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전시회'가 열린 이유

월간 옥이네 2024. 6. 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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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담배꽁초로 뒤덮이기 전에... 옥천제일교회의 캠페인

길거리 담배꽁초가 어색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런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월간 옥이네]

길거리 담배문화,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발밑의 담배꽁초다. 공원의 잔디밭, 배수시설 근처, 휴게시설 주변으로 숨어있는 담배꽁초는 우리 사회의 익숙한 일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익숙해도 괜찮은 것일까? 길거리 위 담배꽁초가 어색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이색 전시회를 열었다. 바로 '담배꽁초 전시회'다.

"별걸 다 전시하네"
 
 담배꽁초가 조그마한 비닐봉지에 담겨 전시대에 걸렸다.
ⓒ 월간 옥이네
 
옥천읍 금구리 옥천제일교회(담임목사 김진수) 마당 '사랑창고'로 불리는 다홍색 옥천공유냉장고, 그 앞으로 설치된 철망 파티션에 알록달록 손글씨와 그림이 꾸며져 있다. 이 자그마한 설치물이 바로 담배꽁초 전시작품. 그 아래로는 담배꽁초가 조그마한 비닐봉지에 담겨 전시대에 걸렸다. 

"별것을 다 전시하네. 이것 봐, 담배꽁초를 전시해뒀어." 

화창한 오후, 금구1어린이공원 주변을 순찰하던 아동안전지킴이 주민들이 전시회를 발견하곤 관심을 보인다. 교회 마당의 그늘 쉼터 아래에서 종종 쉬어가곤 한다는 이들은 전시를 보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길거리에 담배꽁초 있으면 보기 안 좋잖아요. 교회에서 환경개선을 위해 앞장 서니 좋죠." (최하영씨, 70)
"환경개선 의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캠페인인 것 같네요." (이순섭씨, 75)
"이제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전시를 통해 흡연자들이 전보다 더 주의해서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양기환씨, 74)

공유냉장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담배꽁초 관련 캠페인 소개 글이 눈에 띈다. 담뱃불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꽁초를 밀봉할 수 있는 특수용지인 '시가랩'을 시민공공재로 모든 담배 판매처에 비치해 깨끗한 꽁초처리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것. 현재 쓰줍인(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은 '꽁초어택캠페인(담배꽁초를 줍깅하고 환경문제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담뱃불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꽁초를 밀봉할 수 있는 특수용지인 '시가랩'.
ⓒ 월간 옥이네
 
줍깅에서 시작된 담배꽁초 전시회

옥천제일교회 김진수 목사가 담배꽁초 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옥천군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음(이사장 임수정)을 통해 줍깅(플로깅) 활동을 하면서부터. 약 8개월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옥천읍 일대 거리를 청소하며 마주한 무수한 담배꽁초 쓰레기가 이번 전시회의 계기가 됐다. 

"줍깅에 참여하는 분들이 20~30명가량 되는데 학부모와 어린이 비중이 전체 인원의 반절 정도예요. 활동을 마치고, 수거한 담배꽁초를 보니 양이 어마어마했죠. 창의길 가로수 옆으로 담배꽁초가 많아서 한 어린이는 '나무가 담배꽁초 영양분을 먹고 자라겠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하수도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수거하기조차 어려웠고요. 교회 바로 옆 금구1어린이공원은 금연구역인데도 여전히 담배꽁초가 많이 버려져 있죠." 
 
 줍깅 참가자들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옥천군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 이음.
ⓒ 월간 옥이네
 
담배꽁초는 종이가 아니라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구성된 플라스틱 성분으로, 유해물질이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아무렇게나 버린 꽁초가 하수구나 빗물받이 등으로 유입되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바다로 유입되는 담배꽁초는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적게는 45만 개비, 많게는 231만 개비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간 담배꽁초는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고 바다를 오염시켜 결국, 인간에게 그 영향이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줍깅을 하며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 실태를 절감한 그는 이것을 함께 해결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곧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아내와 함께 이야기하며 모은 담배꽁초를 투명 컵에 넣고 연등처럼 엮어서 오가는 길에 불을 밝히는 방식으로 전시해보는 것도 생각해봤죠. 하지만 길가에 담뱃재가 떨어질 수 있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담배꽁초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깔끔히 꽁초 버릴 방법이 있다고요

해결방안을 모색하던 중 알게 된 시가랩 캠페인을 통해서 시가랩 50개가량을 후원받았다. 흡연자들이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대신, 꽁초 밀봉 용지인 시가랩에 보관해 스스로 처리하도록 격려할 목적이었다. 

"전시회를 기획하던 과정에서 '시가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죠. 이것을 함께 전시하고 홍보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페인 주최 단체에 직접 연락해 이러한 취지의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고, 후원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물품을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후원받은 시가랩은 공유냉장고 내부에 비치해 필요로 하는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시가랩 디자인에 참여한 무동초등학교(경남 창원시) 어린이들의 작품 그림도 함께 전시해뒀다.
 
 시가랩 디자인에 참여한 무동초등학교(경남 창원시) 어린이들의 작품 그림도 함께 전시해뒀다.
ⓒ 월간 옥이네
 
새로운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담배꽁초 전시는 장소를 옮겨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 옥천제일교회 주차장 입구 근처에서 전시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5월 마지막 주에는 점심시간 12~2시 사이에 금구1어린이공원 입구에서, 6월부터는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인근으로 옮겨갈 계획이라고. 이는 참여형 전시회로, 누구나 주변의 담배꽁초를 주워 포장 비닐에 담고, 담배꽁초 전시회 철망에 달아 힘을 보탤 수 있다.

옥천공유냉장고에서는 이외에도 종이팩 재활용 지지 서명운동 및 NO플라스틱 캠페인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쿱협동조합의 후원으로 자연드림 종이팩 해양심층수 '기픈물'을 이곳에 비치해 두기도 했다. 

"작은 움직이지만, 함께할 때 확산되고 변화가 일어날 것을 믿죠.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월간옥이네 통권 84호(2024년 6월호)
글 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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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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