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올림픽 꿈나무들 part. 2
가장 맏언니인 열한 살 김루비 선수는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노력의 힘을 믿는다. “아직 자신 있는 동작은 없는데 다리 뻗는 동작을 더 잘하고 싶어요. 숨은 잘 참지만 여전히 어렵긴 한데요. 하지만 물에서는 뭐든 노력하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들이 물살을 가르는 힘은 동료들과 가족, 친구들이다. 열 살 강은채 선수는 의지를 내비친다. “선수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데, 연습할 때 엄마가 보러 와서 힘들어도 계속하는 제가 멋있다고 말해 줬어요. 선수가 되면 친구들도 제 경기를 볼 텐데 무조건 열심히, 잘해야죠!” 아홉 살 이지인 선수는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팔을 뻗을 때가 제일 재밌다. “〈모아나〉의 ‘How far I’ll go’라는 곡으로 작품을 완성했는데, 나중에 꼭 보러 오세요.” 다리도 아직 채 닿지 않는 수심 깊은 곳도 두렵지 않다. 그저 돌고래 떼처럼 무리 지어 유유히 나아갈 뿐.
올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허윤서 · 이리영 선수를 온몸으로 응원하는 이들은 실제로 아티스틱 스위밍 경기를 볼 때 마치 선수들과 함께 수영하고 있는 듯한 ‘과몰입’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곧 이들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예정. 하반기 전국수영대회와 전국마스터즈수영대회에 출전하니까! 강은채 선수는 그 기쁜 날을 미리 상상해 본다. “우리 다 같이 1등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때는 행복하고 잘했다고, 그리고 못해도 괜찮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지난 5월,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주최하는 ‘2024 상반기 U-8 꿈나무 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이 팀은 감독 원현묵의 지휘 아래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야구장에 들어서자 가볍게 준비운동과 캐치볼 게임을 하는 듯하다가 본격 경기가 진행되자 맹렬한 눈빛으로 서로 쏘아보며 집중하는 이들. 프로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내뿜는 선수 11인을 한곳으로 결집시키는 건 주장 김민준 선수. 3년 전부터 야구로 물든 삶을 살고 있는 김민준은 2021년 LG트윈스와 KT위즈의 명경기를 본 후로 선수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우리 팀의 장점은 열심히 노력하고, 전력이 좋다는 것입니다!” 캡틴의 꿈은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거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 열 살 최민겸 선수는 아직 닮고 싶은 프로 선수도, 팀도 없지만 야구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야구 선수를 꿈꾼다. 아홉 살 강민수 선수는 선수생활 3개월 차다. “생각했던 것보다 즐거워요. 좋아하는 선수는 KIA타이거즈의 김도영, 나성범입니다!” 한편 열 살 임준배 선수는 야구 경기를 시청하지는 않지만 2년간 필드를 뛰었다. 직접 몸으로 뛰며 야구의 매력을 느끼는 마음, 우상을 닮고 싶은 마음, 꿈을 좇는 마음, 이 마음들이 모여 북적대는 김포시 뉴리틀 야구단.
11명의 선수에게 어떤 어른이 되고 싶냐고 묻자 딱 한 가지 답이 열한 번이나 들렸다. “인성 좋은 어른.” 유행어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만큼 강조한 어른의 모습이다. 이 마음과 열정을 갖고 순정 가득한 어른으로 자라주길! 언젠가 프로 경기에서 만날 날을 그려본다.
최정식 감독이 이끄는 와이번즈 아이스하키 클럽의 유치부 팀이다. 몸보다 훨씬 큰 유니폼을 입고, 각종 보호대를 온몸에 꽁꽁 싸매고, 키보다 훨씬 큰 스틱과 스케이트를 손에 쥔다. 이 모든 장비를 홀로 착용하기에 너무 어린 나머지 부모님의 손길을 빌리지만, 링크장에 들어서는 순간 프로 선수 못지않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딛는다. 팀에 입성한 지 1년이 돼가는 여섯 살 래아는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흠뻑 빠진 소녀다. 헬멧과 두건을 벗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글러브로 슥 닦으며 말하길 “엄마가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지만 아이스하키는 썰매처럼 탈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사실 저는 마이크를 드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요!” 아이스하키 선수보다 아이돌 스타에 대한 꿈을 은밀히 밝혔지만, 이날 래아는 제일 열심히 레이스를 펼쳤다. 엄기문 선수는 여덟 살 골텐더다. 선수반에서 강습받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다. “아이스하키가 좋아요. 나중에 아빠랑 같이 타려고요. 골텐더로서 골을 잘 막는 게 제 장점인데요. 나중에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 친구들은 머지않아 와이번즈 초등학교 저학년 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무럭무럭 자라나는 키처럼 아이스하키를 향한 이들의 열정과 애정, 고민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듯하다. 꿈이 무엇이면 어떤가? 이미 아이들은 차가운 얼음길을 가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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