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골프치는 모습 보여줄 것”… 악재 털고 상승세 잇는다
‘골프 천재’ 김민규(23·CJ)가 지난 23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에 막을 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2022년에 이어 개인 통산 대회 2승째다.
김민규는 지난 23일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마지막 날 13번 홀(파3)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행운 벼락’을 맞았다. 이 홀은 대회 개최지인 우정힐스CC의 시그니처 홀이다. 그린을 연못이 빙 둘러싼 전형적인 우리나라 최초의 아일랜드홀이다. 일본의 ‘골프 영웅’ 이시카와 료가 2012년 대회에 출전해 1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는 이 홀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승부처가 되는 곳이다. 마지막 날 김민규가 날린 티샷이 탄도가 너무 낮아 볼이 해저드로 향했다. 물까지 튀어 오르는 게 보여 의심의 여지 없이 페널티 구역에 빠진 것이었다.
기막힌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캐디의 ‘볼이 살아 있는 것 같다’는 말에도 ‘설마’하고 현장에 가보았다. 거짓말처럼 볼이 러프에 올려져 있었다. 물수제비샷이 되어 볼이 수장을 면했던 것. 가슴을 쓸어내린 김민규는 두 번째 샷을 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해 우승 발판을 마련했다.
우승 다음 날인 지난 24일 그에게 전화로 당시 상황을 물었다. 김민규는 “4번 아이언 로우페이드 샷을 시도했는데 너무 낮게 날아갔다. 캐리가 안나와 해저드에 물이 튀는 걸 보고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볼이 운좋게 올라와 있었다”라며 “지난달 최경주 프로님의 SK텔레콤오픈 우승할 때가 생각났다. 공이 너무 낮게 가다보니 튕겨 나왔던 것 같다. 물수제비가 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최경주와 김민규는 사실상 멘토와 멘티 관계다. 김민규가 최경주 프로가 설립한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출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 우승도 올 시즌 첫 번째 우승인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때와 마찬가지로 ‘최경주 퍼터’로 일궈냈다.
그에게 비장의 무기인 최경주 퍼터에 대해 물어 보았다. 김민규는 “정확히 말하자면 최 프로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퍼터는 아니다. 2020년 초반에 스승인 이경훈 프로님 백에서 우연히 발견해 프로님의 허락을 받고 사용하게 된 퍼터”라고 설명했다. 이경훈은 최경주 프로의 절친으로 최경주재단 골프 꿈나무 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민규도 그때 꿈나무로 발탁한 골프 영재였다.
이 퍼터는 2001년에 출시된 구형 일자형 퍼터로 현재는 단종된 제품이다. 최경주가 친구인 이경훈에게 선물한 것이 제자에게까지 대물림하게 된 것이다. 김민규는 “퍼팅이 안 좋아 2020년 초반에 이 퍼터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0년 군산CC 오픈과 KPGA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이 퍼터를 사용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 최경주 퍼터는 김민규의 백에서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여러 퍼터를 사용해 보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 초반 다시 일자형 퍼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차 트렁크에 방치돼 있던 ‘최경주 퍼터’를 우연히 발견해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민규는 “한동안 다른 퍼터를 쓰다가 이 퍼터를 다시 쓰기 시작한 지난달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 입상에 이어 이달 초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그리고 이번 한국오픈까지 우승하게 됐다. 정말 소중한 퍼터”라고 비밀 병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김민규의 우승 하루 다음 날 친한 동생인 김주형(21·나이키골프)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대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김민규는 “주형이는 골프를 정말 독하게 한다. 국내서 활동했던 짧은 시간에도 오로지 골프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동생이지만 본받을 만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자잘한 악재들이 있었는데 다 털어내고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 1위인데 여세를 몰아 목표인 대상을 차지해 PGA 콘페리투어에 나가도록 하겠다”라며 “또 이번이 두 번째인 디오픈에서도 기회를 잘 살리도록 하겠다. 2년 전에는 경험 부족으로 컷 탈락했는데 이번에는 4일 내내 경기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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