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곰탕집을? '서진이네2' 시작부터 달렸다

김상화 2024. 6. 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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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틀에 갇힌 '가브리엘', 신작 '서진이네2'의 약진 두드러져

[김상화 기자]

 
 tvN '서진이네2'
ⓒ CJ ENM, 에그이즈커밍
 
나영석 PD와 에그이즈커밍의 야심작 <서진이네2>가 드디어 첫 방영에 돌입했다. 지난 28일 tvN을 통해 소개된 <서진이네2>는 1년 여만의 새 시즌이면서 무대를 유럽의 최북단 아이슬란드로 자리를 옮겨 색다른 풍경을 화면에 담는 등 다채로운 시도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동안 나 PD 예능의 대표 소재인 요리(식당)+해외(여행) 촬영은 늘 기본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방영 매체인 tvN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윤식당> 시리즈를 기본 골격 삼아 진행되었던 지난해 <서진이네> 시즌1 역서 선전을 펼쳤지만 이에 비해 뒷심 부족, 진정성 측면에서 일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시행 착오를 염두에 둔 제작진은 새 멤버 합류, 영업 시간 강화 등의 변화 등으로 재미의 강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특히 동시간대 또 다른 거장 김태호 PD의 신작 <My Name Is 가브리엘>이 JTBC를 통해 방영되는 터라 모처럼 '예능 전쟁'이 금요일 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서진이네> 시즌1에서 "수익은 왕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장님' 이서진을 향해 반기(?)를 들며 프로그램의 웃음을 담당했던 BTS 뷔(김태형)는 아쉽게도 군복무 관계로 인해 이번 시즌2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입대전 미리 촬영한 영상을 통해 후임 인턴에 대한 충고와 경고(?)를 동시에 선사하면서 잠시 식당을 떠난 그를 대신해 배우 고민시가 새 멤버로 주방을 담당키로 했다.  

'군입대' 뷔 공백 메워준 '인턴' 고민시
 
 tvN '서진이네2'
ⓒ CJ ENM, 에그이즈커밍
 
고민시는 배우 활동 이전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력 및 직장생활(웨딩플래너)을 했던 인물인 터라 이러한 내용을 알게된 이서진 사장은 특유의 보조개 미소로 반가움을 드러냤다. 또한 식당 조직 내에서도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지난 4년 가량 인턴에 머물렀던 최우식이 드디어 대리로 발령 받은 것이다. 어차피 하는 일은 똑같지만 본인 밑에 후배 사원이 들어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쁨 그 자체였다.  

이번에 식당을 차리게 된 장소는 추운 겨울로 대표되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였다. 현지 기온에 걸맞는 요리를 준비하고자 곰탕, 갈비찜 등 따끈한 메뉴를 마련했고 고기를 먹지 않는 손님들을 위해 돌솥 비빔밥도 추가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영업 준비에 돌입한 <서진이네2> 식구들은 살인적인 수준의 아이슬란드 물가를 고려해 가격은 한화 4만원대로 책정해 식당 개업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소, 새 인물 합류 외에도 <서진이네2>에선 또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기존 회사 방침을 버리고 "손님이 왕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목표를 설정해 오직 식당 영업에 매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낮 12~3시, 오후 6~9시까지 운영을 하며 직전 3시간을 재료 손질 등 장사 준비에 할애해 사실상 12시간 고강도 근무 태세에 돌입했다.  

장시간 고기 끓이고 채소 손질하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다고 본 이들은 'OPEN' 표지판을 내걸었는데 이와 동시에 손님들에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이미 개업 시간 이전부터 가게 주변을 서성이던 현지 주민들이 단체로 식당에 들어서자 곰탕집 식구들은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마무리가 안된 부분도 있던 터라 <서진이네2>로선 시작과 동시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시트콤 같은 캐릭터쇼로 차별화 도모
 
 tvN '서진이네2'
ⓒ CJ ENM, 에그이즈커밍
 
의도치 않게도 <서진이네2>는 모처럼 < My Name Is 가브리엘 >이라는 경쟁 예능과 피할 수 없는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금요일 밤은 드라마 외엔 별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영석 표 예능으로선 독주 체제를 장기간 이어온 시간대이기도 했다. 두 예능 모두 해외 촬영, 유명 스타 배우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일단 첫 뚜껑을 연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서진이네2>의 우위로 드러났다. (전국 가구 시청률 6.8%-수도권 7.8%, 닐슨코리아 집계, 28일 전체 케이블 프로그램 1위 )

시청률, SNS 등을 통한 화제성 확보 측면에서 오랜 기간 금요일을 책임졌던 시리즈물의 귀환은 마치 익숙하면서도 검증된 식당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현상을 방불케 했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나 PD표 예능은 단순한 관찰 예능을 넘어 시트콤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캐릭터쇼를 구축했기 때문에 고강도 재미를 찾기 위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tvN 채널을 선택하거나 티빙을 통한 OTT 감상으로 프로그램에 큰 힘을 보태준다.  

<윤식당>, <윤스테이>, <서진이네>시즌1, 지난해 10월 스핀오프 격으로 방영된 <출장의 신 - 서진이네 편>을 거치면서 출연진들은 각자의 확실한 예능 캐릭터를 마련해왔다. 이서진은 <삼시세끼> 시절부터 툴툴 거리면서도 후배들을 챙겨주는 츤데레 사장님으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식당의 임원 역할을 맡고 있는 정유미-박서준 등은 약간 빈틈을 보이면서도 중간 관리자 역할을 통해 든든한 허리를 담당해준다.   
 tvN '서진이네2'
ⓒ CJ ENM, 서진이네2
 
막내 라인격인 최우식 + 군복무 중인 뷔는 까불거리면서 때론 영업 방식에 반기를 드는 '예능 MZ 사원'의 성격을 장만하고 이서진 사장과의 재미난 갈등을 늘 유발시켜 웃음을 안겨줬다. 여기에 '열정 만랩' 고민시가 가세하면서 첫회부터 확실한 성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장님 답게 선발 투수 로테이션 마냥 그날의 셰프를 선정해 하루 운영을 책임지는 틀도 신설했다. 오타니를 언급한 정유미를 향해 "나는 김성근 감독이야"라는 말로 스파르타식 영업을 선언한 이서진은 파격적으로 개업 첫날 셰프로 최우식을 지목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다채로운 CG 화면을 꾸며 <최강야구>를 패러디한 <최약야구>를 선보여 색다른 웃음을 동시에 안겨줬다.  

이와 같은 식의 구조 설정은 단순히 유명 스타가 뭘 하는지의 단순한 화면 포착을 넘어 시청자가 마치 드라마, 코미디 속 이야기에 자신도 동화되는 과정을 연상케한다. 덕분엔 이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에그이즈커밍표 예능은 더욱 든든한 후원자들을 확보하면서 다양한 시리즈로의 변주 가능성도 마련한다. <삼시세끼>, 최근의 <지구오락실> 역시 이와 같은 방식에 활용되면서 확실한 인기 몰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기존 관찰 예능 틀 안에 갖힌 '가브리엘'의 약세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 JTBC, TEO
 
반대로 < My Name Is 가브리엘 >에선 이러한 요소의 부재가 시청자 흡인력의 상대적 열세로 작용한다. 착하고 사람 좋은 박보검, <무한도전> 시절부터 다채로운 성격을 부여받은 박명수가 1-2회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단순한 관찰 예능의 범주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전국 시청률 1.1%로 전주 대비 0.4% 포인트 하락, 닐슨코리아 집계)

관찰 예능의 대표주자인 MBC <나 혼자 산다>가 각자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의 교류를 통해 캐릭터쇼 성격을 공유하면서 한계를 뛰어 넘었던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가브리엘>은 단순한 구조 설정 이상의 특별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무한도전> 당시 '타인의 삶'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배경에는 멤버들 뿐만 아니라 서로 역할을 바꿨던 야구선수 이숭용 (현 SSG 랜더스 감독),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 등 일반인 출연자들의 예상 밖 예능감도 한 몫을 차지했었다.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예능적 재미를 생산한 것이었다. 반면 <가브리엘>에선 단순히 한국 연예인의 현지 생활 적응 그 범주에 국한된 내용을 담기에 급급하다.  

원래 인물의 주변 동료들도 등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유기적인 결합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보니 예상 가능한 틀 안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전개된다. JTBC의 주요 프로그램이 재방영되던 기존 티빙이 아닌,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한 OTT 방영 또한 더 많은 시청자 확보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름값과 유명세를 감안하면 확실한 한방의 부재가 방영 초반 기세 싸움을 가르고 있는 모양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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