱 뜻깊다”고 감격을 표했다.
이로써 박현경은 이번 대회 대상 포인트 60점과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더해 부문 1위를 계속 질주했다. 현재 대상 포인트는 344점이고 상금은 8억8663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전반기에만 우승 트로피 3개를 수확하면서 다승왕 레이스에서도 같은 3승의 이예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이번 대회까지 모두 5차례 연장에서 4번이나 우승하며 특유의 뒷심을 다시 증명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에서 238.30야드(57위)를 기록했다. 2022년에도 234.43야드(62위)로 티샷 싸움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를 241.07야드(38위)로 끌어올리면서 골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큰 차이가 아닐지라도, 매주 3~4라운드씩 도는 프로골퍼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박현경 역시 이전에는 세컨드 샷을 가장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에는 동료들과 비슷한 선상으로 티샷을 보냈다. 박현경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 동계훈련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스쿼트도 처음으로 100㎏ 넘게 들어봤다”면서 “근력이 좋아지니까 볼의 히팅 능력이 향상됐다. 세컨드 샷 지점에서 한 클럽을 짧게 잡으니까 버디 찬스가 확실히 많아졌다”고 올 시즌 맹타 비결을 설명했다.
2라운드를 10언더파로 마치고 1타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박현경은 최예림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전반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는 동안 최예림이 전반 버디 3개와 11번 홀(파4)과 13번 홀(파4) 버디로 13언더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박현경에겐 실력과 함께 운도 따랐다. 파4 16번 홀에서 완벽한 피칭 웨지샷으로 버디를 잡아 13언더파 공동선두가 된 박현경은 18번 홀(파5)에서 티샷이 오른쪽 숲으로 향했다. 그런데 공이 나무를 맞고 나와 이 홀을 파로 막으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행운은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에서도 이어졌다. 박현경의 티샷은 또 오른쪽 수풀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이 나무를 뚫고 빠져나와 러프에서 살아남았다. 이어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상대를 압박했다.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둔 최예림은 공이 컵을 외면하면서 박현경의 우승이 확정됐다.
한편 인천 영종도 클럽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선 허인회(37)가 연장전에서 장유빈(22)을 꺾고 우승했다. 4타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장유빈은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1타만 줄이면서 고전했다. 3라운드까지 장유빈에게 5타 뒤졌던 허인회는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몰아쳐 장유빈과 17언더파 267타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마쳤다. 둘은 18번 홀(파5)에서 펼쳐진 1차 연장에서 나란히 중거리 버디 퍼트를 넣고 비겼다. 이어진 2차 연장에선 장유빈의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간 반면, 허인회는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확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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