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미안하다"는데, 성재헌은 외려 "6연투도 가능합니다"라고 한다 [현장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6. 29.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각오가 다부지다.

선발투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등장해 든든히 허리를 잇는다. 사령탑은 미안해하는데 오히려 "전 행복합니다"라며 배시시 웃는다. 좌완투수 성재헌이 KT 위즈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다.

성재헌은 성남고, 연세대를 거쳐 2020년 LG 트윈스의 2차 8라운드 73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해 1군 데뷔에 성공, 4경기에 등판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LG로 돌아왔지만 설 자리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어 11월 말 KT의 입단 테스트에 임했다. 합격 소식과 함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 승선 후 1군과 2군을 오갔다. 지난 8일부터는 꾸준히 1군에 머무는 중이다. 주로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구원 등판해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했다. 성적이 점차 좋아졌다. 3월 5경기 4이닝서 평균자책점 11.25, 5월 4경기 4⅓이닝서 1홀드 평균자책점 12.46에 그쳤다. 6월엔 9경기 14⅓이닝서 평균자책점 3.77로 선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여러 투수를 활용해 보고 있는데 그중 성재헌은 계속 실력이 늘고 있다.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투구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그런 부분이 보이니 계속 활용하는 것이다. 성재헌이 없으면 선발투수를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좌타자, 우타자에게 모두 웬만큼 던진다.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구사하기도 하더라"며 "팀에 좌완투수가 없는데 성재헌을 제일 잘 활용하고 있다. 많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내보내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좌완 불펜이 한 명뿐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성재헌은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솔직히 한 경기, 한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보면 1군 경기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감독님과 팀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위즈 구원투수 성재헌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이어 "체력이나 몸 상태는 아주 좋다. 멀쩡하다"며 "제춘모 투수코치님께 주 6연투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나를 더 막 써주시고 막 굴려주셔도 된다"고 환히 웃었다.

스스로 나아진 것을 느낀다. 기술이 아닌 멘털의 변화다. 성재헌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땐 나도 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어 쓸데없이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 같다"며 "생각도 많았다. '왜 2군에서 하던 대로 못 하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성재헌은 "그런 나를 안 써도 되고, 2군으로 내려보내도 되는데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셨다. 믿고 등판시켜 주셨다"며 "감독님, 코치님들의 믿음이 정말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조금씩 내 투구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야구가 잘 안 될 때 점점 안 좋은 쪽으로 파고드는 성향이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배들의 수많은 조언 덕에 헤쳐나올 수 있었다. 성재헌은 "정말 누구 한 명, 어느 한 마디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선발투수 (고)영표 형이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만 해내면 된다'고 말해주셨다"며 "그때 내가 나도 모르게 욕심부리고 있었다는 걸 자각하게 됐다. 이후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듯하다. 1군에서 8번째 경기에 등판했을 때부터 내 등장곡을 들었던 것 같다. 그 전엔 마운드에 올라도 무의식중에 긴장해 등장곡을 듣지 못했다"며 "시즌 초반과 지금을 비교하면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마음의 차이가 큰 듯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KT에 무척 귀한 좌완투수로서 앞으로도 징검다리를 잘 놓아야 한다. 성재헌은 "거창하게 말하면 힘이 들어갈 것 같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겠다"며 "매 타자와 열심히 상대하며 내 힘이 닿는 데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