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승계 두고 주목받는 롯데홀딩스 지배구조[기업&이슈]
2세 승계 과정서 복잡해진 지배구조…분쟁 불씨
10전10패한 신동주…3세 승계 과정에 본격 개입
롯데그룹에서 3세 승계를 둘러싸고 또 집안싸움이 시작됐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놓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재차 충돌하면서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1970년대 2세 승계를 위해 만들어놓은 복잡한 그룹 지배구조와 곪아버린 형제간 갈등이 경영권 분쟁 불씨로 계속 남아 있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의 최대주주 신동주 회장…경영복귀 실패 이유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전무)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앞서 신동주 회장이 주총 개최 전에 신 전무의 선임을 반대하는 주주제안서를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동주 회장은 신 전무의 롯데홀딩스 사내이사 선임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 방향성이 중요한 현 시점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합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로 롯데홀딩스 전체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주총에서 결국 패배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와 롯데지주로 이어지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지주회사다. 이에 따라 신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자체를 3세 승계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이 이번 선임에 강력히 반대한 것도 자신이 배제된 상태에서 승계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이번 주총에서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 28.14%의 지분을 가진 광윤사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 자격으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는 광윤사 지분의 50.28%를 보유하고 있어 광윤사 하나만 놓고 보면 신동빈 회장(38.98%)보다 지분이 많다. 롯데홀딩스 입장에서 보면 소위 '최대주주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롯데홀딩스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5.96%) 등이 신동빈 회장을 계속 지지하면서 신동주 회장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밀렸다. 신동빈 회장은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의 지지 외에도 본인명의로 소유한 롯데홀딩스 지분(2.69%)과 광윤사 이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계열사 지분(17.15%) 등을 합친 53.87%의 우호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분쟁은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2015년 이후 아직도 완전히 종결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신동주 회장은 2015년 1월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전격 해임된 이후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주제안서를 통해 자신의 이사 선임과 신동빈 회장의 해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주총까지 10번의 시도 모두 실패했다.
형제간의 다툼이 이제 큰아버지와 조카의 분쟁으로까지 이어진 주된 요인은 윗부분으로 갈수록 취약한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70년대부터 2세 승계에 대비해 만들기 시작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등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분산된 것이 분쟁의 불씨가 됐다는 것이다.
일본 매체인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2007년 설립된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내부에서 1977년부터 30년간 준비기간을 거쳐 만들어졌다. 1977년 당시 만 55세였던 신격호 회장은 그때 이미 일본 내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 및 자산만으로도 상속세가 최소 1조엔(약 8조6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따라 절세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개인명의 지분을 적정수준으로 줄이고 우호지분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이러한 계산 하에 만들어진 것이 종업원지주회였다. 원래 사우회 조직 성격의 종업원친목회였던 이 지주회는 1985년 우리사주조합의 형태로 재편됐다. 종업원지주회는 당시 일본의 주식회사 롯데(현 롯데홀딩스) 지분의 20%를 양도받아 주요 주주가 됐으며, 일본 롯데그룹에서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에게 지분이 나눠졌다. 지주회의 의결권 행사는 지주회장 1인이 대리 의결토록 규약을 만들고, 지주회장의 임명권 또한 사실상 롯데그룹 회장이 갖게 되면서 강력한 우호지분이 됐다. 이후 임원지주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결성됐다.
하지만 이후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5.96%)의 롯데홀딩스 지분 보유 비율이 오너일가의 단일 지배를 받고 있던 광윤사(28.14%)를 상회하게 되면서 2015년 이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다이아몬드는 "2015년 1월 광윤사 지분의 과반 이상을 갖고 있던 신동주 회장을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도 두 지주회의 지지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형제간 갈등 변수 속에서도 본격화된 3세 승계오너일가 형제간 갈등 속에서도 롯데그룹의 3세 승계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 전무는 이번 주총에서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서 존재감을 알리게 됐다. 경영수업을 끝내고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셈이다.
신 전무는 지난 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선임되며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신 전무가 롯데지주 보통주 7541주(0.001%)를 매입했다고 공시해 신동빈 회장의 특수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승계작업이 활발해지면서 신 전무의 한국 국적 취득시점도 곧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신 전무는 아직까지 일본 국적자다. 올해 만 38세가 돼 한국에서의 병역의무가 소멸되면 조만간 한국 국적을 획득하고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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