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프리덤 에지훈련' 성공에…北 "아시아판 나토" 맹비난
한·미·일이 처음으로 다영역 정례 연합 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자 북한이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며 맹비난했다. 이를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의 구실로 삼는 동시에 중국을 자극해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만들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북한은 30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외무성 대외정책실 명의의 공보문을 내고 지난 27일~29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전개된 한·미·일 첫 정례 군사 훈련 프리덤 에지를 비판했다.
외무성은 “별도의 명칭을 달고 미·일·한이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을 벌여놓은 '프리덤 에지'는 3각 군사 블록의 조직화, 체계화, 실물화의 산물이라는 데 그 엄중성과 위험성이 있다”면서 “각 영역에서 연례 합동 군사 연습을 벌이는 나토와 마찬가지로 미·일·한이 3자 다영역 합동 군사 연습을 정례화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판 나토'의 체모를 완전히 갖추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전날(29일) 한·미·일이 대잠전 훈련을 시작으로 해상 미사일 방어·방공전·공중·수색과 구조·해양 차단·사이버 방어 등 7개 영역에서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북한의 도발과 러·북 군사 협력 등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실시됐다”면서 “높은 파도와 비 등 궂은 날씨 속에 3국의 계획된 전력이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는 3국 안보 협력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의 니미츠급(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 등이 참여해 수상·수중·공중 위협에 더해 사이버 방어 훈련까지 진행했다.
북한은 이번 훈련의 근거가 된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도 거론했다. 외무성은 “여기엔 3개국 중 어느 일방에 대한 위협이 조성되면 공동 대응하기 위해 즉시 협력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본질상 어느 한 성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방위력을 발동한다는 나토의 집단 방위 원칙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또 이번 훈련이 “러시아를 압박하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기도”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일을 비판하며 러시아와 중국까지 언급한 건 다분히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9일 북·러가 맺은 새 군사 조약(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정당화하고, 북·중·러 구도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자주적인 주권 국가들의 강력하고 조정된 대응”과 “집단적인 군사적 간섭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역량 구도 구축”을 강조, 중국 및 러시아와 집단적 대항 전선 조성에 대한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그간 미국이 한·미·일과 오커스(AUKUS·미·영·호주), 미·일·필, 쿼드(Quad·미·일·호·인도) 등 ‘격자형 동맹’을 구축하는 것과 관련해 이를 “아시아·태평양판 나토”라며 비판의 날을 세워온 건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징젠펑(景建峰) 중국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부장이 이달 초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미국의 진정한 목적은 소집단을 융합해 아시아·태평양판 나토라는 대집단을 만들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발언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해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아태판 나토’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국방부 “한·미·일 훈련, 북핵 대응 차원…적반하장” 반박
이번 발표는 북한이 프리덤 에지 훈련 하루 전날(26일) 미사일 도발을 시도했다가 공중 폭발하는 ‘망신살’을 겪고 나서 한·미·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IRBM) 추정 미사일을 쐈지만, 발사 직후 공중폭발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30일 오후 입장을 내고 “한·미·일 3자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목적으로 2008년부터 방어적 차원에서 지속됐고, 이번 훈련 또한 그 연속선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반도 긴장의 주범인 북한 측이 프리덤 에지 훈련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 등으로 비난한 것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도 했다.
尹 “평화는 말 아닌 힘으로 지키는 것”
한편 지난 29일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의 승전 기념일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평화는 말이 아닌 강력한 힘으로 지키는 것”이란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은 고(故)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의 이름을 한 명씩 거론한 뒤 “우리 해군은 NLL(북방한계선)을 기습 침범한 북한군을 물리치고 우리 바다를 지켜냈다”면서 “평화는 말이 아닌 강력한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평택의 해군 2함대사령부에선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과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을 비롯한 참전 용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승전 행사가 열렸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북한이 22년 전 뼈저린 패배를 망각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바다를 넘보고 있다"며 "NLL을 유령선이라고 주장하고, 서해상 포병사격, 경비정 NLL 침범, GPS(위성항법장치) 전파 교란 등을 수시로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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