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희생자 이미란, 집 한채 꿈꿨던 제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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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어렵더라도 둘이 열심히 해서 50~60대쯤 우리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갖는 게 꿈이었어요. 행복하게 살려던 희망이 이번 일로 다 망가졌습니다."
이씨는 아리셀 공장에 출근한 지 2개월여 만에 변을 당했다.
함께 장례식장에 머물고 있는 이씨의 사촌오빠도 "어떻게 부모에게 죽었다는 소식을 알릴 수 있겠는가"라며 "딸이 아픈데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한다고만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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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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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로 숨진 고 이미란(36, 여)씨와 남편이 찍은 웨딩사진. 두 사람은 2019년 결혼했다. |
ⓒ 고인 측 제공 |
"당장은 어렵더라도 둘이 열심히 해서 50~60대쯤 우리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갖는 게 꿈이었어요. 행복하게 살려던 희망이 이번 일로 다 망가졌습니다."
고 이미란(36, 여)씨의 남편이 힘없이 읊조렸다.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로 아내를 잃은 그는 아직 빈소를 차리지 못한 채 장례식장에 머물고 있었다. 28일 오전 장례식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남편 박아무개씨는 "(참사 당일인 지난 24일) 그날 아침 잠깐 본 얼굴이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누라가 떠올라 종일 울었다"는 그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중국 동포인 두 사람은 고향에서부터 알고 지내다 2019년 한국에서 결혼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고향 중국을 떠났고 힘든 타지 생활을 함께 견디며 희망을 품었다. 이들의 결혼 사진을 내보인 이씨의 친구는 "둘이 사이가 정말 좋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아꼈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직 알리지 못한 죽음
이씨는 아리셀 공장에 출근한 지 2개월여 만에 변을 당했다. 남편은 "출근길이 달라 마누라 얼굴만 잠깐 보고 출근했는데..."라며 "혼자 있으면 울기만 한다. 앉아 있어도, 밖에 나가 있어도 마누라 생각만 난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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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화재 참사가 벌어진 경기 화성시에 28일 오전 중국어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4일 발생한 참사로 인해 중국인 17명(총 사망자 23명)이 숨졌다. |
ⓒ 소중한 |
이씨가 안치된 장례식장엔 아직 빈소가 차려지지 못했다. 국화꽃 한송이 없는 곳에 화성시의회 조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이곳 장례식장에 안치된 것을 전날인 지난 27일에야 알았다. 사고 후 3일이 지난 뒤였다. 그는 "(참사 발생 후) 처음에는 무작정 회사에 갔는데 마누라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참사 희생자들이 나뉘어 안치됐다는) 장례식장 5곳을 찾아다녔다"라며 "어제 저녁에 'DNA가 확인됐고 이곳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화성시청 공무원들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이씨를 비롯한 희생자의 유족들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장례식장에선 아리셀 측의 사과 방문도,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씨의 사촌오빠는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라고 되레 기자에게 물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편은 아리셀 측이 '안전교육을 충분히 했다'고 밝힌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배터리 회사에서 화재가 나면 대피하기도 어렵고 불이 금방 커지잖나. (아내와 같은) 신규직원을 뽑았으면 비상문이 어디 있는지, 화재가 났을 땐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교육을 해야 하는데 (아내는) 전혀 교육받지 못했다"라며 "그런데 회사는 기자들이 물어보니 '다 해줬다'더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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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로 숨진 고 이아무개씨와 남편이 찍은 웨딩사진. 두 사람은 2019년 결혼했다. |
ⓒ 고인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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