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로보틱스의 미래” 극찬한 韓배달로봇 어디?…‘네옴시티’서도 씽씽 [내일은 유니콘]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6. 29. 1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빌리티 창업자 이상민 대표(뉴빌리티 제공)
최근 대만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 ‘컴퓨텍스 2024’.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때 함께 등장한 자율주행 로봇이 덩달아 주목받았다. 젠슨 황 대표는 “이 친구들(여러 로봇)은 AI의 다음 물결, 로보틱스의 미래”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로봇 중엔 한국산도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개발한 로봇 ‘뉴비’다.

AI 업계 슈퍼스타 젠슨황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회사 관계자는 “2021년부터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인 인셉션 프로그램(NVIDIA Inception Program)에 회원사로 참여, 엔비디아와 다양한 협업을 하며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창업자는 이상민 대표.

애초 그의 어린 시절 관심사는 로봇은 아니었다. 항공우주 분야에 꽂혀 고등학교 때 관련 학회를 직접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우주정거장용 나선형 변기 아이디어로 미국 NASA 경진대회에서 입상하고 특허를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경험이 창업하는데 큰 자극과 도전이 됐다”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 이후 연세대 우주비행제어연구실 개발팀장, 항공대 위성시스템연구실 연구원 등을 거치며 로봇공학, 자율주행, AI 등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그러면서 이런 첨단기술이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뉴빌리티는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의 서막이라는 것이 이 대표 설명.

참고로 사명 뉴빌리티(Neubility)는 ‘지능(Neuro)와 능력(Ability)’의 합성어로, 지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뜻한다. 로봇이라는 새로운 지능을 통해 이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을 현실로 구현하고자 하는 포부를 담았다고.

더 자세한 내용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젠슨황 엔비디아 창업자가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로보틱스의 미래”라고 극찬한 뉴빌리티의 ‘뉴비’(뉴빌리티 제공)
Q. 무엇보다 엔비디아와의 인연이 화제다.

첫 인연은 2021년이었다. 엔비디아 설루션을 뉴빌리티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젠슨 황은 마침 엔비디아칩을 활용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다양한 글로벌 로봇회사와 협업하고 있었는데 뉴빌리티가 이들 라인업에 버금가는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있다고 평가해줬다. 이번 시연 이후 엔비디아의 AI 기술과 뉴빌리티의 로봇 기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사업모델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 매출은 어떻게 발생시킬 수 있나?

뉴빌리티는 로봇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크게는 자체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기반의 구독형 사업(Robotics-as-a-Service(RaaS), 턴키(Turnkey, 통합 설루션 제공), 쓴 만큼 과금(Pay-as-you-go)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그밖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싱 관련 사업, 로봇 외관 광고 사업도 병행한다.

Q.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RaaS는 말그대로 고객사에 로봇을 대여해주고 월 사용료를 받는 형태다. 월간 인건비 대비 상당한 절감 효과가 있어 국내외 많은 기업이 지금 이 시간에도 쓰고 있다. 턴키(Turnkey) 모델은 로봇과 관련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설루션 판매 방식이다. 업계 최저 가격대로 로봇 하드웨어와 필요시 일정 기간의 서비스 계약이 포함된 패키지를 제공한다. 과금모델인 ‘페이 에즈 유 고(Pay-as-you-go)’모델은 배달 건당 요금을 부과하는 형태다. 로봇을 많이 활용할수록 뉴빌리티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다.

이렇듯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객사 니즈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로봇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로봇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고 매출 기반도 다변화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다.

Q. 자율주행 로봇이 주력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곳에 활용할 수 있나.

뉴빌리티는 현재 국내외 17개 지역에서 70여 대의 로봇을 운영 중이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배달과 순찰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진출 사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도시 ‘네옴(NEOM)’ 프로젝트가 있다.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시티에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인데, 글로벌 경쟁 끝에 현재 배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현지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잠재 투자처 발굴을 통해 중동 전역의 배달, 순찰 자동화 수요 기업들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 마이애미 지역 최대 경비업체 사우스플로리다시큐리티그룹(South Florida Security Group)과 제휴를 맺고 순찰 로봇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최대 로봇 유통사와 자동화 솔루션 공급사 등과 배달과 순찰 로봇 제공을 논의중에 있다.

일본에서도 도쿄 내 배달 서비스 실증을 위해 이커머스, 배달 플랫폼, 로봇 솔루션 공급사 등 유수의 현지 기업들과도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금년 내 현지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창업 7년 만에 300억 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KT, 코리아세븐 등 국내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Q. 창업한 후 위기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사업 초기 가장 큰 난관은 복잡한 규제였다. 로봇이 도로나 인도를 다니려면 법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정부, 지자체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 그 결과 먼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특례를 받아 강남, 여의도 등에서 로봇 배달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자율주행 로봇의 인도 주행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는 법령이 새롭게 시행됐다.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 인증을 취득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이 참여해 수립한 인증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이로써 뉴빌리티 로봇은 보도, 횡단보도, 건물 내부 등에서 운행이 전면 허용됐다.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실제 현장에 배치, 자율주행으로 배달하는 뉴빌리티 로봇(뉴빌리티 제공)
Q. 자율주행 관련해서 업계에 오래된 논쟁은 ‘카메라 기술 기반이 경제적이라 낫다, 아니다. 라이다 기반이 보다 정확하고 뛰어나다’인데.

*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 레이저를 발사해 사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과의 거리를 재는 센서.

뉴빌리티는 애초 카메라 기반으로 개발했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의 난제가 있었다. 정밀도 확보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연구 개발에 매진한 결과 자체 설루션을 개발해냈다. 핵심 기술은 AI기반 비주얼 슬램(SLAM)이다. 통상 업계에서 얘기하는 슬램(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은 주변 환경 지도를 작성하면서 동시에 작성된 지도 안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는 기술을 의미한다. 특히 3차원 슬램 개발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카메라와 라이다(LiDAR)가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뉴빌리티 로봇 뉴비는 오로지 카메라로 수집된 시각 데이터를 지속 학습함으로써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뉴비’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캡처된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로봇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정하고, 주변 환경의 지도를 생성한다. 뉴빌리티는 지금까지 실내외 환경, 주야간 환경, 그리고 캠퍼스, 골프장, 캠핑장, 도심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학습해왔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음 주행하는 환경에서도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능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새로운 환경이나 예기치 않은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Q. 스타트업 입장에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텐데.

이런 기술력 확보 배경에는 우수한 개발 인력이 있다. 현재 직원 124명 중 65%가 엔지니어이고, 그중 상당수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NASA 출신의 정예 멤버들이다. 이들이 있어 기술력과 디자인 면에서 업계를 선도할 수 있었다. 최근 2년 연속 ‘KOREA AI Startup 100’에 선정되는가 하면, CES 2023 혁신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1 등도 수상하며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이 기술을 높이 평가한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KT, SKT 등 대기업과 협업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

Q. 상장 계획은?

상장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히긴 이르다. 단순히 자금 조달을 위한 상장은 지양할 생각이다. 2~3년 내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글로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상장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2년 내로 국내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수도권 중심의 실외 자율주행 서비스를 확대하고, 주행 데이터 확보와 안정적인 운영 체계 구축에 주력할 것이다. 해외의 경우 올해까지 서비스 실증에 속도를 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로봇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는 올해 자율주행 로봇 ‘뉴비’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에는 해외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2026년까지 관련 프로세스를 안정화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향후 현재의 자율주행 로봇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킨 다양한 로봇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동뿐 아니라 로봇 팔 등을 활용한 조작 기능까지 갖춰, 배달과 물류를 넘어 제조, 의료 등 더 많은 영역에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이런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자율주행 기술과 데이터를 범용 로봇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는 글로벌 로봇 서비스 시장 점유율 5%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 그리고 인재 확보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로보틱스 선도기업’이라는 당사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 로봇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봇키트( kit) 라이선싱 등 다각화된 수익 모델 구축을 통해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AMMR(Autonomous Mobile Manipulation Robot)등 미래 유망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