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올림픽 꿈나무들 part. 2

전혜진 2024. 6.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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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올림픽 꿈나무들이 다 모였다. 구슬땀과 뚝심, 빛나는 우정이 만들어낸 가장 멋진 이 여름의 명장면."
앞쪽부터 딥블루밍 선수단의 박채아, 이지인, 김루비, 박라희, 김소담, 강은채 선수.
딥블루밍
여섯 명의 소녀 아티스트들이 물살을 휘젓는다. 가장 우아하고 힘 있게! 2015년 첫 태극 마크를 달고 올해 듀엣 부문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아티스틱 스위밍 종목을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지만, 딥블루밍 선수단은 벌써 ‘물아일체’가 돼버렸다. 물안경을 벗고 호흡을 가다듬은 여덟 살 박라희 선수는 물속에 있는 기분을 설명한다. “잠수하는 게 재밌어요.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인어공주 생각이 나거든요.” 여덟 살 김소담 선수는 “잠수하면 무서울 것 같지만, 포근한 기분이 드는 거 아세요?”라며 눈을 빛냈다. 여덟 살 박채아 선수는 “잠자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 아티스틱 스위밍 국가대표 김희진 감독이 이끄는 딥블루밍 초등반 선수들은 아기 때부터 수영을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동작을 펼치는 아티스틱 스위밍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 기꺼이 코마개를 장착했다.
선수들은 배영을 하거나 잠수할 때 ‘인어공주’가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가장 맏언니인 열한 살 김루비 선수는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노력의 힘을 믿는다. “아직 자신 있는 동작은 없는데 다리 뻗는 동작을 더 잘하고 싶어요. 숨은 잘 참지만 여전히 어렵긴 한데요. 하지만 물에서는 뭐든 노력하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들이 물살을 가르는 힘은 동료들과 가족, 친구들이다. 열 살 강은채 선수는 의지를 내비친다. “선수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데, 연습할 때 엄마가 보러 와서 힘들어도 계속하는 제가 멋있다고 말해 줬어요. 선수가 되면 친구들도 제 경기를 볼 텐데 무조건 열심히, 잘해야죠!” 아홉 살 이지인 선수는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팔을 뻗을 때가 제일 재밌다. “〈모아나〉의 ‘How far I’ll go’라는 곡으로 작품을 완성했는데, 나중에 꼭 보러 오세요.” 다리도 아직 채 닿지 않는 수심 깊은 곳도 두렵지 않다. 그저 돌고래 떼처럼 무리 지어 유유히 나아갈 뿐.

아티스틱 스위밍 기술 중 하나를 멋지게 선보이는 선수들.

올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허윤서 · 이리영 선수를 온몸으로 응원하는 이들은 실제로 아티스틱 스위밍 경기를 볼 때 마치 선수들과 함께 수영하고 있는 듯한 ‘과몰입’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곧 이들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예정. 하반기 전국수영대회와 전국마스터즈수영대회에 출전하니까! 강은채 선수는 그 기쁜 날을 미리 상상해 본다. “우리 다 같이 1등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때는 행복하고 잘했다고, 그리고 못해도 괜찮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함께 훈련한 지 1년 남짓. 협동 스포츠인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답게 서로를 감싼 팔의 위치와 고개 돌린 각도마저 합이 잘 맞다.
맨 윗줄 왼쪽부터 윤예찬, 강민수, 엄재호, 이제인, 전주원, 최민겸, 원예범, 조재범, 소윤재, 김민준 선수(사진에 없지만 임준배 선수도 팀원이다).
김포시 뉴리틀 야구단
“안녕하, 십니까!” 무서운 호랑이 감독님이 야구장으로 걸어 들어오자 목청 터져라 인사하는 어린이들. 김포시 뉴리틀 야구단의 초등학생 3학년 이하 선수 11명이다. 자기 몸보다 두 배나 큰 야구 배낭을 짊어지고, 캡 모자에 유니폼을 야무지게 차려입은 모습. 가방에는 저마다의 스타일로 이니셜 자수를 새기고, 키 링을 매달아 형형색색이다. 우주까지 치솟은 기세와 ‘칼각’처럼 잡힌 기강. 문장은 무조건 ‘다, 나, 까’로 마무리! 몸은 아이지만 눈빛과 말투는 프로다. 푹 눌러쓴 헬멧이 투구를 연상시킬 만큼 ‘공격 태세 준비 완료’다.
김포시 뉴리틀 야구단의 두 선수들.
2024년 5월 26일에 열린 ‘2024 상반기 U-8 꿈나무 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5월,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주최하는 ‘2024 상반기 U-8 꿈나무 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이 팀은 감독 원현묵의 지휘 아래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야구장에 들어서자 가볍게 준비운동과 캐치볼 게임을 하는 듯하다가 본격 경기가 진행되자 맹렬한 눈빛으로 서로 쏘아보며 집중하는 이들. 프로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내뿜는 선수 11인을 한곳으로 결집시키는 건 주장 김민준 선수. 3년 전부터 야구로 물든 삶을 살고 있는 김민준은 2021년 LG트윈스와 KT위즈의 명경기를 본 후로 선수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우리 팀의 장점은 열심히 노력하고, 전력이 좋다는 것입니다!” 캡틴의 꿈은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거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 열 살 최민겸 선수는 아직 닮고 싶은 프로 선수도, 팀도 없지만 야구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야구 선수를 꿈꾼다. 아홉 살 강민수 선수는 선수생활 3개월 차다. “생각했던 것보다 즐거워요. 좋아하는 선수는 KIA타이거즈의 김도영, 나성범입니다!” 한편 열 살 임준배 선수는 야구 경기를 시청하지는 않지만 2년간 필드를 뛰었다. 직접 몸으로 뛰며 야구의 매력을 느끼는 마음, 우상을 닮고 싶은 마음, 꿈을 좇는 마음, 이 마음들이 모여 북적대는 김포시 뉴리틀 야구단.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자신보다 두 배나 큰 가방을 짊어지고 야구장으로 들어선다.

11명의 선수에게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고 묻자 딱 한 가지 답이 열한 번이나 들렸다. “인성 좋은 어른.” 유행어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만큼 강조한 어른의 모습이다. 이 마음과 열정을 갖고 순정 가득한 어른으로 자라주길! 언젠가 프로 경기에서 만날 날을 그려본다.

맨 윗줄 왼쪽부터 휴고, 박서준, 이준서, 김태양, 김동현, 김카이, 한레오, 이신, 박하민, 김루이 선수.
와이번즈 아이스하키 클럽
“저요? 아마 한 5세나 6세일 걸요?” 김카이 선수에게는 자신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헤아리고 대답할 시간이 없다. 지금 아이스하키 타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에드먼턴 오일러스 팀의 코너 맥데이비드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진짜 잘 타는 플레이어거든요!” 아이스하키에 진심인 또 한 명의 어린이, 멀리서 슬라이딩을 선보이며 다가온 네 살 김루이 선수다. 진지한 대화가 어려워 멀뚱멀뚱 쳐다보는 걸 보면 아직 어린아이지만, 빙판 위에서는 제법 중심을 잘 잡고 꽤 공격적이다. 차가운 빙판에 날카롭게 흠집을 내고 펜스에 부딪히며 몸소 에너지를 느끼는 아이들.
팀의 골텐더 엄기문 선수. 골텐더용 스틱과 가슴 보호대를 비롯해 어깨 · 팔꿈치 · 정강이 보호대까지 착용한다. 골텐더는 보통 선수보다 6kg 이상 더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다.
윗줄부터 서제인, 엄정화, 김래아, 김지율, 엄태이 선수. 이 팀의 여자 선수 다섯 명의 모습이다.

최정식 감독이 이끄는 와이번즈 아이스하키 클럽의 유치부 팀이다. 몸보다 훨씬 큰 유니폼을 입고, 각종 보호대를 온몸에 꽁꽁 싸매고, 키보다 훨씬 큰 스틱과 스케이트를 손에 쥔다. 이 모든 장비를 홀로 착용하기에 너무 어린 나머지 부모님의 손길을 빌리지만, 링크장에 들어서는 순간 프로 선수 못지않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는다. 팀에 입성한 지 1년이 돼가는 여섯 살 래아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소녀다. 헬멧과 두건을 벗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글러브로 슥 닦으며 말하길 “엄마가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지만 아이스하키는 썰매처럼 탈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사실 저는 마이크를 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요!” 아이스하키 선수보다 아이돌 스타에 대한 꿈을 은밀히 밝혔지만, 이날 래아는 제일 열심히 레이스를 펼쳤다. 엄기문 선수는 여덟 살 골텐더다. 선수반에서 강습받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아이스하키가 좋아요. 나중에 아빠랑 같이 타려고요. 골텐더로서 골을 잘 막는 게 제 장점인데요. 나중에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 친구들은 머지않아 와이번즈 초등학교 저학년 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무럭무럭 자라나는 키처럼 아이스하키를 향한 이들의 열정과 애정, 고민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듯하다. 꿈이 무엇이면 어떤가? 이미 아이들은 차가운 얼음길을 가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뒤에서부터 신우석, 김재원, 고태윤 선수. 자신이 스틱을 휘두를 차례가 오기 전까지 이렇게 빙판 위에 엎드려 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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