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아프리카에 한류 바람이 불게 하려면
최근 아프리카 케냐를 다녀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현지인을 돕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비정부기구(NGO)의 손길이 닿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확연히 달랐다. 지붕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신축 교사에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더러운 웅덩이 물을 떠서 집까지 한 시간을 걸어가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동네에 설치된 물탱크를 통해 집으로 이어진 깨끗한 물로 저녁밥을 짓는 여성도 있었다.
아프리카 하면 여전히 가난과 기근, 질병, 독재정치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실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하면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비참함은 찾기 어렵다. 관광업계에서 아프리카 여행은 여행자들의 최종 보스이자 끝판왕으로 여겨질 정도로 주목받는다. 관련 여행상품도 코로나19 이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9년 전 가족과 함께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현지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고 걸으며 동네를 탐방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편도 1차로 도로가 대부분이었고 주민들은 주로 걷거나 자전거를 탔고, 아니면 버스를 탔다.
이번에 가보니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주민들은 오토바이로 출퇴근했고 근거리 손님을 태우며 영업을 하기도 했다. 도로도 이전과 달리 넓어졌고 차선도 확장됐다. 월드비전 사업장이 있는 한 시골 마을은 흙길을 정비해 아스팔트를 포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팩트풀니스’의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프리카의 생활 수준은 확실히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다. 실제로 케냐 수도 나이로비 말고도 이번에 들렀던 북서쪽 엘도레트는 미국 쇼핑몰을 뺨칠 정도로 고급스러운 쇼핑몰이 들어서 있었고, 높은 해발 고도 덕분에 모기를 찾기 어려웠다. 날씨도 쾌적하고 좋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동물의 낙원으로 남아 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지구촌 어디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보석 같은 곳이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여전히 빈한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마치 신석기시대 움막처럼 생긴 가축우리와 흙과 풀을 섞어 만든 흙집도 간간이 보였다. 방문팀이 만난 후원 아동 가정은 엄마부터 6명 자녀까지 아무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여성과 여아들은 4~5㎞를 걸어 물과 음식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케냐 인구의 37%는 하루 1.9달러(2644원)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조혼과 아동노동, 학교중퇴 등은 빈번한 현상이다. 아직 이들을 도와야 할 이유는 너무 많다.
요즘 K파워,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류 덕분에 한국인은 세계 어디를 가든 자부심이 생긴다. 그런데 한류가 미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대륙이다. 현지 선교사들에게 물어보면 아프리카인들은 한류를 모른다고 한다. 그만큼 팍팍한 현실 탓이겠다.
이달 초 아프리카 정상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해 교류와 협력을 논의했다. 바라기는 아프리카와의 교류는 여타 국가와 차원이 달라야 한다. 아프리카는 고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역시 가난과 질병, 식민 지배 경험이 있다. 그 어떤 나라보다 동병상련으로 다가갈 수 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이 있다는 성경 말씀처럼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기를 희망한다. 슈바이처와 리빙스턴의 섬김처럼 말이다.
아프리카는 인류가 시작된 곳이며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이집트)다. 누비아 문명의 쿠시왕국은 성경에 등장하는 구스이며, 아프리카 토착 문명의 기원이다. 에티오피아는 아라비아반도 시바 여왕이 솔로몬을 만나 낳은 메넬리크 1세가 세운 나라다. 에티오피아와 라이베리아는 서양 열강의 침략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짐바브웨 왕국의 위대한 석조문명(쇼나문명)은 오늘날 예술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한국에서 온 외국인을 따뜻하게 환영해준 케냐 현지인들이 아직 눈에 선하다. 아산테 사나(대단히 감사합니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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