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통상전쟁, 반도체·배터리 다음은 제약 [US REPORT]

2024. 6.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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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체계가 불안하다?
중국이 제약품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현지에 퍼져 있는 상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중 갈등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되는 산업이라면 반도체, 배터리 등 가리지 않고 안보라는 이유로 중국에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해왔다. 특히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통상 장벽을 더 높일 전망이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선 후 새롭게 미국의 안보 산업으로 지목될 분야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현지 분위기는 ‘제약’이 통상 전쟁의 다음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산 제약품 혹은 주요 제약 재료들이 미국 시장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해서 안보 위협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출간돼 큰 주목을 받은 후 최근 다시 회자되는 ‘China Rx’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중국 제약 의존 리스크를 기술한 이 책의 공동 저자 로즈메리 깁슨은 중국이 전 세계 제네릭 항생제 재료의 약 90%를 책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은 사실상 항생제 제조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급망 붕괴 시 美 의료 체계 붕괴

항생제뿐 아니라 중국에서 제조되는 핵심 의약품 재료(제네릭 기준)가 주로 들어가는 제약품에는 혈압약, 치매약, 파킨스병약, 우울증약 등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제약품이나 재료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 의료 체계는 수개월 내 붕괴된다고 깁슨은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비타민 B6, B12, B1, C 등의 중국 의존도는 75% 이상이다. 비타민도 이미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미·중 간 제약 전쟁은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행정명령을 통해 제약품 공급망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취급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에 강력한 통상 정책을 펼칠 때 제약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남겨뒀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2019년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심하자 미국에 대한 항생제 수출 제한으로 보복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중국이 제약품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에서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제약에 대한 방어를 시작했다. 미국 의회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바이오안보법(Biosecure Act)’을 추진 중이다. 미 하원 감독·책임위원회는 지난 5월 해당 법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하원과 상원을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하게 된다. 해당 법은 미국 제약·헬스케어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려 바이오 기업’으로 중국의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우시앱텍, MGI 등을 명시하기까지 했다. 이 법은 미 상·하원이 지난 1월 공동 발의했다. 미 의회는 중국 기업이 미국인의 건강, 유전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임스 코머 미 하원 감독위원장은 “이 법안은 미국의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중 제약 전쟁은 한국에 반사이익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대신할 제약 관련 공급망을 한국에서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중 간 끼어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yoon.wonsup@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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