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자' MZ 야구팬, 기성세대와의 결정적 차이
[정채린 기자]
▲ 노을 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
ⓒ 정채린 |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 출범 43년 만에 한국프로야구가 역대급 흥행 중이다. KBO 공식 기록에 따르면 최고 관중 수는 2017년 840만 명인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매서운 속도로 치솟고 있다. 6월 8일 기준 총 관중 수가 458만 명이라고 하니, 경기 당 평균 1만4588명을 기록한 셈이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4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특히 MZ세대의 유입이 눈에 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4~19세 팬 비율이 8.9%였는데, 지난해엔 14.9%로 늘었다고 한다. 올해 또한 이 기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낮아진 장벽, '야알못'도 즐길 수 있다
야구를 보는 사람을 흔히 두 종류로 분류한다. 일명,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인 '야알못'과 야구를 잘 아는 사람인 '야잘알'이다. 규칙이 견고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야알못'들이 '야잘알'이 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은 꼭 그렇지만 않다.
2022년 6월 6일 JTBC는 <최강야구>라는 예능을 띄웠다. 평균 시청률 2~3%를 기록하며, 말 그대로 스포츠 예능계의 '홈런'을 쳤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10%도 '대박'이라 부르는 요즘에 견주면 큰 흥행이라 할 수 있다. 야구 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출과 자막으로 '야구 입덕' 방송이 된 것은 물론, 은퇴한 선수와 혈기 왕성한 고교대학팀 경기로 다양한 세대에 공감을 일으키며 초심자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또 다른 흥행 주역은 구독자 650만 명(6월 27일 기준)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십오야'의 '찐팬구역'이다. 한화이글스 '찐팬'인 연예인과 다른 팀을 응원하는 연예인이 야구경기를 함께 시청하며 '먹방'을 찍는 유튜브다. 평균 조회 수가 40만 회를 거뜬히 넘는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려고 눌렀다가 야구 경기도 함께 시청하는, 일석이조 콘텐츠다.
유명 게스트가 야구와 관련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동안, 생각보다 다양한 응원가와 율동, 응원 도구가 소개돼 '야알못', 특히 유튜브 콘텐츠 시청 비중이 높은 2030세대들이 자연스럽게 경기 규칙뿐만 아니라 야구 응원 문화를 알게 되며 야구에 입문하게 된다.
야구장에 누가 야구만 보러 가나요?
▲ 야구장에서 즐기는 먹부림 |
ⓒ 정채린 |
야구장의 낮아진 문턱을 넘으면 다양한 메뉴가 관중을 유혹한다. 치킨과 맥주. 일명 '치맥'은 꾸준히 야구장의 대명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취식금지가 풀린 이후, 2021년 KBO 포스트 시즌 당시 잠실야구장의 BBQ는 1억 2000만 원이라는 기록적 매출을 달성했다. 사람들에게 야구장은 '야구'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닌, 말 그대로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식도락 외출이 된 셈.
좁은 좌석에서 야구 관람을 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각 구장에는 특별석들도 생겨났다. 배달 문화로 음식에 대한 접근성 또한 좋아졌다. 치킨에 국한되던 과거와는 다르게, 야구장에서 못 먹는 음식이 없을 지경이다. 탕수육이나 연어 회를 배달시켜, 태블릿PC로 중계를 시청하고 잡담을 나누며 먹을 수 있다. 응원물결과 함성은 그야말로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는 메신저이지만 프라이빗 공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이런 최신 변화에도 불구하고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여전히 야구장의 꽃은 '응원'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응원 단장의 지휘에 따라 '지정된' 노래와 군무로 '한 팀'을 '함께' 응원한다. 경기에 몰입한 관중은 응원하는 팀 선수의 안타와 홈런에 환호를, 아웃에 안타까운 신음을 뱉는다. 승패에 따라 쓰디쓴 마음을 삼키기도,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도 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여럿이 하나'라는 동일시와 소속감으로 경기 내내 한 곳으로 향하는 물결이 돼 '우리'가 된다.
나도 '야꾸'한다!
더 나아가 각 구단은 필자와 같이 최근 '야구 덕후'가 된 MZ세대를 의식한 듯, 2030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종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20∙30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했으며, 롯데 자이언츠는 인기 캐릭터 유니폼을 출시했다. 두산 베어스 또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유니폼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티셔츠, 후드와 같은 패션 아이템은 물론 카드지갑, 키링, 리무버블 스티커 등 잡화 또한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선수가 입은 유니폼과 모자를 구매해 모방하는 것이 아닌, '내가 골라 꾸미고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야꾸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기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포토프레스(Photo+Express)'로 MZ세대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젊은 야구팬들도 이러한 굿즈 문화에 호흥하는 분위기다. 특정 선수가 대기록을 달성하거나 구단이 우승할 때 제작되는 유니폼과 배지 및 이벤트성 유니폼을 사기 위해 팀 스토어에서 밤새 줄을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대유행을 일으키는 굿즈 문화 활성이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윤활제이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기획된 소비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야구선수의 스타성과 소비문화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야구가 일상이 되다
▲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최상단에서 바라 본 그라운드 |
ⓒ 정채린 |
MZ세대인 필자는 주 6일, 오후 5~6시가 되면 OTT플랫폼과 TV로 야구 경기 중계를 본다. 매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서 감사하다.
야구장 데이트도 가끔 한다. 실은 혼자 가도 즐겁고 둘이나 셋 그리고 단체로 가도 흥겹다. 티켓을 구매하고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거나 포토카드를 뽑는다. 야구장으로 들어서면 압도하는 관중석에 가슴이 절로 뛴다. 파란 잔디 위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 나와 같은 응원티를 입은 사람들 경기장을 비추는 조명... 현장의 모든 것이 날 것이 돼 내 오감을 자극한다.
경기 중에는 목 터져라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을 한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거나 패배하더라도 그날의 현장을 SNS에 생생하게 기록하면서 공유한다. 내가 그곳에서 함께 울고 웃었기 때문이다.
용돈이 생길 때면 예쁜 유니폼도 사거나, 교통카드를 넣고 다닐 카드지갑과 가방에 달고 다닐 귀여운 마스코트 키링을 사기도 한다. 이제는 야구가 나의 일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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