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밴픽은 오만이 아니라 최선이다
“우리는 최선의 픽을 하고 있다.” “조합 맞바꿔서는 안 한다. 우리 픽이 상대보다 좋다.”
젠지 김정수 감독이 지난 26일 한화생명e스포츠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서머 시즌 젠지의 밴픽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온다. 젠지의 밴픽은 일반적인 양상과 달라 보일 때가 있다. 다른 팀들이 OP로 평가하는 챔피언들을 과감하게 내주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듯한 챔피언들로 대처하기도 한다. 팀의 밴픽 기조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다 보니 김 감독이 인터뷰 석상에서 ‘젠지 밴픽 오만론’의 싹을 잘라냈다.
그럼에도 워낙 경쟁자들과는 결이 다른 밴픽을 하다 보니 팬들은 의문을 가질 만하다. 젠지가 일부 OP 챔피언을 고르기보다는 상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건 사실이다. 선수들의 의지가 많이 반영됐다. 김 감독은 28일 DRX전 이후 인터뷰에서 “코르키, 트리스타나, 제리 같은 좋은 픽들을 우리가 가져갈지, 상대에게 줄지 얘기를 많이 한다. 선수들이 주고 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면서 “가끔 저희보고 오만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게 아니다. 주고 상대할 때 더 이기기 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다. 나는 (감독으로서) 챔피언의 승률도 보니까 선수들과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어서 딱히 (밴픽 기조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말처럼 OP 챔피언을 내줌으로써 얻는 이점 또한 있기에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기인’ 김기인의 설명이 힌트가 된다. 김기인은 “보통 OP 챔피언이 있으면 선픽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챔피언을 상대하는 게 익숙해지기도 한다. 카운터 챔피언 연구도 많이 되고 있다”이라면서 “오히려 주고 상대하는 게 마음이 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명실상부 OP 챔피언을 거르는 건, 다른 포지션에서 그만큼 젠지가 성능을 좋게 평가하는 챔피언들을 먼저 고를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젠지는 종종 1페이즈에서 바텀과 정글 조합을 완성한다. DRX전 1세트에서는 자신들이 여전히 높은 티어로 여기는 세나·노틸러스를 가져가고, ‘캐니언’ 김건부의 필살기 니달리도 밴되기 전에 뽑았다.
밴픽 속사정을 밝히는 데 솔직한 편인 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실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아직 상대가 세나·노틸러스를 풀면 무조건 먹을 생각”이라면서 “(1페이즈에서) 세나·노틸과 김건부가 잘하는 챔피언을 뽑고, 미드·탑은 2페이즈에서 뽑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탑과 미드가 4~5밴까지 저격 밴을 당하더라도 선수들의 챔피언 폭이 넓어서 대처 가능하다는 게 젠지의 생각이자 자신감이다. 특히 미드에서 이런 경향이 도드라진다. 한화생명전에서는 트리스타나를 내주고 루시안으로, DRX전에서는 코르키를 흐웨이로 상대했다. 젠지가 고른 챔피언이 라인전에서 불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미드 루시안의 성능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선수 본인은 세간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는다. ‘쵸비’ 정지훈은 28일 인터뷰 자리에서 “AP 정글 메타여서 AD 미드가 필요하다. 예전에 자주 나오던 레넥톤 등은 밸류가 떨어진다. 트리스타나와 코르키는 라인전, 밸류, 생존력이 좋고 주도권도 잡을 수 있는 만능 카드”라면서 “나만 쓸 수 있는 (AD 미드) 카드가 생기면 (밴픽에서) 이점을 많이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자신의 밴픽과 게임에 대한 이론이 옳다는 확신이 있다. 그는 “내가 생각한 이론상으로는 (루시안이) 괜찮다. 많은 사람이 동의를 못 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아도 나만 가능하다고 여긴다면 그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문제 삼지 않고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루시안을 연습했듯, (젠지는) 상대가 원하는 구도에 변화를 준다. 우리만 아는 유리한 정보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면서 “우리 팀이 지금 메타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챔피언을 뽑으면서 변화를 주고 있다. 앞으로 국제전처럼 메타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도 긍정적일 것 같아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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