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전공자율선택제發 입시 도미노 온다
의대 증원 이후 첫 공식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성적표가 다음 달 2일 수험생에게 배포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흘 뒤 나올 6월 모의평가 성적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대 증원과 맞물려 올해 확대된 전공자율선택제(무전공 입학)는 과거 입시 결과를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큰 변화다. 절대적인 정보 부족 상황에서 6월 모의평가 결과는 수시모집 지원 대학 결정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의대 입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최저기준) 충족이 중요해졌다. 최저기준은 학교생활기록부 위주로 평가하는 수시에서 대학들이 설정한 수능 성적 하한선이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거르는 일종의 안전판으로, 충족하지 못하면 학생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자동 탈락이다. 의대는 이 ‘허들’이 높기로 악명 높다. 지역인재 전형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허들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대다수 의대는 종전 기준을 고수했다.
2025학년도 의대 지역인재 전형 선발 인원은 1549명인데, 78명(5%)만 최저기준을 두지 않았다. ‘3개 등급합 4’를 요구한 전형의 모집 인원이 522명(33.7%)으로 가장 많았다.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등급이 높은 3개 영역을 적용하는데, 1개 영역에서만 2등급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1등급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국어·수학 1등급, 영어 2등급이면 통과인 엄격한 기준이다. ‘3개 등급합 5’가 다음으로 많은 399명(25.8%)이다. 이어 ‘4개 등급합 6’이 219명(14.1%)으로 뒤를 이었다.
대입은 기본적으로 전국 단위 선발이다. 지역인재 전형이란 말 그대로 지역 인재를 위한 예외이며 수도권 출신을 배제한 ‘제한 경쟁’이다. 하지만 수능 등급은 수도권은 물론이고 n수생까지 포함해 전국 석차로 매겨진다.
1등급은 성적 상위 4% 남짓이다. 지역인재라고 수능 가산점은 없다.
지역의 평범한 일반고 재학생에게 의대 증원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이은 지난해 ‘킬러문항’ 파동, 그리고 올해 의대 증원까지 대입에서 불확실성이 차곡차곡 쌓이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수능은 의대 증원 여파로 매우 어렵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으로 킬러문항을 배제했기 때문에 ‘준킬러문항’(킬러문항보다 약간 쉬운 문항)과 지문보다 선택지가 까다로운 ‘매력적인 오답’이 늘어날 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킬러문항 등장도 예상된다. 이런 조건이라면 사교육 특구 학생 혹은 수능에 강점이 있는 지역의 입시 명문고들에 유리한 구도가 된다.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도 변수다. 가톨릭관동대, 한림대, 울산대 등 9개 의대는 정시 모집에서 모든 인원을 전국 단위로 선발한다. 대입이 진행되는 와중에 정시에서 지역인재 전형을 따로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 대학은 이월 인원 전부를 전국 단위로 뽑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의대는 정시에서 전국 선발과 지역인재 선발을 병행한다. 이들 대학이 이월 인원을 포함해 전국 선발과 지역인재 전형 규모를 확정하는 시기는 수능 성적이 발표돼 수시가 마무리되는 연말이다. 수도권 수험생 허용 여부에 따라 커트라인 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시 합격선 예측이 한층 어려워진 것으로, 정시 합격 가능 대학을 토대로 수시 지원 대학을 결정토록 하는 현행 입시체제에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의대가 최상위권 입시라면 무전공 확대는 상위권과 중상위권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물론 수시 6회, 정시 3회라는 지원 기회를 통해 합격자들이 연쇄 이동한다.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의 무전공 입시와 의대 입시가 상호 영향을 주면서 다른 대학의 변수로 작용하게 되는데, 전례 없는 일이어서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더구나 의대 증원은 다른 전공 모집 인원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순증’ 개념이지만 무전공은 다른 전공 인원을 줄여 확대해 놓은 것이어서 예측이 한층 복잡하다.
다만 무전공 ‘유형1’의 경우 새로운 ‘문과 침공’ 루트가 될 것으로 내다보는 입시 전문가들이 많다. 무전공은 1학년을 마치고 모든 전공(보건의료, 사범 등 제외)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1과 계열이나 단과대 중에 선택하는 유형2로 나뉜다. 수도권 대학 유형1의 경우 지난해 전체 모집 인원의 2.4%(2296명)를 뽑았지만 2025학년도에는 13.1%(1만1408명)로 5배 증가했다. 국립대는 0.6%(294명)에서 7.5%(3436명)로 11.6배 늘었다.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수학의 경계가 허물어져 전반적인 입시 경쟁력에서 이과생이 문과생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수학 1등급을 이과생이 90% 이상 차지한다는 게 현장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교 내신 성적도 이과생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상위권 대학의 무전공 정원을 이과생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일반 학과 정원이 줄어든 만큼 문과생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의대와 무전공 외에도 수도권 대학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학과 모집 인원이 569명 늘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에서 늘었기 때문에 무시하기 어려운 변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8일 “종전 입시 결과 데이터가 무용지물일 정도로 변화가 너무 크다. 혼란을 줄이는 길은 정부와 대학들이 파격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뿐”이라며 “수험생들은 기말고사와 9월 모의평가를 준비하며 6월 모의평가 성적을 냉정히 분석하라고 조언하지만 정보 격차가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웅정 사건’ 녹취록 나왔다…학부모 “억울하다” 반박
- 이태원 참사 유족 “尹 ‘조작가능성’ 발언 사실이면 사과하라”
- 최태원 동거인 측 “첫 인터뷰, 사실과 달라…대화 왜곡”
- 족적 99.9% 일치…20년 전 영월 피살 전말 드러날까
- 청담동 400억 초고가 주택…“펜트하우스 주인은 손흥민”
- “키스마크 내 잘못”…이해인, 성추행 피해선수 문자 공개
- 경비원 100명 자른 압구정현대아파트가 ‘무죄’ 받은 사연
- “제조사가 급발진 입증해야” 5만명 동의한 도현이법
- “나라 지켰나”…아리셀 분향소 설치에 파출소장 ‘막말’
- ‘나혼산·수도권·미혼’… 확 바뀐 대한민국 청년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