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행정 난맥상 드러난 단면...정해성 위원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은경 2024. 6. 30. 16:02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 28일 돌연 자진사퇴했다. 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결과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축구 대표팀의 새 감독 후보를 찾고 면접을 진행하며 차기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해왔다. 그가 자진사퇴한 시점은 추린 후보들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남겨둔 때였다. 협회는 정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차기 감독에 대한 협회 최고위층과의 의견대립이 결정적 이유였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대표팀은 사령탑이 공석인 채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일정을 치렀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김도훈 감독이 차례로 임시 감독을 맡았고, 한국은 3차 예선에 진출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한국인 후보들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위원장을 맡은 후 접촉했던 외국인 감독들은 협상이 줄줄이 실패했다. 언론에 유력 후보로 노출됐던 제시 마시(미국) 감독은 지난달 캐나다 대표팀 감독으로 갔다.
마시 감독을 포함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은 협상 과정에서 연봉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협회는 천안축구센터 건립에 예산을 쏟아부어 대표팀 감독에게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도 줘야 한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던 것도 고액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워서였다.
현실적으로 협회가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감독의 이름값은 벤투 전 감독보다 아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 외국인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감독, 그레이엄 아놀드(호주) 호주 감독이다.
그럼에도 ‘협상력’으로 명망 있는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라는 요구는 현재 전력강화위에 무리한 요구였다. 그 결과가 정해성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인 감독 후보로 꼽힌 홍명보 울산 HD 감독과 김도훈 감독은 모두 대표팀 감독에 뜻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여자 축구 대표팀 사령탑 역시 공석이다. 지난주 콜린 벨 전 감독과 결별을 발표했고, 벨 감독은 스코틀랜드 클럽팀으로 갔다. 남녀 대표팀 사령탑과 전력강화위원장까지 동시에 공석이 된 건 사상 초유의 사태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는 매력이 없고, 협회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나갈 확고한 철학과 행정력이 없음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협회는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이끌면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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