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실점 대패-7연속 무승, 최약체로 전락한 전북의 현실
[이준목 기자]
대패가 더 이상 이변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왕조'였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강등'을 걱정할만큼 최약체로 전락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전북의 현실이다.
김두현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가 또 한번 충격적인 참패를 당했다. 6월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 경기에서 전북은 안방에서 무려 5골을 내주는 졸전 끝에 1-5로 완패했다.
전북은 전반 23분만에 서울 권완규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렵게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한승규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0-2로 전반을 마쳤다.
설상가상 후반 14분에는 전북 주장 김진수가 최준의 옆구리를 발로 가격하는 거친 플레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까지 놓였다. 김진수가 퇴장당한 후 불과 1분 만에 전북은 이승모에 추가골을 허용했다.
전북은 후반 21분 티아고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후반 43분에 강성진, 추가시간에는 호날두에 또 다시 실점을 내주며 대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북은 3승 7무 10패, 승점 16점에 머물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K리그1 12개 구단중 리그 10위와 11위는 승강플레이오프라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지만 최하위는 곧바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다. 전북은 현재 잔류권인 9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20)와는 4점차다.
또한 전북은 이날 패배로 서울전 '21경기 연속 무패행진'도 깨졌다. 전북은 서울을 상대로 2017년 7월 이후 16승 5무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과거의 기록이 됐다. 김기동 감독의 축구가 서서히 자라잡아가고 있는 서울은, 최근 리그 3연승의 쾌조를 이어가며 6위(승점 27)을 지켜냈다. 호날두와 한승규가 나란히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고, 제시 린가드로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에 기여했다.
최근 전북은 그야말로 어디까지 내려가려는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 감독교체라는 초강수까지 두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5월 김두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전북은 7경기에서 2무 5패에 그치며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세부적인 내용은 더 처참하다. 이 기간 전북은 고작 5골을 넣는데 그쳤고 무려 15골을 내줬다. 지난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35골만 허용했던 전북은, 올시즌 20경기만에 벌써 36골을 내주며 작년 기록을 뛰어넘어 압도적인 리그 최다실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두현 감독은 비록 정식 감독직은 처음인 초보 사령탑이지만, 지난해까지 전북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했고 김상식 전 감독이 사퇴한 이후 한동안 감독대행을 수행하며 준수한 성과를 내는 등 나름 검증된 인물이었기에 전북 팬들도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1년만에 돌아온 전북의 사정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악화되어 있었다. 김두현 감독의 전술도 상대팀에게 일찍 간파당하며 '감독교체 효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두현 감독 부임 이후, 데뷔전이던 15라운드 강원전(1-2), 16라운드 울산전(0-1) 연패 당시만 해도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패하기는 하지만 팽팽한 한골차 승부였고, 선수들의 장점을 살려주는 김두현 감독의 포지셔닝 축구철학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A매치 휴식기 이후 재개된 17라운드 인천전에서 문선민의 멀티골을 지키지못하고 2-2 무승부에 그치며 또다시 첫 승 기회를 날리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코리아컵(FA컵) 16강에서는 2부리그 김포FC를 상대로 주전급을 대부분 내보내고도 졸전 끝에 0-1로 무너지며 조기탈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두현호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오히려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18라운드 대구원정에서는 비슷한 강등권에 있던 대구FC를 상대로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며 0-3의 완패를 당했다. 19라운드 포항전에서는 티아고가 리그 17경기 무득점 행진을 깨뜨리고 귀중한 선제골을 뽑아냈지만 또다시 동점골을 내주며 무승부에 그쳤다.
서울전을 앞두고서도 전북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팀의 주장인 김진수가 음주문제로 인하여 구단으로부터 벌금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김두현 감독은 내부적으로 정리가 끝난 사안이라며 김진수를 감쌌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선발출전했던 김진수는 다이렉트 퇴장이라는 대형사고를 저지르며 또한번 구단의 신뢰를 저버렸다.
김진수의 퇴장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도 이날 전북의 수비는 허술함 그 자체였다. 부상으로 이탈한 박진섭과 홍정호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전북은 홈경기였음에도 일류첸코와 린가드를 앞세운 서울의 파상공세에 주도권을 내주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허용했다. 팀이 실점을 거듭할 때 누군가 나서서 주눅들은 동료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다잡아주는 선수도 보이지 않았다.
리더십도 끈기도 투지도 실종된 전북의 현주소였다. 전북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을 비롯하여 이동국, 이재성, 최철순 같은 우승 주역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그리워지는 시점이었다.
김두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팬분들에게 죄송하다. 팀이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이 빨리 안정을 찾아서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일으키는 게 급선무다. 나부터 정신차리겠다"며 침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두현 감독으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않는다.
현실적으로 전북은 이제 남은 시즌동안 상위스플릿 진출보다는 강등권 탈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난해 2부리그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 수원 삼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6월 한달 내내 단 한번도 승리를 맛보지 못한 전북의 다음 경기는 오는 7월 7일 승강전쟁을 벌이고 있는 11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18)과 원정경기다. 대전도 29일 경기에서 수원FC에 0-2로 패하며 전북과 승점 2점차를 유지했다. 대전은 황선홍 신임 감독이 부임한 이후 4경기에서 1승 1무 2패를 기록중이다.
만일 전북이 대전을 잡으면 김두현 감독의 첫 승과 함께 리그 꼴찌도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에게도 덜미를 잡힌다면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져서 다이렉트 강등의 공포가 정말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창단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대전과의 다음 경기가 '단두대 매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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