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바이든 교체 논의 시작… 트럼프 “선거 끝났다”

전웅빈 2024. 6. 30.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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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스톤월 국립 기념물 방문자 센터 개관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TV토론 참패 후폭풍이 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폭증하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시작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대선 레이스 강행을 고집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 내부에서 마땅한 대체 인물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선거는 끝났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주요 여론조사 대선 후보 지지율 평균을 분석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4%, 46%로 집계됐다. 지난 25일 집계에선 46% 동률을 보였지만 27일 TV토론 이후 이틀 만에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2% 포인트 빠진 것이다.

NYT는 “TV토론이 미친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이라며 TV토론을 시청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의견이 형성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V토론을 접한 유권자들의 즉각적인 반응만으로도 유의미한 수치의 지지율 하락이 나타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은 급증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 조사(유권자 2068명 대상)에서 응답자 60%는 바이든 대통령이 ‘확실히’ 또는 ‘아마도’ 후보에서 교체돼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유권자 47%도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후보 교체 논의가 분출됐다. NYT는 “의원과 당 관계자 및 활동가들이 TV토론에서의 실망스러운 결과 이후 바이든 대통령 교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바이든 대통령 의지와 상관없이 전당대회나 그 이전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 당규에 대해 민주당 정치 고문들과의 논의가 있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이 바이든 대통령을 사퇴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바이든이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려는 움직임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론 콘웨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 등 민주당 ‘큰 손’ 기부자들도 토론 이후의 ‘재앙적인 상황’에 대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에게 남편 출마를 막아달라고 설득할 측근이 누구인지도 수소문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민주당 기부자로 알려진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는 지인들에게 “지난 24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도록 압력을 가하는 공개 캠페인이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이메일이 쇄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진보 성향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MSNBC에 출연해 “토론 당시 바이든의 모습은 너무 나쁘고 끔찍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에 정치적 수소 폭탄이 터졌다”며 “이제는 (사퇴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후보군에도 거론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지목된다.

당규 상 대의원 과반이 전당대회 때 후보자 사퇴를 원하면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 의지와 상관없이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스스로 포기하면 민주당 대의원은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게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질 여사는 전날 맨해튼에 모인 후원자들에게 “내 남편은 맞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난다. 그게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대선 경주를 지속할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도 유세에서 “나는 예전만큼 쉽게 걷지 못하고, 토론도 잘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진실을 말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2년 첫 토론에서 졌고, 언론은 당황했다. 토론의 장기적 영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바이든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건 트럼프가 승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바이든은 추락하고 불태워졌다.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며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그들(민주당)은 그(바이든)를 교체하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직을 계속 유지한다면 민주당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며 “민주당이 더 젊고 활기찬 후보로 바이든을 교체할 가능성을 공화당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바이든은 자유 세계의 지도자로 계속 봉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만약 자신이 직무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내각이 헌법 25조를 발동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의회가 투표로 이를 부통령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틸리스 의원은 “바이든은 11월 대선에서 패배할 것이지만, 대선 때부터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2025년 1월 20일까지 많은 일이 잘못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적들은 백악관에서의 취약점을 보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즐겁지는 않지만,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는 것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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