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 야당의 압박 "한동훈, 채상병 특검 찬성 명단 갖고 오라"

김화빈 2024. 6. 2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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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야7당, 대통령 관저 인근 총집결... "최악의 국정농단, 특검·국정조사·감사 추진"

[김화빈, 권우성 기자]

▲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싸나이~" 해병대 예비역과,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박주민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이준석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 등 정다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해병대 박수’를 치며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고 있다.
ⓒ 권우성
 
 (왼쪽위 시계방향) 박주민, 신장식, 이준석, 허은아, 한창민, 박찬대 의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앞두고 해병대 예비역들과 야7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진보당·사회민주당)이 대통령실 관저 인근으로 집결해 대통령에게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초됐던 특검법 재추진을 강조하며 "특검과 국정조사로 순직 해병의 억울함과 어머님의 한을 풀겠다", "죄 지은 자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야당은 자신의 당대표 당선을 전제로 제3자 특검 추천 등 특검법 수정안 수용의사를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먹튀 정치인", "간보기"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본인(한동훈)이 유력주자라면 다음주까지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에) 동의하는 국민의힘 의원 최소 10명의 명단이라도 국민께 보여달라"며 "그렇지 않다면 또 한 번의 약속대련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29일 오후 5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해병대원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 특검, 국정조사 촉구 범국민 집회'가 열렸다. 습기와 땡볕이 더해진 날씨에도 빨간 해병대 티셔츠와 군복을 착용한 해병대 예비역, 대학생, 군 장병 부모 등이 대로변을 가득 채웠다. 

집회 참석을 위해 강원도 원주서 왔다는 이강록(55, 남성)씨는 "채상병의 죽음은 진보·보수가 아니"라며 "(꽃다웠던)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됐지만,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대령에게 힘이 되려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해병 똥별 출세 위해 귀한 아들 군말 없이 죽어주랴", "못다 핀 꽃 한송이 채 해병을 살려내라", "특검 선서 거부한 자가 범인이다"라고 외치며 특검법 의결을 촉구했다.

"국힘과 신용거래 불가, 다음주까지 최소 10명"... 한동훈에 실천 압박

집회는 곧장 책임자들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뀌었고,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추진의 단일대오로 정부여당을 몰아세웠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당대표 직무대행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최정점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사건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심지어 영부인의 개입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로 탄핵 당한 박근혜 정권을 뛰어넘는 최악의 국정농단"이라고 말했다.

붉은 해병대 티셔츠를 입은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고 참을 만큼 참고 기다렸다"며 "먼저 간 자식을 추모하며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다던 해병대원 어머님의 가슴 아픈 소망 결코 잊지 않고, 상식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국정감사와 함께 국정조사도 반드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검법 조건부 수용을 밝혔던 한동훈 후보가 친한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특검 찬성을 공개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저지하기 위해선 200석이 필요한데 범야권의 의석은 192석으로 8개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가까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 한남동 관저를 가리키며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1등 한다던 한동훈이라는 사람은 요즘 본인이 약간 바꿔 '특검법을 받을 수 있다'고 간을 보기 시작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더 이상 국민의힘과는 신용거래를 할 수 없다"며 "본인이 유력주자라면 (친한계 국민의힘) 국회의원 15명은 본인의 뜻에 동의한다고 밝히도록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여의도 문법에 익숙해진 한동훈의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이 아니라면 다음주까지 (한동훈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10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명단을 가져와 국민께 보여달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한동훈씨 이분은 본인의 특검법 얘기하며 수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전형적인 먹튀 정치"라며 "채상병 특검으로 먹튀 장난질할 것 같으면 국민들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본인과 친한 의원들 10명만 있어도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 (그것도 안 된다면) 이 의원의 말처럼 (특검법 찬성) 명단이라도 내라"고 가세했다.
부하의 죽음에 책임을 회피(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등)하고, 이른바 'VIP 격노' 이후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한 대통령실·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해병 똥별 출세 위해 군말 없이 죽어주랴!!' 해병대예비역연대가 내건 현수막.
ⓒ 권우성
 
 해병대예비역연대 김규현 변호사가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박 대령의 변호인 김규현 변호사는 "수사기록 한 장도 안 본 대통령은 격노하고, 그 부하들은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냐'고 겁박하고 사건을 축소하고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고 항명죄로 엮어 누명을 씌웠다"며 "국민의 63%가 찬성하는데 대통령은 왜 국민이 말을 하면 안 듣나. 극우 유튜브와 무속인 방송이나 보며 국민을 외면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명예는 상관에게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본인에게'라는 (격언은) 명예로운 군인이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이라며 "(하지만) 임성근, 김계환(해병대 사령관), 이종섭(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까지 책임을 부하들에게 모두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파해병? 국민 뜻 항명하면 참혹한 대가 있어"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이 연단에 올라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한 해병대 예비역들을 "좌파해병"이라 비난한 방송인 김흥국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집회를 주최한 정원철 해병대예비역 연대 회장은 "해병대 수료를 마치고 처음 받았던 빨간 명찰 가슴 붙이고 오늘 집회에 나왔다"며 "저는 가짜도 좌파도 아닌 그저 후배 해병의 비극과 의인 박정훈 대령이 고초 겪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던 한 명의 해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누가 채 해병을 죽음으로 몰았고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가했는지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데 벌거벗은 임금님과 간신배 무리만이 부정하고 있다"며 "국민을 이긴 권력은 없다. 계속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항명한다면 그 대가는 참혹할 것"이라고 별렀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우중에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일대를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박찬대·박주민·이언주), 조국혁신당(신장식), 개혁신당(이준석·허은아), 진보당(윤종오), 기본소득당(신지혜), 사회민주당(한창민), 새로운미래(서효영) 소속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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