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국 끌어내리는 승리도 경험” 나경원 동행 인터뷰
“야당 의회독재 맞서려면, 국회 안 당대표 필요”
“미국화 협의, 한미동맹 더 강화하는 핵무장 해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5선 나경원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동행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탄핵과 특검법을 꺼내는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려면, 결국 국회 안의 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20대 국회 때인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국면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서 민주당과의 투쟁을 이끌었던 점을 언급하며 “그때 강하게 맞설 것은 맞서고, 협상할 것은 협상해가면서 결국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서) 끌어내리는 승리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계파 갈등’을 보수당의 오랜 악습으로 지목하면서 이를 종식할 적임자는 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가 당의 미래를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비전보다 줄 세우기 등 계파 활동이 횡행하고 있다”며 “그런 분열을 끝내는 게 내가 당선돼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두고도 “’러닝메이트’라는 나쁜 제도도 한 전 위원장이 먼저 시작했다”며 “한 전 위원장은 ‘뜻을 같이하는 정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줄을 빨리 세우는 정치 아닌가”라고 각을 세웟다.
나 의원과의 인터뷰는 여의도 일정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장시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광장시장을 방문한 취지는 무엇인가.
“야당의 의회독재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국민들이 제일 속상해하시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민생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저도 집에선 주부이다 보니 당연히 장을 직접 보고, 물가가 올랐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체감하고 있다.”
-지금의 당대표 도전은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연히 실익은 떨어지고, 제 정치 여정에 특별히 도움 되는 자리도 아니다. 그러나 당이 위기에 처했다. 선당후사의 마음, 사심에 앞서는 공심을 다해야 할 때라고 판단해 출마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금 당대표의 과제는 당내 우수한 대선 후보들이 공정한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당을 플랫폼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권 주자가 대선을 꿈꾸고 당을 대선 캠프처럼 사당화하려 든다면, 개혁과 쇄신은 어려워진다. 그래서 제 사심을 먼저 내려놓는 일이 필요했다.”
-당대표 도전은 세 번째다. 연판장 사태도 겪었는데.
“성패에 대한 부담감이 왜 없었겠나. 그러나 당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보다 컸다.”
-출마 선언에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콕 짚어 강조했다.
“두 분은 보수 정신의 뿌리다. 윤석열정부의 업적 중 하나가 이승만 대통령의 복권이었다. 지금 보수가 처한 위기는 보수가 보수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아 왔고, 그 뿌리가 흔들렸기 때문에 찾아왔다고 본다. 뿌리가 튼튼해야 중도 확장도 가능하다.”
-총선 참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당이든, 정부든 결국 지금 국민이 뭘 원하는지, 민심을 못 읽었기 때문이다. 여러 이슈가 많지 않았나. 총선 이후로도 당은 무기력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108석이 작은 의석같이 보여도, 충분히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큰 의석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총선 두 달 만에 재등판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그렇지만, 한국 정치가 너무 염치 없어졌다. 과거 정치인들 같았다면 최소한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을 거다. 총선을 진두지휘해 패배했으면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것 아닌가.”
-당이 쇄신해야 할 부분은.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는 게 첫 번째다.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다음이고, 민심에 가까이 다가가는 게 세 번째다. 그동안 당이 세대·지역·직역별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나경원의 강점은.
“국회 안에 있다는 것, 배지가 있다는 거다. 지금 대통령 탄핵 청원도 60만명이 넘었고, 야당은 끊임없이 탄핵과 특검을 추진하면서 ‘의회독재’에 나서고 있다. 이런 모든 일이 일어나고, 막아설 곳이 바로 국회다. 결국 당대표가 국회 내에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큰 차이고, 나의 가장 큰 강점이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예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분열을 제일 걱정했다. 우리 당의 역사 중 가장 나쁜 과거가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싸운 것 아니냐. 결국 그런 분열이 탄핵에까지 이르게 됐는데, 또다시 그런 모습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일 큰 것 같다.”
-지지 발언도 있었나.
“이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한 번 봤다가, 또다시 공개적으로 예방한 것은 사실상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것 아니겠나.”
-윤석열정부 임기 말까지 여소야대 정국이 계속된다.
“가장 큰 숙제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은 국민하고 손 붙잡고 가는 수밖에 없고, 민심을 얻는 방법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에는 문제없나.
“자신 있다. 대통령과 당대표 간 신뢰가 없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인데, 그 점에서 대통령과의 신뢰가 파탄 난 사람이 당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지금 당장 고민할 때는 아니다.”
-미 대선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했다. 특히 우리가 유의해야 할 부분은 안보 분야다. 트럼프 국방정책의 핵심은 1000조에 달하는 국방예산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그 안에는 당연히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물론, 한국의 안보를 흔들 수 있는 주한미군 지위 변경 등도 포함될 수도 있다. 결국 핵무장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거고, 오히려 미국이 먼저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핵무장 추진 시 국제사회의 제재나 미국의 반발이 뒤따를 것이란 지적이 있다.
“제가 주장하는 핵무장의 원칙은 국제사회의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핵무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의 동의를 얻고, 미국과 협의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해치는 핵무장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는 핵무장이 될 것이다.”
-미국 의회 등을 설득할 방안이 있나.
“제가 이미 성과를 냈던 적이 있다. 2021년 10월쯤 일부 미국 의원들이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에 대해 북핵 폐기에 대한 조건이 충족됐다고 오해했는지, 관련 내용을 잘 모른 상태에서 찬성 결의안에 서명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움직임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때 의원 신분도 아니었음에도 미국을 방문해 당시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한국계인 영김 의원 등을 만나 바이든정부에 종전선언 반대 서한을 보내도록 설득했다. 이후 공화당 의원 30여명이 북한의 비핵화 없는 일방적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제가 발로 뛰어서 해냈던 일이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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