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과 고소인 무엇이 문제였나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4. 6. 2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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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아동학대로 피소돼 충격을 안겼는데, 고소인의 요구가 담긴 녹취가 공개돼 또 충격을 주고 있다.

아카데미에서 지도 받은 유소년 선수의 아버지가, 아들이 전지훈련에서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면서 폭로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손 감독 측은 사과를 하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 주장이 너무 과장됐고, 아카데미 측에선 합의하려고 했으나 고소인 측에서 수억원을 요구해 합의가 불발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소인 측은 손 감독 측이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아 홧김에 5억원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 후 체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보도가 나왔다. 아카데미 측은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체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외국 전지훈련을 나오다보니 들떠서 분위기가 흐트러졌는데, 그걸 다잡는 차원에서 체력 훈련을 했고 마지막에 ‘하프라인 찍고 20초 안에 안 들어오면 한 대 맞는다’라고 고지한 후 실제로 코너킥 플라스틱 봉으로 한 대씩 체벌했다는 것이다.

당시 훈련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참관했지만 체벌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했다. 한 매체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전했는데 “4~5년간 아카데미에 다녔지만 체벌은 처음 봤다. 놀라긴 했지만 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체벌에 찬성하진 않지만 학대라고 생각하진 않았고 훈련 과정 중 하나로 보였다” 등의 내용이었다.

손 감독은 고소인이 문제제기를 하자 합의를 시도했지만 합의금 상한을 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하면 그냥 처벌을 받겠다. 굳이 많은 돈 주고 합의해서 나쁜 선례를 만들 필요 없다”라며 합의금 상한을 3000만원으로 정했다고 한다. 상대가 이 이상을 요구하면 그냥 합의 안 하고 처벌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고소인 측에서 손흥민 선수를 거론하며 수억원을 요구했다는 놀라운 주장을 손아카데미 측에서 펼쳤다. 당연히 논란이 일었는데 29일에 디스패치에서 관련 녹취가 공개됐다.

녹취에서 고소인은 “아이로 계산하면 1500만원이 맥시멈”이라면서 “아이한테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은 그 정도밖에 안 된다. 저도 알고 있다. 그런데 특이 상황이지 않냐”고 말했다.

일반적으론 1500만원 정도로 합의할 사안인데 특이한 상황이라서 큰 돈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들린다. 고소인은 “이미지 실추 생각하면 5억의 가치도 없냐"며 ”저도 변호사랑 얘기하지 않냐. ‘20억이든 불러요. 최소 5억 밑으로는 하지 마세요’ 했다. 진짜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손흥민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 사고 치면 합의금 얼마인지 아시지 않냐”, “(5억원 제안이) 심한 건 아니다”, “지금 (손흥민이) 4000억원에 이적한다, 뭐한다고 하는데, 손흥민 일이 아니더라도 손 감독이 에이전시를 하고 있지 않냐” 그러면서 “비밀을 유지해줄 테니 합의금 5억원을 맞춰 달라. 언론에 보도되든 말든 신경 안 쓸 거면 2000만원, 3000만원에도 합의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손 감독은 이 제안에 응하지 않았고 그러자 고소인은 액수를 3억원, 2억원, 1억5000만원 등으로 낮추더니 급기야 아카데미 측 변호사에게 ‘5억원을 받아주면 1억원을 떼주겠다’는 부적절한 제안까지 했다고 알려졌다.

지금 고소인 측에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고소인의 해명까지 지켜봐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로만 보면 양측에게 모두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웅정 감독 측의 문제는, 아무리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게 해주고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려는 목적이라고 하지만 체벌과 같은 강압적 방식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손 감독이 사과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는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 감독의 신념이 완전히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다.

손 감독은 자신의 교육법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손흥민이 어렸을 때 손 감독이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시켰는지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신고까지 했었다고 한다. “저는 흥민이를 많이 팼었다”라고 체벌에 대해서도 스스로 이야기했다. 손흥민도 “엄청 맞았다”고 회고했었다. 과거 손 감독이 책에서 “유대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자식을 체벌한다.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압적인 방식의 교습법은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손 감독이 이 부분에 대해선 더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손 감독은 강고한 원칙주의자인 것 같다. 고소인이 “언론에 보도되든 말든 신경 안 쓸 거면 2000만원, 3000만원에도 합의할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는데, 이건 2000~3000만원만 주면 언론에 폭로하겠다는 위협으로 느껴진다. 이러면 보통의 부모는 아들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언론 보도를 막으려고 큰 액수 합의에 응할 텐데 손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에 폭로 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킨 것이다. 자신의 교습법 관련해서도 앞으로 원칙을 계속 지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원칙이 시대와 맞는 않는다면 이젠 원칙 수정도 고려할 시점이다.

고소인의 문제는 현재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손흥민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아들이 당한 피해와 손흥민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유명 연예인 합의금 운운하면서 손흥민의 이적료까지 거론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피해자 측이지만, 손흥민을 거론하면서 거액을 요구한 순간 순수한 피해자의 위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이 부분은 고소인의 해명을 지켜봐야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소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니 조만간 자세한 해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학대 내용과 관련해 손 감독의 사건축소인지 고소인의 과장된 주장인지 여부도 차후 밝혀질 것이다. 부디 이런 일로 축구 꿈나무들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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