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요즘 MZ들, MBTI보다 사주에 관심?

2024. 6.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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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가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해 하나님나라를 확장해가는 선교사역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대중문화의 역기능으로부터 교회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나아가 올바른 기독교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한 달에 한 번 소개한다.

사주 문화를 경계하고 청년들에게 적절한 거리두기를 권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신앙 양식을 지속적으로 나누고 이를 체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다. 언스플래시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가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해 하나님나라를 확장해가는 선교사역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대중문화의 역기능으로부터 교회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나아가 올바른 기독교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한 달에 한 번 소개한다.

한동안 MZ세대 사이에서 성격유형검사(MBTI) 열풍이 불었다.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방식으로, 나아가 하나의 놀이와 문화로 MBTI가 사용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MBTI보다 사주가 더 대세라는 말이 있다. 미래를 알기 위해 사주풀이를 이용하기도 하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사주를 공부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에는 연령대가 높은 층에서 사주나 부적, 점 등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20대에서 이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얼마 전에는 ‘신들린 연애’라는 예능도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무당 역술인 타로마스터 등이 출연자로 나오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다. 일반인들과는 무언가 다르다고 여겨지던 이들이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이들의 평범함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이와 함께 사주 무속 타로 등의 고유한 영역을 공유함으로써 문화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사주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늘어간다는 말은 3~4년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청년들이 느낄 수밖에 없는 현재 삶에 대한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기독교인은 미래의 길흉화복에 대해 점치는 것을 결코 믿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은 거짓이고 무의미한 것이니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졌고 또 향유하는 하나의 문화적 양식이 돼가고 있다.

사실 기독교 안에도 미래를 말하는 선지자 같은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선지자는 단순히 미래의 길흉화복을 말한다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근거해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 현대 기독교 안에도 예언의 은사를 받고 하나님의 뜻을 대언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건강하게 사역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사역이 한 개인의 길흉화복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 우리와 온 세상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믿지만, 그 믿음의 양식은 이 땅에서의 앞날을 미리 알아서 그것을 하나하나 대비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아니다. 또 그 미래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꾸기 위해 하나님께 이런저런 모습으로 간청하고 요청하며 매달리는 방식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성숙한 신앙 목표도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신앙은 이 땅에서의 삶에 대한 확신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그 기저에 자리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 위에서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삶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고 결과를 확신할 수 없고 삶의 의미가 지속적으로 흔들리는 불안의 시대 속에서, 하나님께 대한 신앙 하나로 용기 있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양식이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신앙은 애초부터 사주 타로 무속 등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이러한 사주 문화를 경계하고 청년들에게 적절한 거리두기를 권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안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을 견고하게 할 수 없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신앙 양식을 지속적으로 나누고 이를 체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대한 신앙에 삶의 뿌리를 두는 것, 그 위에서 뜻 있고 의미 있는 삶으로의 걸음을 교회가 함께 내딛고 이를 지지하는 것, 이러한 삶을 공동체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함께하는 것, 기독교 고유의 삶의 양식을 지지하고 이런 이들을 꾸준히 길러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스스로 땅의 욕심과 불안에 갇히지 않고 하늘의 뜻을 따라 용기 있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준 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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