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통해 진화하는 디지털헬스케어…달라야 살아남는다
웨어러블 라인업 한층 강화
수면무호흡 조기발견 기능 탑재 시사
DTx 등 디지털헬스케어
각종 바이오마커 확보 통해 진화 가능해
디지털 헬스케어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점차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걸음 수 측정 수준을 넘어 다양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다양한 질환 치료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결과까지 낳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종민 삼성전자 상무(헬스 하드웨어 개발그룹장)는 27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주최로 열린 '미래연구 심포지엄'에서 "삼성전자의 목표는 '일상 속 건강관리'"라며 "확장현실(XR)에 쓰이는 안경 등도 핵심적인 건 사람이 썼을 때 편하면서도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보고 꾸준히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갤럭시링과 갤럭시워치7 등의 건강 관련 웨어러블 기기들을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최 상무는 "웨어러블은 계속 착용하고 있으니까 지속해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의사와 만나보도록 조언할 수 있다"고 그 효능을 강조했다.
최 상무가 대표적으로 꼽은 것은 갤럭시워치의 수면무호흡 조기 발견 지원 기능이다. 이미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인증받은 기술이다. 센서를 통해 수면 중의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수면 중 무호흡·저호흡 지수의 추정치를 계산하고, 증상 유무를 알려준다. 그는 이 같은 기능이 최신 기기인 갤럭시워치7뿐만 아니라 2021년 출시된 갤럭시워치4 이후의 구형 모델 모두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갤럭시워치4를 통한 수면무호흡증 예측 가능성을 입증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최 상무는 이외에도 수면 코칭, 체성분측정, 생리주기 예측 등 다양한 갤럭시워치의 건강 관리 기능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수면 관리와 관련해서는 "수면다원검사만큼 완전하지는 않지만 갤럭시워치7은 정확도를 75%까지 끌어올렸다"며 "수면 단계를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고, 매년 조금씩 정확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언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판 예정인 갤럭시링에 대해서는 "링을 통해 헬스 쪽에서도 잘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갤럭시링은 문자 알림과 같은 기능이 없는 순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로 출시된다. 각종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수면 품질 등을 측정한다. 최 상무는 다만 워치와 링에 탑재될 것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비침습 혈당 측정에 대해서는 아직은 어렵다고도 전했다.
꾸준한 '진화' 통해 차별성 입증해야 살아남는 디지털헬스케어
한편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은 꾸준히 차별성을 입증해야 하는 사업으로도 꼽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와 경쟁 관계인 애플의 애플워치도 이르면 올해 출시되는 모델부터 수면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한 디지털치료기기(DTx) 기업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이 같은 해법을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규제 제도, 그리고 꾸준한 진화를 통한 '디지털 베터' 구현에서 찾았다.
실제로 삼성전자 헬스서비스그룹에서 일하기도 했던 강 대표는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의료기기가 아닌 피트니스 기기라고 이야기해왔지만 한계에 부딪혔고, 애플은 삼성전자가 준비하지 못했던 걸 했다"며 애플워치가 심전도 측정 기능을 토대로 의료기기로 발돋움한 순간을 회고했다. 강 대표는 "(의료 산업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만 디지털헬스케어는 오히려 규제가 필요하다"며 "규제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해왔다"고 돌아봤다. 일반적 산업에서는 규제가 '걸림돌'로 받아들여지지만 반대로 디지털헬스케어에서는 신산업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웰트가 개발한 불면증 DTx 슬립큐는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 이후 1년 2개월여만인 지난 12일 처음으로 환자를 만났다. 아직 국내 DTx 산업이 걸음마 단계에 가까워 상용화를 위한 제도가 완비되지는 않은 만큼 "실사용에 들어갔지만 규제기관의 빡빡한 관리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파트너사인 한독과 시장 이해도를 높이며 나아가겠다"고 설명했다.
웰트가 바라보는 건 글로벌 진출이다. 강 대표는 "독일이 희망"이라며 독일을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로 꼽았다. 웰트는 지난 2월 독일 디지털헬스협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현재는 독일 주요 의대와 슬립큐의 현지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은 DTx 허가와 함께 1년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한 디지털 건강 애플리케이션(DiGA) 제도를 운영하는 DTx 선진국으로 꼽힌다. 이를 토대로 현재까지 60만건 이상의 DTx 누적 처방 사례가 확보됐다.
강 대표가 글로벌 진출의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꼽은 건 '진화'다. 강 대표는 "사실 불면증 DTx는 상담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기반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다른 DTx들과 비슷해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일종의 '디지털시밀러'로 생각한다"면서도 "약은 한번 만들어지면 그 약 그대로이지만 디지털은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고 차별점을 꼽았다. 그는 "DTx는 환자와 질병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얻어 환자를 이해하는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며 "진화하는 플랫폼으로써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 플랜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베터를 목표로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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