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조시형 2024. 6. 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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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방안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립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30일 노동계와 경영계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7일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공익위원 측은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 여부는 예년과 같이 표결로 가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 일부가 표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6차 전체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표결 결정' 여부 등을 포함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앞서 노동계가 주장한 특수고용노동자(특고)와 플랫폼 종사 노동자 등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수준 별도 설정 방안은 표결 없이 공익위원 중재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일단락한 만큼, 차등 적용과 관련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정하자는 주장이 노동계에서 나왔다.

경영계가 '음식점·택시·편의점'에 차등적용을 구분해 적용하자면서도 근거자료나 액수를 어느 정도 구분할지 등 구체안을 서면으로 제출하지 않은 점도 노동계가 표결을 거부한 이유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위 7차 전체회의는 7월 2일 열릴 예정이다.

◇ "최저임금제 취지 정면 위반…저임금 노동자 생계 위협"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법 제4조에 근거한다.

최저임금법 4조는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면서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구분 적용이 된 것은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이 유일하다.

이후 1989년부터 올해까지 36년간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됐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노동계엔 '레드라인'과 같다.

앞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밀어붙이면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사퇴 이상의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구분 적용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고 '차별 적용'이라고 칭한다.

구분 적용은 '임금 최저수준 보장을 통한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제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6차 전체회의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어떤 노동에 대해선 임금 최저수준을 보장하지 않고, 어떤 노동자에 대해선 생활 안정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등 적용이 특정업종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돼 저임금 노동자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실수령액은 월 186만원 정도로,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 246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낙인효과도 노동계의 우려 점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상 업종은 기피업종으로 전락하고, 이는 구인난으로 이어져 사업주에게도 유리할 것이 없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 "자영업자 어려워…노사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경영계의 최저임금 구분 적용 주장의 주 근거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직원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 비율) 분석자료를 보면 경영계가 구분 적용을 주장한 음식점업은 작년 기준 37.3%(숙박·음식점업)로, 재작년보다 6.1%포인트 상승했다.

숙박음식점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지난해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 미만율이 구분 적용의 이유가 되려면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원인이 오직 경영난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업종별 (임금) 지급 능력 차에 있다고만 설명하기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사용자 법 준수 의식 차이와 기업 규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경영난은 사실이다.

개인사업자 은행 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0.54%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은 9.5%로 1년 새 0.8%포인트 상승했다.

경영계는 '공동책임론'도 제기한다.

한 사업장이 직원에게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로 어렵게 됐다면 사업주가 경영을 잘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원의 노동생산성도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위 6차 전체회의에서 음식점, 택시, 편의점 노동생산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업종 노동생산성이 정말 낮은지는 미지수다.

노동부가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최저임금 사업의 종류별 적용 관련 기초통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과 편의점은 1인당 매출액이 전체 업종 중 '중윗값 이상 상위 90% 미만'에 해당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주장한 업종의 노동자 1인당 매출액이 극히 낮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숙박·음식점업, 편의점의 영업비용 가운데 인건비는 각각 22.4%, 5.8%를 차지해 절반을 훨씬 밑돌았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시행 중인 국가도 상당수라는 주장도 펼친다.

최저임금위 '주요 국가 최저임금제도'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해 41개국 중 20개국에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이 있다.

다만 이 가운데 11개국은 '국가 최저임금'이 존재하는 가운데, 추가로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이 있는 것이다.

경영계가 주(州)별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미국의 예를 드는 것에 대해서는 각 주가 나라에 버금가는 자율성을 지니는 연방제 국가로 영토가 광대해 지역별 경제 격차가 큰 국가와 비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캐스팅보트는 공익위원에…새 합류 위원 '변수'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은 노동시장 자체를 흔들 사안이다.

국가 최저임금을 '웃도는' 수준에서 지역·업종별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는 일본은 최저임금이 빠르게 상승한 지역을 중심으로 정규직이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확대됐다.

특히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고용이 남성 노동자에 비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되기도 한다.

주변보다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지역으로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가 순유입돼 발생하는 일이라는 게 관련 연구진 분석이다.

내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도입 여부는 결국 표결로 결정될 전망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측이 '논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하겠지만 결론은 표결로 짓겠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저임금을 정한 작년 최저임금위 심의 때는 26명 위원이 투표해 반대 15명, 찬성 11명으로 부결됐다. 근로자위원은 전원 반대, 사용자위원은 전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공익위원 중 7명이 반대하고 2명이 찬성한 결과였다.

다만 공익위원 중 하헌제 상임위원과 권순원·오은진 위원을 제외하고, 6명은 지난 5월 새로 최저임금위에 합류했다.

이들이 어떠한 입장을 지녔는지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최종 도입 여부를 결정짓는 데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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