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근절, 법 개정 우선해야” 업계·전문가 한목소리
지난해 11월 열린 가수 임영웅의 서울 공연은 푯값이 5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실제 좌석 판매가는 16만5000원(VIP석 기준)이었으나, 암표상이 그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 이득을 챙겼다. 지난 3월 관련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 예매를 진행한 그룹 세븐틴의 공연 역시 19만8000원(VIP석 기준)인 표가 온라인상에서 150만원에 거래됐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연·스포츠 암표(부정판매) 근절 위한 법제도 개선 공청회가 열렸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진행하에 이동기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와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 송병주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윤희진 인터파크 콘서트비즈니스 본부장,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 함영욱 경찰청 수사국 사이버범죄수사과장 등이 참석해 해결책을 논의했다.
현재 콘서트와 뮤지컬 등 대중예술 분야는 암표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2년 만에 1077%가량 폭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경범죄 처벌법이 대표적이다. 50년 전 제정한 경범죄처벌법 제3조 4항은 암표매매자를 흥행장·경기장·역·나루터·정류장과 그 외 일정 요금을 받고 입장·승차·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승선권을 타인에게 되판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동환 대표는 “흥행장은 행사장의 일본식 표현인 데다 법 자체가 공연장 입구에서 거래하는 것으로만 한정한다”며 “인터넷 거래는 경벌죄처벌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벌금 역시 20만원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공연법 제2장 4조 2항을 개정해 부정판매를 ‘공연의 입장권·관람권 또는 할인권·교환권 등(이하 입장권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자가 타인에게 입장권등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의 구매가격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문제는 적용 대상을 입장권등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이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이동기 교수는 “아무리 형벌 수위를 높여도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건 자수하는 사람뿐”이라며 “부정 구매와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것을 한 조항에 담다 보니 매크로 이용만으로는 처벌을 못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현장에 자리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법 개선을 요구했다. 윤 대표는 “암표를 정확히 정의하고 지정 예매처 외 거래를 모두 암표로 분류해야 한다”면서 “판매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판매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 제작사가 예매 취소 규정을 개별 설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도 피력했다. 송병주 사무총장 역시 “공연업계와 스포츠업계 모두 암표로 피해를 보는 만큼 처벌 강화를 위해 심도 깊은 법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암표 거래로 인한 수익이 벌금을 상회하는 만큼 현행법상 벌금형이 무의미한 제재란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해 8월에는 한 30대가 서울의 한 PC방에서 자신과 가족의 ID로 연극·뮤지컬 공연 티켓 1215장을 구매했다가 붙잡혔으나 500만원 벌금형에 그쳤다. 이은희 교수는 “처벌 수위를 1000만원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면서 “매크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암표 판매자에게 몰수 추징 규정(범죄에 사용한 도구나 범죄로 거둔 수익을 환수하는 것)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영욱 수사과장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언급하며 “암표상 기소 전 관련 소득을 환수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동의했다.
예매처 역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윤희진 본부장은 “매크로 사용 여부 입증이 시스템적으로 어렵고, 공연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싶어도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데다, 수사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만큼 매크로를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윤 본부장은 “암표를 궁극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매크로 사용 여부보다 암표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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