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개혁파 후보 1위 돌풍…내달 5일 결선투표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투표에서 개혁파 후보 마사드 페제시키안(70)이 돌풍을 일으켰다.
29일 이란 내무부와 국영방송에 따르면 개표가 잠정 완료된 결과 페제시키안 후보는 1041만여표(42.5%)로 1위를 차지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개혁파로 분류된다.
강경 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59) 후보가 947만여표(38.6%)로 2위를 차지했다.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됐던 모하마드 바게리 갈리바프(63) 후보는 338만여표(13.8%)로 기대에 못미쳤다.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64) 후보는 39만여표(1.6%)였다.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다득표순으로 페제시키안, 잘릴리 후보가 다음달 5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자를 가린다.
14회째를 맞이한 이란 대선에서 결선투표가 치러지는 건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다.
투표율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총유권자가 6117만여 명, 총투표수가 2453만여 표임을 고려하면 약 40.1%로 역대 이란 대선 가운데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의사 출신이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단속 합리화 등 개혁적이고 유연한 공약을 내세워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1954년 이란 북서부 마하바드 지방에서 아제르바이잔계 부친과 쿠르드계 어머니 등 소수민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장관을 지낸 다선 의원이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은 아니어서 이번 대선에선 '무명'에 가까웠다. 대선 후보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6명을 후보로 승인했을 때 그가 개혁파에서 유일하게 후보 자격을 얻었다. 구색갖추기용 후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시작은 미미했다.
그는 2009년 대선 후 벌어진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정부가 강경 대응하자 "사람들을 야생 동물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해 주목받기도 했다.
2013년 대선에 처음 출사표를 던졌다가 당시 온건·개혁파의 '거두'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후보 등록 신청을 취소했다. 직전 2021년 대선 때는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1993년 아내와 어린 아들을 차 사고로 잃은 뒤 지금까지 재혼하지 않고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홀로 키웠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엔 1973년 우르미아 농업학교에서 식품산업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군에 입대했다가 의학에 관심을 갖게 돼 제대한 후 타브리즈 의대에 입학해 일반의학 학위와 일반의 자격을 얻었다.1993년 이란의과대학교에서 심장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고 이듬해 타브리즈 의대 총장이 돼 5년간 재임한 이력도 있다.
보궐선거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잘릴리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평가받는 외교관 출신 보수 강경파다. 이번 대선에서 종교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쿠란에 나타난 이슬람 정치사상의 기초'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받았던 그는 시아파 이슬람 원리주의 교리에 정통하다.
전후 모교인 이맘사디크대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직했고 1989년 외무부에 입직해 총 18년간 일했다.
2007년에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신임 속에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을 맡았다. 2007년과 2013년 이란핵협상 대표로 서방과 상대했다.
이번 선거는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불의의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 급작스럽게 치러지게 됐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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