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사 빠진 시상식…바둑리그 다음 시즌 ‘위태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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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18년 동안 굳건하게 바둑리그를 후원해왔던 KB국민은행이 바둑계에서 '철수'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KB국민은행 측이 바둑리그를 운영하는 한국기원에 부여했던 '유예 기간 2년'이 모두 지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열린 바둑리그 시상식에 타이틀 후원사인 KB국민은행 측 인사들이 한 명도 단상 위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일종의 '시그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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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주요 행사에 참석한 것과 대비
시청률 바닥친 국민은행 바둑리그, 이번 시즌도 흥행 참패
2006년부터 18년 동안 굳건하게 바둑리그를 후원해왔던 KB국민은행이 바둑계에서 ‘철수’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KB국민은행 측이 바둑리그를 운영하는 한국기원에 부여했던 ‘유예 기간 2년’이 모두 지났다. 2년 전 2022-2023 시즌 KB국민은행 바둑리그 당시,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둑리그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도와 달라”고 읍소했다. 시청률 면에서 일반 기전에 크게 밀리는 것은 물론, NH농협은행이 타이틀 후원을 하고 있는 여자바둑리그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수년 째 받아들고 있던 차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기원은 바둑 팬들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구단제’ 도입과 ‘직관’ 문화 형성을 이번 시즌에도 추진하지 않았다. 매년 선수들이 드래프트 시장에 나와 100% 운에 의해 좌우되는 ‘추첨’으로 팀을 옮기고, 운 좋게 모셔온 상위 랭커들도 3년이 지나면 반드시 ‘강제 방출’ 해야 하는 조항 탓에 바둑 팬들은 매년 새롭게 바뀐 선수단 면면을 따라가기 벅찼다.
이번 시즌 한 바둑 팬은 우승을 차지한 ‘울산 고려아연’ 팀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으나 갈 곳이 없었다. 한국기원이 바둑 팬들의 직관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 장소조차 없는 상황에서 1층 복도에 놓인 의자에 앉아 1시간 이상 기다리던 팬은 다행히 응원하던 팀 소속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나올 때 만날 수 있었다. 해당 팬은 선수에게 준비해온 선물을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은 후 귀가했다.
현장 행사 없이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바둑TV에서 송출하는 방송에만 의존했지만 바둑리그 시청률 또한 바닥을 쳤다. 2017년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둑리그 시청률은 유료 방송 가구 기준 0.274%였다. 그러나 이번 2023-2024 시즌 평균 시청률은 0.102%로 약 2.7배가량 하락했다. 우승 팀이 가려지는 챔피언결정전 최종 3차전 시청률이 시즌 평균을 밑도는 0.084%에 그쳤다는 점도 인기 하락을 방증한다.
야심차게 ‘외국 용병’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신통치 않았다.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은 물론, 중국 선수들이 자국 대회 일정과 겹쳐 결장하는 비율이 높았다. 울산 고려아연은 정규 시즌 6전 전승을 거둔 ‘특급 용병’ 랴오위안허 9단 없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 신예 기사가 아무도 신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꺾고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구쯔하오⋅당이페이 9단이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도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기록됐다. 이들은 모두 한국바둑리그보다 수준이 더 높다고 평가받는 중국 갑조리그에서 오랫동안 주장을 맡고 있는 기사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열린 바둑리그 시상식에 타이틀 후원사인 KB국민은행 측 인사들이 한 명도 단상 위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일종의 ‘시그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시상식에선 후원사 없이 한국기원 프로기사 신분인 한상열 부총재가 우승팀 시상을 진행했다.
바둑 프로 선수들의 ‘생명줄’로 불리는 바둑리그 다음 시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구단제 도입과 직관 문화 형성을 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쿠키뉴스의 질문에 한국기원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다음 시즌 바둑리그 계약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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