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올림픽 꿈나무들 part. 1

전혜진 2024. 6.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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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올림픽 꿈나무들이 다 모였다. 구슬땀과 뚝심, 빛나는 우정이 만들어낸 가장 멋진 이 여름의 명장면.
윗줄 왼쪽부터 골키퍼 유나율, 공격수 이예나, 수비수 최효인, 공격수 김지예, 수비수 배수현, 미드필더 김주하. 아랫줄 왼쪽부터 미드필더 이서영, 공격수 임서윤, 수비수 위지수, 공격수 오연서, 미드필더 최윤우, 수비수 배서현 선수.
우이초등학교 여자 축구부
서울의 유일무이한 여자 축구부. 최주연 감독이 이끄는 우이초등학교 선수들의 얼굴은 땡볕 아래서도 빛났다. 이유는 전국에 단 5% 존재하는 초등 여자 축구부라는 자부심 때문. 최윤우 선수는 “우리 우이초는 서울을 대표합니다”라고 소개했다. 다른 선수들도 거든다. “그 이름을 들으면 당당해져요. 물론 경기에 지고 올까 봐 어깨가 무겁지만요.” 중학교에 진학하면 여자 축구부의 수는 더욱 적어지겠지만, 주장이자 미드필더인 김주하는 당차다. “아무래도 남자 축구가 역사적으로 먼저 시작돼서 인기가 더 많은 거겠죠? 우리도 잘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니까 기세를 이어가려고요.” 축구가 좋은 이유는 제각각. 골을 넣고 ‘단독 샷’을 받는 재미도 있고, 공을 막거나 패스에 성공하면 동료들의 기쁜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무작정 필드를 내달리면 기분이 좋아서.
서울 내 유일한 여자 축구부인 우이초등학교 선수들. 주장은 매번 돌아가며 맡는다.
훈련 이외에는 다 같이 릴스나 쇼츠를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선수들.

한편 우이초의 전력은 무엇일까. 김지예 선수는 ‘빠른 화해’를 꼽았다. “솔직히 훈련하다 보면 싸울 수도 있잖아요. 우리 팀은 많이 싸우는데 정말 빠르게 화해해요.” 최효인 선수도 팀의 강점으로 “경기할 때는 진지해야 되는데, 그때마저 서로 웃느라 바쁜 것”이라고 꼽을 정도로 웃음 가득한 팀이다. ‘최애’는 갈린다. 김지예는 “레프 야신. 역대 최고 골키퍼이고 골키퍼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해서”라고, 유나율은 ‘잘생겨서’ 이강인을 좋아한다. 최효인은 “감독님이 제가 홀란드 선수를 닮았다고 해서 자꾸 보니 정들었다”고. 김주하는 손흥민과 호날두를 “스타지만 자만하지 않고 노력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하지만 배서현과 최윤우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수가 꼽은 건 지소연 선수! 김지예는 덧붙인다. “프리킥 골 넣은 장면 ‘레전드’ 아닌가요? 너무 멋있죠.” 이서영은 학교 선배인 강채림 선수를 꼽았다. 그리고 김주하는 자신을 꼽았다. “저는 김주하 선수가 가장 좋습니다.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죠.”

자신 있게 사포 기술을 선보이는 최윤우 선수.

이들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뭐라고 표현할까. 윤우는 ‘친구’, 효인은 ‘행복’, 지예는 ‘바다’를 꼽았다. “바다는 시원하잖아요. 축구도 앞으로 시원하게 잘 풀리겠죠?” 가장 짜릿했던 경기는 올해 춘계 한국여자축구연맹전에서 3위를 차지한 것. 임서윤은 “4강에서 전국 1위 팀과 붙어 3위를 했는데, 이번에는 더 잘할 거예요.” 선수들은 머리를 질끈 묶고 곧 치러질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우승을 노린다. 응원가도 만들었다는 우이초 팀. 시키지도 않았는데 떼창한다. “우이초는 영원하다, 우리의 목표인 우승을 위해서, 우리에게 포기란 없다, 서울의 대표는 우이초!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싸우자, 우리에게 포기란 없다.”

윗줄 왼쪽부터 박려은, 이슬, 나유지. 가운뎃줄은 왼쪽부터 김준모, 김경석, 김성훈, 김태수. 맨 아랫줄 선수는 왼쪽부터 박준용, 강주혁, 김주혁.
파스텔세상
“사실 이겼을 때보다는요, 그냥 뛰어다니는 게 좋아요. 땀나는 기분이 좋거든요.” 열 살 박준용 선수를 필두로 한 30여 명의 어린이들이 모인 용산청소년센터 농구 코트. 이곳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재밌는 ‘농구 협동작전’이 펼쳐진다. 재능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파스텔세상’ 어린이 농구단 선수들은 각각 다문화와 비다문화 가정에서 그리고 주변 한강초 · 홍제초 · 한남초 · 신용산초등학교에서 모여 새로운 팀을 이룬다. 농구로 꿈을 키운 버락 오바마처럼 세상에 꿈과 희망을 심겠다는 포부로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천수길 감독의 지도하에 공을 튀기다가, 우르르 줄지어 달리다가, 심지어 드러눕기도 한다. 그저 즐겁다면 무엇이든 가능한 곳.
파스텔세상의 세 여성 선수들.

여기서 농구를 제일 잘한다고 자신 있게 손을 든 아홉 살 김성훈 선수는 “솔직히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는데 확실히 건강이 좋은 게 느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어른들의 말이 뭔지 알 것 같다”며 구슬땀을 닦았다. 아홉 살 이슬이 선수는 솔직히 농구가 왜 좋은지 잘 모르겠다며 웃는다. “재밌어요. 재밌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말이죠. 아직 농구 선수가 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 건 분명해요!” 입 모아 마이클 조던이 가장 멋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곳에 농구 선수가 꿈인 친구는 없다. 미래의 제빵사도, 화가도, 축구 선수도 있는데 말이다. 꼭 농구 선수가 꿈일 필요가 있을까? 함께 알록달록 유니폼을 맞춰 입고, 실컷 땀 흘리고, 서로 칭찬해 주면 그만.

훈련이 시작되면 천수길 감독의 호령에 따라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구호를 외친다. “가자! 가자! 가자!”

선수들은 팀을 자기가 좋아하는 색으로 소개했다. 지호는 말한다. “우리는 민트색이죠. 민트초코가 시원하고 맛있기도 하고, 밝고 건강한 느낌이 들잖아요. 뭔가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홉 살 김태수 선수는 밝으니까 노랑으로, 아홉 살 박려은 선수는 마음이 시원해지니까 파랑으로 소개한다. 최근 농구를 좋아하는 친구 다섯 명과 따로 농구 팀을 결성했다는 이준용 선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농구를 더 잘하고 싶어요. 대회에도 나가본 적 없는데, 무조건 1등 하겠죠?” 그러자 감독 선생님은 대답했다. “이런 마음이라면 세상 어디서든 무조건 1등할 거다!”

파스텔세상은 다문화와 비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이 함께 훈련하며 협동 스포츠인 농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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