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달리기? ‘운동 유발성 고혈압’ 주의 [헬스]

중년의 러닝, 심장에 ‘독’ 될 수도

고강도 러닝과 마라톤이 중년 러너의 심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뛰는 중장년층 러너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눈여겨볼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강도 러닝과 마라톤의 경우 중년 러너의 심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김영주 성신여대 운동재활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임상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이다.

일반적으로 러닝은 심폐지구력을 향상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40~60세 중년층의 과도한 달리기는 ‘운동 유발성 고혈압’으로 이어지기 쉽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 인종을 망라한 전체 인구 가운데 운동 유발성 고혈압의 유병률은 3~4% 수준. 하지만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 남성으로 범위를 좁히면 유병률이 56%로 대폭 증가했다.

운동 유발성 고혈압은 평소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운동만 하면 과도하게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운동 유발성 고혈압에서 이어지는 2차 질환이다. 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하고 심방 확장, 심근비대 등을 유발해 치명적 부정맥으로 악화할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마치 오래된 수도관에 이물질이 침착돼 지름이 좁아지는 것처럼,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 등이 침착되는 현상이다.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되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딱딱하게 굳는 관상동맥 석회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심혈관질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중년층의 죽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은 일반인 기준 22% 정도지만, 오랜 기간 마라톤을 한 경우 유병률은 44.3%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러닝 즐긴다면 1년에 한 번 심장 CT

관상동맥 석회화 진행 여부 확인해야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40세 이후부터는 러닝과 마라톤 등을 즐기기 앞서 자기 신체 능력부터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민 교수는 “심장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운동 부하 검사와 본인의 심장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심장 CT 검사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게 건강한 달리기를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단계적 운동 강도 향상과 지속적인 검진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성인은 하루 20~60분 정도, 1주일 기준으로는 3~5회 러닝 등 운동하는 게 좋고 러닝을 할 때는 숨이 차오를 만큼 뛰는 것보다 40~80% 정도 적당한 강도를 추천한다”면서 “마라톤을 즐기는 경우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 CT 검사로 관상동맥 석회화가 진행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