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도에서 전해온 전도 이야기(3)

2024. 6. 29. 08: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년 전 3개월에 걸쳐 교회 공사를 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교회인데 주일날 예배를 드려야 하기에 벽과 천정이 전혀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개척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첫 예배인데 외부 사람이 있어야 서울에서 오시는 목사님께 체면이 설 것 같아 마을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 사시는 올해 90세이면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내일 우리 교회가 개척 예배를 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5년 전 3개월에 걸쳐 교회 공사를 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교회인데 주일날 예배를 드려야 하기에 벽과 천정이 전혀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개척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예배를 드리려고 하니 교인이 한 분도 없었습니다. 교회 간판도 못 달고 공사만 하다 보니 교인 전도를 못했습니다. 저와 아내만 예배를 드릴 처지였습니다.

우리 교회 1호 교인 김임철(오른쪽) 집사님이다. 처음 개척예배 때 참석한 예배가 이제 이 어른의 평생 자랑이 되었다.


마침 그때 서울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원로 목사님께서 저희 개척 예배 날짜를 아시고 참석겠다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들 사정상 지금 우리 부부만 있는 형편이니 다음에 전도가 이루어지면 오시라고 정중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원로 목사님께서 지인들에게 우리 섬교회 이야기를 했더니 그 자리에서 모금이 이루어져 110만원이 모금돼 부득이 그 개척 헌금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몇 번 방문을 연기해 달라고 했지만 워낙 오시겠다는 의지를 보이시니 어쩔 수 없이 허락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첫 예배인데 외부 사람이 있어야 서울에서 오시는 목사님께 체면이 설 것 같아 마을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 사시는 올해 90세이면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내일 우리 교회가 개척 예배를 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개척예배가 뭐냐고 물으셨고 일종의 개업식 같은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내일 서울에서 손님이 오신다, 어르신께서 내일 한 시간만 참석해 주시면 하루 일당을 드리겠다고 설명했고 간절하게 부탁을 했습니다.

나의 설득과 애원에 그 어르신은 “나는 전혀 갈 생각이 없는데 목사님 사정이 너무 딱해서 한 번만 가 줄테니 다시는 오라 하지 마시오” 하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교인 한 분을 빌려 오듯 모시고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분 성함이 김임철 어른입니다. 저희 교회 1호 교인이며 그날부터 이 어르신은 하루에 두세 번 교회에 오시면서 교회를 사랑하고 지키시며 지금은 세례받고 명예 집사님이 되셨습니다.

할아버지 집에 비가 새고 썩은 나무 기둥이 있어 고쳐드렸다.


제가 생각할 때 농촌이나 섬이나 어르신들에게 자동차를 태워드리고 맛있는 음식 갖다드린다고 해서 그분들이 교회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런 봉사는 마을 이장도 잘하고 마을 부녀회장은 “아버지” “어머니” 하며 더 잘합니다. 하물며 우체부들도 어르신들의 손발이 돼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마을분들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봉사가 넘쳐나는데 목회자가 비슷한 봉사를 했다고 해서 시골분들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오입니다.

물론 그런 봉사를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것은 아주 기본적이 일이기에 이런 봉사는 면사무소 복지과 직원이나 보건소 소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어촌 목회자는 그것을 뛰어넘는 복음의 방법을 스스로 찾고 그 해답을 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걸어온 길이라면 분명 그 해답이 있을 것인데 전혀 엉뚱한 곳을 헤매는 제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시골 할머니들도 단골 미장원에 갑니다. 옆에 미장원에서 3000원 싸게 해도 절대 바꾸지 않습니다. 시골이든 도시이건 잘되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집은 시설도 허름하고 먼 골짜기에 있어도 아무 상관 없이 손님이 바글바글합니다. 왜 교회는 동네 식당도 사람을 감동시키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생명이 선포되는 교회는 농촌이고 섬이라는 이유로 외면을 받아야 할까요. 제가 5년간 보고 겪으면서 우리 농어촌 섬목회자들은 그 해답을 본인들 스스로 반드시 찾아야 된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전도 대상자가 이렇게도 많은 섬에서 십자가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묻고 있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