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거래소 시대 코 앞…증권가 움직임도 ‘분주’ [하반기 자본시장 이슈-⑤]
내부 시스템 점검 이후 업계 모니터링·모의시장 운영 계획
證, ‘최우선집행의무’에 SOR 구축 속도…자체개발한 곳도
올해도 어느덧 절반이 흘러갔다. 올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취지로 등장한 밸류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단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등 다양한 정책적 결정이 이뤄졌다.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2년간의 시행 유예가 끝나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부상할 자본시장 이슈들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유관기관·증권사 등이 출자해 만들어진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하반기 본인가 신청을 앞두며 출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넥스트레이드가 본격 출범하면 지난 69년 동안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리고 경쟁시장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성큼 다가온 복수거래소 시대의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2개의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거래를 집행해야 하는 책임을 안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이르면 오는 10월 금융당국에 최종 본인가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넥스트레이드는 지난해 7월 ATS 시장 구축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아 내년 3월 시장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위해 ATS 내부 시스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 처리를 위한 내부 시스템 점검이 완료되면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을 통해 대체시장에 주문을 넣을 증권사들과의 시스템 모니터링이 예정돼 있다.
오는 11월부터는 국내 유관기관과 증권사들이 참여하는 모의시장을 운영하며 이행점검 및 리허설에 나설 계획이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현재로서는 본인가를 받고 내년 상반기 출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매매거래 시스템 및 네트워크망 등을 차질 없도록 구축해 계획한 시점에 시장 개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출범하는 넥스트레이드의 운영 방침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주식 거래시간의 연장이다.
현행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 프리마켓(오전 8시~오전 8시 50분)과 애프터 마켓(오후 3시30분~오후 8시)을 추가로 부여함으로써 현 거래시간보다 5시간 30분이나 늘어나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해진 셈이다.
매매체결 수수료가 한국거래소 대비 20~40%가량 낮게 책정되고,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호가’ 등 새로운 호가가 도입되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시간이 한국거래소보다 길고 수수료도 저렴한 만큼 자본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특히 증권사들은 ATS의 핵심인 ‘SOR솔루션’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복수거래소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투자자의 주문이 최적의 조건으로 체결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최우선집행의무’를 적용키로 하면서다.
SOR솔루션은 최우선집행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이에 미래에셋·KB·삼성·하나·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은 넥스트레이드와 코스콤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들이 개발한 SOR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시스템 개발에 나선 증권사도 있다. 현재 키움증권은 비용절감 및 알고리즘 고도화 차원에서 10억원 이상을 투입해 자체 SOR을 개발하고 있다. 초기 개발비용이 들더라도 매번 솔루션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자체 SOR이 수익성 측면에서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독점시장이 경쟁시장으로 전환되는 사실만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증권업계의 경쟁적 환경도 조성돼 거래 효율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등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익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으나 시스템 개발·야간 인력 투입 등과 관련된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플랫폼 개편뿐 아니라 최근 발표된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 구축 등 대비해야 할 영역이 많아 고심이 깊다”며 “특히 최선집행의무로 인해 시행 초반에는 관련 민원이 적지 않게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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