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무득점 호날두-메시, 쉽지 않은 라스트 댄스

이준목 2024. 6. 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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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주지 않는 몸 상태로 고전, 대륙선수권 국가대항전은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이준목 기자]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들도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우승도전에 나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과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두 백전노장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몸상태로 나란히 고전하고 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 참가 중이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F조에서 2승 1패로 1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아직 유로 2024에서 첫 골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지만 도움 1개만 올렸다. 지난 23일 튀르키예와의 유로 2024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추가골을 도우며 3-0 대승에 기여했다.

호날두는 지난 6월 27일 조지아와의 3차전에서도 선발로 출전했으나 부진한 활약을 보이며 66분만 소화하고 교체당했다. 포르투갈은 이날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74위에 불과한 조지아에 0-2로 충격패를 당했다.

물론 포르투갈이 앞서 2연승으로 16강 진출과 조 1위를 확정지은 상황이었기에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조지아에 완패를 당한 것은 명백히 굴욕이었다. 호날두는 조지아전에서 교체되자 물병을 걷어차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호날두가 국가대항전 메이저 대회로 분류되는 월드컵과 유로를 통하여 본선 조별리그에서 득점에 실패한 것은 유로 2024가 처음이었다. 호날두는 19세의 나이에 유로 2004를 통하여 처음 메이저대회에 데뷔한 이래 A매치 210경기에서 총 130골을 기록중이다. 유로 대회만 놓고봐도 이번 대회까지 통산 6회나 출전하며 유로 최다 출전 단독 1위에 등극했으며, 대회 최다득점(14골)과 최다도움(8골) 기록도 모두 호날두가 독차지하고 있다.

1985년생으로 올해 39세인 호날두는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득점감각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2022년 12월, 맨유 시절을 끝으로 유럽무대를 떠나 사우디 리그 알 나스르로 옮긴 이후에는 2023-24시즌 49경기에서 50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술의 중심이었던 소속팀과 달리,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중동과 유럽 대회의 수준차, 나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노쇠화 등을 드러내며 고전하고 있다. 호날두는 이번 유로 조별리그에서 참가선수 중 가장 많은 12회의 슈팅을 기록하고도 단 하나도 골문을 가르지 못했다.

오히려 뜻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심판과 팀원들에게 짜증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날두의 지나친 골욕심이 조지아전에서처럼 포르투갈의 팀플레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날두는 2년전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8강까지 5경기에 출전했으나 PK로 단 1골에 그치는 부진을 보이며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그를 중용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호날두가 없을 때 경기력이 더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 대회에서도 포르투갈의 호날두 딜레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16강에서 C조 3위 슬로베니아를 만난다. 포르투갈과 슬로베니아는 오는 7월 2일 오전 4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아레나에서 16강전을 치른다. 전력상 포르투갈이 우위지만, 지난 3월 27일 열린 평가전에서는 슬로베니아가 2-0으로 이겼을 정도로 만만히볼 수 없는 상대다. 호날두는 이 경기에도 출장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포르투갈은 우승후보중 하나로 꼽히기는 하지만,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넘쳐난다. 만일 호날두가 16강전에서도 또다시 무득점에 그치고, 포르투갈이 토너먼트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기라도 한다면 호날두의 국가대표 경력에도 종지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날두가 여전히 골에 대한 탐욕은 강한 데 비하여, 이미 몇 년전부터 메이저급 대회에서의 공격포인트 생산능력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나이에 따른 저조한 활동량과 수비가담으로 팀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호날두가 2년 뒤 열리는 북중미월드컵에서 41세의 나이에 마지막 월드컵 우승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번 유로 대회에서 자신의 건재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는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메시는 현재 남미축구선수권대회인 '코파 아메리카 미국 2024'에 출전중이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메시는 코파 2연패를 비롯하여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을 포함하면 메이저대회 3연패를 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메시 역시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파 대회에서 아직까지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도움 1개만을 기록했다. 특히 칠레와의 2차전에서는 상대의 거친 집중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캐나다와 칠레를 연파하고 순조롭게 8강진출을 확정지었다.

간판스타인 메시는 조별리그 2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2차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며, 페루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통산 A매치 184경기에 출전하여 108골을 기록중이다. 2023년 파리생제르맹을 끝으로 유럽무대 경력을 정리하고 미국 프로축구(MLS)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메시는 올시즌도 13골(3위)을 넣으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메시는 국가대표팀에서도 2021년 코파 아메리카 브라질 대회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연이어 커리어의 정점에 올랐다. 메시에게도 이번 코파 대회가 어쩌면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국제 대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7세로 호날두보다 2살 어린 메시는 2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4년 후에 열리는 차기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40대를 넘기게 된다.

이미 축구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룬 메시로서는 코파 2연패를 달성하고 명에롭게 은퇴를 결정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평가다. 남미의 전통 라이벌인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이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저지할 대항마로 꼽힌다.

호날두와 메시는 동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슈퍼스타이자 라이벌이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두 선수 모두에게 마지막 도전이 될 것이 유력한 대륙선수권 국가대항전 '라스트 댄스'는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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